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장우진 기자] 국내 금융지주사를 대표하는 인물인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과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의 회장이지만 이 둘은 취임과정부터 여러 가지 행보에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어 회장은 최근 ‘어윤대 효과’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지난 2분기 KB금융 실적을 사상 최대로 끌어올렸다. 그 동안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과 노조와의 갈등을 경영능력으로써 이겨낸 것이다.
반면 한 회장은 인사조직에 있어 권력 분산을 통해 의사결정 등에 있어 지주회장이 군림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어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이런 한 회장이 지난 6월말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금융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4대 천왕으로 불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하자, 이후 어 회장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못난 고대를 나와서 그러냐”라고 받아쳤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어 회장이 한 회장의 말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다.
◇강력한 ‘어윤대’-부드러운 ‘한동우’
어윤대 KB금융 회장과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취임과정부터 경영스타일까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어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2년 후배로 지주회장 취임 당시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반면 한 회장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이 ‘신한 사태’로 퇴임하면서 지주회장 자리를 이어받았다. 특히 한 회장은 1982년 신한은행 창립멤버로 취임 이전까지 신한생명 부회장을 지낸 정통 ‘신한맨’이다.
이후 이 둘의 경영스타일도 서로 다른 색을 보여주며 각 지주회사를 이끌어간다.
어 회장은 취임시부터 ‘소통’을 중시하며 소통경영에 나서며 민병덕 은행장도 직원투표를 통해 선출했다. 일각에서는 ‘낙하산 인사’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사내 포퓰리즘’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어 회장의 경영스타일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희망퇴직’을 통해 약 3200여명의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노조의 반발에도 성과향상추진본부·임금피크제 등을 강행하며 KB금융을 이끌기 시작한다. 이 때부터 어 회장의 독선경영이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한 회장은 지난 2월 지주회장으로 취임하며 어 회장과는 다른 대신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취임 당시 신한금융은 ‘친라(親羅)’와 ‘반라(反羅)’로 갈리던 분위기였다. 그러나 한 회장은 이를 서서히 하나로 모았으며, 이에 업계에서는 ‘한 회장의 부드러운 리더십’이 발휘됐다는 평이다.

◇“경영능력? 내가 더 낫지”…박빙
확연히 다른 경영스타일의 두 인물이지만 이에 대한 경영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어 회장은 타고난 경영인이다.
지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고려대학교 총장을 역임하면서 발전기금만 4700억원을 끌어모았다. 이는 한국대학 역사상 최고액이다. 당시 ‘CEO 총장’으로 불리며 “어느 조직이던 리더십은 적용될 수 있다”고 언급해 총장 시절에도 경영자 마인드를 보였다.
어 회장 취임 당시 KB금융은 실적부진에 시달렸다. 그러나 구조조정 등 조직개편에 들어선 후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574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4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올 2분기 당기순이익은 8174억원으로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해 ‘어윤대 효과’를 보여줬다.
신한금융 역시 한 회장 취임 당시 신한 사태로 인해 실적부진에 허덕였다. 그러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6770억원으로 전 분기대비 80%이상 증가했으며, 2분기에는 9647억원으로 ‘1조 클럽’ 가입을 목전에 뒀다.
◇한 회장, 어 회장에게 일침?
어 회장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회장은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각 지주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 때문일까. 최근 한 회장의 의미심장한 발언에 어 회장이 불편한 심기를 보여 회자가 되고 있다.
한 회장은 지난 6월 30일 취임 100일을 맞아 ‘따뜻한 경영’을 내세우며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을 내비쳤다. 의사결정 구조를 하부조직에 분배하고, 권력분산을 통해 지주회장이 군림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금융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4대 천왕으로 불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CEO가 정치적 배경이나 영향력보다 경영능력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계 ‘4대 천왕’은 어 회장을 비롯해,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을 말한다. 어 회장과 김 회장, 이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이며 강 회장은 2009년 대통령실 경제특별보좌관을 지냈다. 서울대 출신이며 정부과 연이 없는 한 회장이 이들 4명을 상대로, 특히 라이벌 관계에 있는 어 회장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다.
공교롭게도 5일 후인 지난달 5일은 어 회장의 취임 1주년이었다. 어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를 의식한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못난 고려대를 나와서 문제되는 것인가”라며 “정부와 친하니까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4대 천왕)이라며 내 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여기 오기 전에도 두 차례에 걸쳐 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실적을 통해 경영능력을 보여줬음에도 여전히 낙하산 인사 논란이 계속되는 것, 특히 한 회장으로부터 나온 이야기라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분위기다.

◇천왕 vs 은행맨…‘한판대결’ 서막
이 둘의 앞으로 행보도 관심을 끈다.
어 회장은 최근 “대기업 고객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언급했다. KB금융은 전통적으로 소매 금융에 강했지만 우량고객인 대기업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또 ‘KB락스타존’을 통해 대학생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KB이미지 개선을 지속하고 있다.
한 회장은 신한 사태로 인해 어수선한 내부분위기 추스르기에 주력했다. 지난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도 지배구조 개선을 중점으로 이야기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한 회장이 구상하는 지배구조는 8월중 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래의 신한금융의 길을 ‘해외진출’로 꼽으며, 포화된 국내시장에의 경쟁보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진출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어 회장)’과 ‘현장을 부딪혀온 은행맨(한 회장)’의 대결에 아직까지 누구의 손을 들어주기는 이르다. 그러나 한 회장이 구상하는 지배구조 시스템이 드러나는 올 하반기, 어느 쪽이 행보가 정답이 될지 눈여겨볼만 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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