요즘 정치권이고 언론이고, 세상의 시선이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에게로 쏠려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자로, 노무현의 그림자로 살아온 그가 일약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며, 어느순간 대통령의 반열에 올라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혜성 같은 문 이사장의 등장으로 차기 대선구도 또한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다. 일찌감치 독주체제를 굳히는가 싶던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호적수로 문재인이 나타난 것이다.
대선구도 또한 자연스레 박근혜 대 문재인의 구도로 흐르며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를 증거라도 하듯 최근에 치러진 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지지율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앞지르며 박근혜 전 대표와 2강구도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문재인 이사장의 돌풍에 손 대표는 ‘지지율 상승이 반갑고 고만운 일’이라며 애써 태연해하고 있으나 놀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유력 대선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 역시 무섭게 치고 오르는 문재인 이사장의 ‘돌풍’에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돌풍의 주역인 이른바 ‘문재인 바람’을 놓고 정치권 안팎으로 지속상승과 일시적 현상이라는 두 주장으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문재인이 최근 불고 있는 인기상승이 지속돼 내년 대선까지 완주하고 그가 꿈꾸(?)는 목표에 안착할 수 있을지, 아니면 ‘노무현 아바타’로 머물고 말지 세간의 관심은 뜨겁다. 최근 불고 있는 ‘문재인 바람’의 실체를 살펴보고, 향후 대선구도 전개양상을 함께 짚어본다.
◇문재인, 처음으로 야권주자 선두 올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손학규 대표를 제치고 처음으로 야권 주자 선두자리에 올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8월 첫째 주 주간 정례조사에서 문 이사장은 민주당의 손 대표를 처음으로 누르고 지지율 2위를 차지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32.2%로 1위를 유지한 가운데, 문재인 이사장이 전 주 대비 1.6%p 상승한 9.8%로 2위에 올라, 9.4%를 기록한 손학규 대표를 처음으로 앞선 것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이 일부 야권후보들을 배제해서 단일화 효과로 손 대표를 앞선 적은 있으나, 전체 후보가 망라된 조사에서 문 이사장이 야권주자 선두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위는 7.7%를 기록한 유시민 대표가 차지했고, 5위는 오세훈 시장이 4.8%를 기록했다. 오 시장은 최근 서울시 수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소폭 상승했다. 다음으로 한명숙 전 총리(4.3%), 김문수 지사(3.7%), 정동영 최고위원(3.1%), 정몽준 전 대표(3.0%), 이회창 전 대표(2.9%), 노회찬 전 대표(1.6%), 안상수 전 대표(0.9%), 정운찬 전 총리(0.9%), 이재오 특임장관(0.8%), 김태호 의원(0.7%), 정세균 최고위원(0.7%)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8월 1일~5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3,750명을 대상으로 조사된 결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1.6%p다.
◇일시적 현상VS 지속상승 ‘갑론을박’
문 이사장의 이같은 돌풍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가 공식적인 정치활동을 하지 않은 정치신인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향수층들의 일방적인 지지가 낳은 일시적 인기상승이 아닌가하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거기에 문 이사장 개인적인 이미지, 즉 ‘배신하지 않는 사람, 깨끗한 사람, 충실한 사람’이라는 긍정적 이미지가 시너지를 낳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편에서는 여기에 더해 ‘영남후보 및 비정치인에 대한 기대감 등이 중첩된 결과’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반면 문 이사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론도 대두되고 있다. 문 이사장의 인기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쪽에 무게를 둔 층에서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기존의 야권 표를 일부 흡수했을 뿐”이라며 애써 확장해석을 경계했다. 즉 문 이사장이 정식으로 대선출마를 선언하고 국민들에게 대선후보로서의 면모를 보여줘야 좀더 정확한 검증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도 “문 이사장이 상승세라지만 고만고만한 야권 주자들 수준일 뿐”이라고 그 의미를 축소했다. 이같은 분석에는 아직껏 문 이사장이 어떤 선출직 직함도 가져본 적 없는 정치 초년병이라는 점도 기인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야권통합론을 직접 나서서 추진할 만큼 문 이사장의 정치행보는 예전과 확연하게 달라져 있다. 그동안 줄기차게 현실정치 입문을 고수해오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슬슬 현실정치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그 경계선이 됐던 시기가 지난 4.27재보궐 선거 이후였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느날 갑자기 (대선후보가) 짠 하고 나타나서야 되겠느냐?”(동아일보 5월22일자) “혹시 도움이 된다면 피하지 않으려 한다.” (CBS라디오 5월30일자) 같은 발언으로 정치참여의 뜻을 간접표현했다.
◇손학규 “문, 지지율 상승, 반가운 일” 태연
문 이사장의 돌풍에 제일 큰 위협을 받는 쪽은 아무래도 민주당 손학규 대표다. 손 대표는 지난 10일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지지율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는 데 대해 “큰 틀에서 보면 반갑고 고마운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손 대표는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문 이사장의 지지율 상승은 민주 세력과 민주당 지지의 총합을 더 높여 주는 것”이라며 “민주당에 대한 기대가 없으면 야권 진영에 대한 지지의 총량 (상승이) 급격하게 진행이 된 적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부동의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선 “그 분이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 나름대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정치에서 중요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본인의 지지율 부진과 관련, “지지율 상승을 위해 무슨 노력을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나의 길을 가는 것이다. 내가 잘못했으면 바꾸지만 내가 옳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자신이 주장하는 ‘범 야권 통합’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지난해 10월에 전국 당대회에서 대표로 출마했을 때 현실성이 있다고 본 사람은 없었다”며 “정치는 목표를 보고 나가야 한다. 야권 통합은 현실이 먼저가 아니라 목표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애써 태연한 모습이었으나 누구보다 ‘문재인 바람’에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하는 인물이 그 였던 것이다.
◇흔들리는 박근혜 대세론…‘2강구도’ 비상한 관심
문 이사장의 돌풍에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론 마저 흔들리고 있다.
다수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세론이 아직까지 ‘현실’이라고 보지만, 과거 대선에서 대세론을 누리다 한순간에 무너졌던 사례들을 비춰 볼 때 언제든 대세론이 무용지물이 될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야권에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문 이사장의 ‘양강구도’가 구축된 것도,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여권의 박 전 대표 상황과 대비된다. 건강한 경쟁자가 없는 박 전 대표가 느슨해질 수 있는 공산이 큰 반면, 건전한 경쟁구도를 구축한 야권의 문 이사장의 파급력은 시간이 갈수록 역동적인 상황을 흐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론조사에서 드러나는 지지층의 구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박 전 대표의 지지층 20~30%가 호남·민주당 지지층·진보성향인 것으로 집계된다. 선거가 다가오고 야권 단일후보가 부각된다면 이 지지층들은 야권단일화를 이룬 후보 쪽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문 이사장으로서는 자신으로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정대 유리한 조건을 갖춘 셈이다. 이 경우 현재 거론되는 박근혜 대 문재인의 ‘2강구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다. 차기 대선구도가 언제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 불고 있는 문재인 바람을 그냥 지나가는 바람으로 치부해버리기엔 그 파급력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향후 문 이사장이 ‘야권통합’의 상징적 인물로 추대되는 순간 그 탄력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야권통합에 향후 그의 정치미래가 달려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문재인의 일거수일투족에 눈과 귀를 고정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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