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장우진 기자]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신규 가계대출을 전면중단에서 선별적 재개에 나섰다.
이는 권혁세 금감원장이 보험회사 CEO들과의 간담회에서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은 전면 중단에 대한 비판을 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소비자들의 더욱 혼란이 가중돼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7일 금융당국은 가계부채가 위험수준까지 계속 증가하자 시중은행들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압박조치를 취했다. 지난 6월말 발표된 가계부채 종합대책 시행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되자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을 대상으로 압박을 가했으며, 이에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전면 중단이라는 특단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이 같은 방침에 은행이 결국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으며, 주택자금과 관련한 대출도 막혀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집값폭락의 불안감도 조성되자 금감원은 하루만에 입장을 바꿨다.
이 같은 금융당국과 은행들의 무책임한 행동과 책임떠밀기에 결국 금융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중돼 책임있는 대처가 필요했다는 분위기다.
◇시중은행, 가계대출 선별적 재개
시중은행들이 신규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에서 선별적 재개에 나섰다.
농협·신한·우리은행 등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월의 0.6% 이내로 맞추라’는 공문을 보냈으며, 이를 지키지 못할 시 강도 높은 감사를 행하기로 했다며 당국의 조건을 지침을 맞추기 위해 대부분의 가계대출을 이달 말까지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농협은 모든 대출부분에 대해 중단했다. 지난 17일 기준 8월 대출증가율이 전월에 비해 0.84%나 증가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이 증가했고 그만큼 가장 강력한 중단카드를 꺼내들었다.
신한은행은 8월 대출증가율이 0.57% 증가했다. 7월에는 전월대비 무려 1.03%나 증가해 이달만큼은 필사적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신한은행은 금리안전모기지론(기본형)·비거치식 분할상환방식 대출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출을 중단했다.
그러나 이 같은 중단에 서민들은 지나친 정책추진이라며 불만이 폭발했다.
주택담보대출이 막히면서 실수요자 뿐만 아니라 생활자금이나 주택 구입 등이 꼭 필요한 일반 서민들은 결국 은행대출이 막히면서 대출금리가 높더라도 제2금융권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모씨(여·36)는 “당장 다음달 1일이 잔금지급일인데 갑자기 대출을 중단하면 어떡하라는 거냐”라며 “당장 잔금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으면 그 높은 이자는 정부가 내주기라고 할꺼냐”고 분노했다.
부동산 우려에 대한 목소리도 높았다.
D공인중개사 김준석 과장은 “주택자금 대출 등이 막힘에 따라 가뜩이나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이 더 침체될 수 있다”라며 “결국 자금줄이 막혀 시장활성화가 안되고 이로 인한 집값하락은 시장안정이 아닌 부동산 붕괴라고 봐야한다”며 금융당국의 방침에 일침을 가했다.
한 은행관계자도 “은행들이 대출을 못하게 하면 결국 은행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꼭 필요한 상황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 서민들은 결국 제2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밖에 없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하며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권혁세 “그래도 필요한 사람은 해줘야…”
이 같이 금융권 안팎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금감원은 하루 만에 입장취하기에 나섰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보험회사 CEO와의 조찬간담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에게 “(시중은행들이) 대출의 우선순위를 매겨서 꼭 필요한 자금은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시중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종합대책 참여의 일환으로 대출을 중단한 것에 대한 비판을 가한 것이다.
권 원장은 “은행들이 월별로 (대출)관리를 해야하는데, 이달 중에 많이 나가다 보니 이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시중은행들의 대출 중단 사태 원인을 지목했다.
하지만 권 원장은 “은행이 전체 대출을 관리하면서 세밀한 운용기준을 만들어야 지점 등에 지도와 교육을 해 꼭 필요한 사람들이 대출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달에 (대출 증가가 기준으로 정한) 0.6%를 초과했으면 다음달에 좀 줄이는 신축적인 대응을 해야지 갑자기 줄이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권 원장은 “(은행들에게) 원별 (대출) 우선순위를 지도하겠다”면서 “은행들이 알고 있을 것이고, 필요한 대출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권 원장의 이와 같은 발언에 금융당국의 지시에 은행들이 다소 감정적으로 대처한 것에 불편한 심경을 표출했다는 의견이다.
◇금융당국-은행 ‘책임떠밀기’에 서민들만 혼란
그러나 권 원장이 은행들의 신규대출 전면중단 하루만에 입장취하기에 나서자 금융당국과 은행들의 무책임한 행동에 금융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압박에 은행들은 신규 대출중단이라는 감정적 카드를 꺼내들었고, 이에 금융소비자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강하게 표출하자 금융당국이 다시 사태진정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서로 책임떠밀기에 나섰다.
은행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시한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월의 0.6% 이내로 맞출 것’이란방침을 이행하지 못하면 감사를 받게 되는데 은행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시중은행들에 대한 가계대출과 관련한 공문을 보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즉 가계대출 중단에 금융당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책임 떠넘기기에 일각에서는 ‘그래도 금융당국의 압박이 있었기에 은행이 대출을 준단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즉 대출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은행들이 대출을 중단하는데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중단의 빌미를 제공했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결국 가계부채 감소를 위한 대책은 결국 금융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중한 꼴이 됐다.
또 은행들은 가계대출 0.6% 이내로 맞추는 것에 혈안이 돼 무분별한 대출을 제재하는 만큼 선의 금융피해자도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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