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장직을 전격 사퇴하고 차기 서울시장이 누가 될 것인지 정가 안팎으로 관심이 뜨겁다. 지난 26일 시장직에서 사퇴한 오시장의 퇴임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서울시장직까지 걸어가며 추진했던 전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가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하며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로 직접적으로는 182억이라는 국민의 혈세가 낭비됐고,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지난 9개월간 보수-진보 양측간 벌여온 논쟁으로 들어갔을 사회적 비용은 추산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10.26 재보권선거에서 서울시장직을 놓고 한판 대결이 불가피하게 됐다. 벌써부터 여야 유력 서울시장 후보의 각축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나경원, 원희룡, 한명숙, 박영선 의원 등이 자천타천 포스트 서울시장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이미 민주당의 김한길 전 의원과 천정배 최고위원이 서울시장직 출마를 선언했다. 특히 여성 후보들이 뚜렷한 강세를 보이며 한 일간지 여론조사 결과 한명숙 전 총리와 나경원·추미애·박영선 의원등이 상위권을 달리며 분위기가 한껏 달궈지고 있다.
◇吳, 대권·시장직 올인 유권자 관심밖 패배
이번 선거결과로 정치권의 손익계산도 분주하다. 여권은 ‘절반의 승리’는 이뤘다는 자조섞인 평가속에 전체적으로는 수세에 몰리게 됐고, 반면 야권은 당장 10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총선에 긍정적인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 오세훈 시장을 무릎 꿇게 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따른 파장과 향후 정국지형도를 살펴본다.
24일 치러진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율 33.3%를 넘지 못해 무산된 가운데 시민과 네티즌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적 승부수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여당의 지원 없이 오 시장의 결단만으로 20% 중반의 투표율을 보인 것은 상당한 성과라며 향후 오 시장의 정치 행보에 기대를 거는 평가도 있었다.
시민과 네티즌들은 이날 투표가 끝나기 전부터 높은 관심을 보이며 각자의 의견을 쏟아냈다. 특히 이번 투표가 무산된데 대해 ‘당연한 결과’라며 ‘시장직 사퇴 및 대선불출마’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오 시장은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수차례 파장이 큰 정치적 승부수를 던져왔고, 이런 승부수들은 지금까지 늘 그에게 성공을 안겨줬다.
정계 입문 전 변호사로 활동했던 그는 대기업을 상대로 한 아파트 일조권 소송을 맡아 승소해 헌법상의 환경권이 실질적인 권리로 인정받는 최초의 사례를 만들었다.
16대 국회의원 시절에는 이른바 ‘오세훈 선거법’으로 불리는 정치개혁 관련법 개정을 주도했다. 오세훈 선거법은 국회의원들에 대한 기업후원금 금지, 연간 100만원 이상 고액 기부자 실명 기재, 모금 한도액 하향 조정 등의 내용을 담은 것으로, 이 법은 정치문화의 변혁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남경필·원희룡·정병국 의원과 함께 ‘미래연대’를 이끌었던 오 시장은 ‘5·6공 인사용퇴론’, ‘60대 노장 퇴진론’을 주장하며 당내 인적쇄신에 나섰다.
이어 자신의 홈페이지에 “고언을 드립니다. 박수를 받으면서 떠나십시오”라는 글을 올리고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재선이 유력했던 서울 강남 을에서 불출마를 선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한명숙 후보와 경합하며 한 차례 위기를 겪었지만 결국 한 후보를 제치고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서울 최초의 재선시장’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오 시장이 던진 ‘주민투표’ 승부수가 서울시민들의 부정적 여론의 의해 좌절되면서 그는 낭떠러지로 내몰리게 됐다. 지나친 자신감이 낳은 오판이 문제였다. 승승장구하던 오 시장은 이번 실책으로 모든 것을 잃게 됐다. 차기 대권주자라는 타이틀도, 서울시장직도 무너졌다. 시민들이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해준 시장직을 자신의 손으로 버렸다는 비판도 계속 그를 따라다닐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오 시장이 승부사 기질을 되살려 ‘복지 포퓰리즘 저지에 맞선 보수의 아이콘’으로 부활, 차차기 대선에서 멋지게 부활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 사안을 겪으며 보여준 오 시장의 독단적 모습이 그의 최대 장점이던 ‘깨끗하고 강인한 합리적 중도보수’라는 이미지를 무너뜨린 것은 매우 치명적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오 시장이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투표를 진행하고, 시장직을 걸어 파장을 키우고 스스로 정치적 생명을 끊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10.26 재보선 유력 서울시장 후보군 ‘대격돌’ 예고
포스트 서울시장, 유력후보 속속출마 ‘여성 강세’
오 시장이 주민투표에 낙담하고 시장을 사퇴하자 벌써부터 여야 유력 정치인들이 포함된 차기 서울시장 후보자가 거론되고 있다. 당장 10월26일로 예정된 재보궐선거에서는 서울시장 선거전은 대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10여명이 후보군 중에는 특히 다수의 여성후보들이 포함돼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가운데 여당에선 나경원 최고위원이 남여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고, 뒤를 이어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전여옥 의원의 이름도 올라오고 있다. 또 맹형규 현 행정안전부장관, 박진 의원, 권영세 의원도 물망에 올랐다. 야권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와 추미애 의원, 박영선 의원 등이 지지도 상위권에 오르며 차기 여성시장으로서의 야망을 꿈꾸고 있다.
이중 한나라당에서는 지난해 서울시장 경선에서 오 시장과 경합을 벌였던 나경원 최고위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장 경선에서 나 최고위원과 단일화를 이룬 원희룡 최고위원 역시 거명되고 있으나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원 최고위원은 지난 7·4 전국 당 대회 출마 과정에서 내년 총선 및 서울시장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여권이 불리한 상황에서 나설 수 있는 친이(친이명박)계 대표 후보라는 점에서 출마가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었다.
이 밖에 서울 종로구에 지역구를 둔 박진 의원, 서울 영등포구의 권영세 의원, 서울 영등포구갑의 전여옥 의원 등이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오 시장이 주민투표 패배로 상대적으로 유리한 여건을 확보한 야권에서는 차기 후보로 누가 나오는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민주당에서는 우선 당 내 대표적인 ‘저격수’로 분류되는 박영선 정책위의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나경원 최고위원이 나설 경우 민주당에서도 경쟁력 있는 여성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오 시장 사퇴 시점과 맞물려 한 일간지가 조사한 여론 지지도에서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의외의 지지율 1위 자리를 지키며 판세를 쉽게 전망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또한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 과정에서 투표 거부 운동에 직접 나선 이인영 무상급식대책특위위원장과 김성순 서울시당협위원장 및 당 서울시 수해진상조사단장인 전병헌 의원등도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원외 인사로는 김한길·이계안 전 의원과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또 천정배 최고위원이 25일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함으로써 서울시장직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이들 10여명의 후보군이 차기 서울시장을 놓고 벌일 한판 경합에 정치권 안팎이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오세훈식 밀어붙이기 정치가 이들에게 어떤 정치적 실이익을 가져다줄지 후보들의 물밑 치열한 수 싸움도 본격 가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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