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 창구를 통해 계좌를 개설하는 투자자들이 폭증했습니다. 장이 빠지면서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개미들인데 아무래도 금융위기의 학습 효과 때문인 것 같습니다”
8월 들어 미국과 유럽발 악재로 국내 증시가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최대치로 폭락했다. 여기저기서 주가 폭락에 망연자실한 투자자들이 즐비한 가운데 증시 문을 두드리는 투자자들도 급증해 주목된다. 이른바 ‘스마트 개미’들이다. 과거 강남 부자들이 폭락장에서 싼 주식을 주워 담았듯 개미들도 적극적으로 주식투자 전선에 나섰다.
특히 증권사마다 신규 증권계좌 개설수가 약 2배가량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투자자 예탁금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장기침체 전망과 유럽 재정위기로 추가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 이들 투자자들의 성공과 실패여부는 이달말 경기회복세 여부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신규 증권계좌, ‘2배증가’ 폭증
최근 키움증권에 따르면 신규 증권계좌 개설수가 7월 하루 평균 880개에서 8월(1~12일) 1830개로 2배나 늘었다. 이는 코스피지수가 오름세를 보이던 1월 하루 평균 1030개보다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지난 10일에는 하루에만 신규 계좌수가 3500개를 기록하면서 9일 3000개에 이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우리투자증권 역시 8월 신규 계좌가 일 평균 758개로 7월(일 평균 434개)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달 중순도 안 돼 7578개가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월말까지 급증세가 이어질 경우 1월(1만1596개) 신규 계좌 개설수를 넘어설 전망이다.
대형 증권사인 A사는 7월에는 신규 계좌 개설수가 하루 평균 258개에 그쳤지만 8월 들어 하루 평균 445개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현재까지 신규 계좌 수는 7월 5153개에 육박한 4447개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7월 하루 평균 470개에서 8월 692개로, 또 다른 중대형 증권사는 215개에서 481개로 모두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주식거래가 일어나는 활동계좌도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12일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1859만개로 지난해 말 758만개보다 5.7% 증가했다.
주식을 당장 매수하기 위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신규 계좌 개설과 함께 증시 주변을 배회하면서 주식 투자의 기회를 엿보는 투자자들이 늘었다는 반증이다.

◇투자자예탁금 ‘20조는 우습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20억6280억원으로 7월 말 17조2814억원보다 19%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말(13조7020원)에 비해 무려 50%나 증가한 수치다.
투자자 예탁금은 주가가 폭락한 2일 17억4857억원에서 계속 증가해 지난 9일에는 21억2750억원으로 20억원을 돌파했다. 이후 10일 22억6552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예탁금이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 머니의 유입 때문”이라며 “마이너스 실질 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투자 자산인 주식시장 유입 기회를 엿보던 시중 자금이 최근 20% 가량이 급락한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신용매수 주식의 담보 비율 하락 또는 담보 부족에 따른 현금 입금도 예탁금 증가에 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4거래일간 신용융자 잔고가 1조 원가량 감소했는데 이처럼 신용 담보부족에 따른 현금 상황 또는 담보 비율을 높이기 위한 현금 입금이 예탁금을 증가시켰다는 설명이다.
◇성공보장? 위험한 과식일 수도
이 밖에 시장 급락으로 자문사들이 로스컷(손절매)에 나서면서 일부 자문형랩의 주식 비중을 90%에서 70%로 낮추는 등 현금 비중이 상당 부분 증가한 것도 원인으로 풀이된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투자자 예탁금은 시장에 후행하면서 추종하는 흐름을 보여 왔지만 최근에는 주가 급락 과정에서 자금이 급속히 유입됐다”며 “그만큼 부동자금이 풍부한 가운데 뚜렷한 투자 대안을 찾지 못하는 자금들이 주가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유입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가격 매력이 희석되고 난 후에도 지속성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 어렵지만 변동성 국면에서 지수의 하방 경직성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개미들의 위험한 과식’이라는 농담섞이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장기화 전망이 나오고 있고, 그 외 잠재돼있는 위험리스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폭락장에서도 주식을 사들였던 개미들의 투자가 실패가 아닌 성공으로 이어질 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라는 의견이다. 미국이 장기 침체에 들어간다는 전망과 함께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쉽게 가시지 않을 경우 추가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증시가 8월 말까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일 지 여부에 따라 개미 투자자들이 웃을 지, 울을 지가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투자자들은 글로벌 주식시장이 패닉에 빠졌을 때 펀더멘탈 훼손이 제한적이라면 적정수준으로 강한 되돌림이 발생할 것으로 믿어왔다”며 “다만 유로존 국가부채 이슈가 쉽게 소멸되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시 하락할 위험이 잠재돼 있고,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커진 만큼 낙관했던 것들의 변화가 수개월 후에 상당한 저항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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