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장우진 기자]정부의 주유소 압박정책에 결국 정유사와 주유소업계가 들고 일어났다. 특히 주유소업계는 ‘동맹휴업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대처에 나섰다.
정부는 최근 고공으로 치솟은 기름값 인하를 위해 대안주유소 확대와 유통 장부확인 등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장부공개에 대해서 정유사는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주유소업계는 5%에 불과한 마진조차 고유가 책임으로 몰고가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대안주유소에 대해 주유소업계는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는 주유소가 66.8%’나 된다며 만약 이를 강행할 시 동맹휴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유가잡기, 발벗고 나섰다
최근 정부가 고공으로 치솟은 고유가를 잡기 위해 특단의 카드를 꺼내들자 정유사와 주유소업계가 강한 반발에 나섰다.
정부는 최근 가격 정보 공개 확대를 골자로 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고 관계 업체들의 의겸수렴에 나섰다.
이 법안은 △정유사가 대리점에 공급하는 가격을 추가 공개하고, △주유소에 대한 공급가격도 직·자영을 구분해 발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기존 주유소에 비해 리터당 100원 가까이 싼 대안주유소를 전체 주유소의 10%까지 늘리고, △특별시와 광역시에만 허용하는 마트 주유소를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실질적으로 주유업계에 강한 압박을 가해 고유가를 잡겠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유사, 비밀 공개하고 장사하라고?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정유사와 주유소업계는 ‘정부는 당장 기름압박 정책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정유사들은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의도대로 공급가격을 공개하게 되면 석유유통 단계별로 기름값 마진 확인이 가능해져 거품을 거둬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영업기밀 누설 등 법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입장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공급가격을 공개한다는 것은 결국 영업기밀을 다 공개한다는 것인데 업체로써 이를 이해할 수 있겠느냐”라며 “우리 뿐만이 아니라 다른 경쟁사들도 공급가 공개에 대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직·자영주유소를 구분해 공급가격을 발표하라는 것도 논란의 소지가 많다. 자영주유소 입장에서는 가격차이에 대해 불만이 제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유가를 잡는다는 명분하에 개입한 정부의 정책은 결국 주유 유통구조에 혼선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주유소간 불화를 조장해 추후 더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 정유사 입장이다.

◇“여차하면 동맹휴업 불사하겠다”
주유소업계의 반발은 한층 더 거세다. 정부가 정책철회를 하지 않을 시 동행휴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정부가 추진 중인 유통가격 공개 부분에는 정유사 뿐만 아니라 주유소업계도 대상에 포함돼있다.
법안이 통과될 시 개별 주유소는 정부에 보고하는 거래상황기록부에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구매한 가격까지 기입해야 한다. 즉 정유사의 유통가 공개부터 따져보면 정유사-대리점-주유소로 이어지는 유통구조의 공급가격을 확인할 수 있어 기름값 거품을 거두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유소 입장에서는 영업마진이 공개되는 만큼 이번 법안이 꺼려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주유소업계를 폭발하게 한 부분은 바로 대안주유소의 확대방침이다.
최근 주유소협회는 서울 팔래스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부의 주유소 압박정책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협회는 그 동안 정부가 고유가 책임을 주유소업계에 떠넘겼을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주유소 도입 등 출혈경쟁으로 인해 대다수 지역 소상공인의 생계기반을 붕괴시켰다고 주장했다.
협회 관계자는 “지속적인 주유소 압박정책이 진행되면서 업계의 불만이 폭발직전”이라며 “회원의견을 모은 결과 동맹휴업 등 단체실력 생사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88%로 압도적이었다”고 밝혔다.
협회는 지난 12~16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8%가 동맹휴업에 찬성했으며, 궐기대회(6%), 현수막게시(5%), 어깨띠 착용(1%)에 비해 압도적인 지지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러 협회 관계자는 “출혈경쟁으로 인해 전체 주유소 가운데 손익분기점을 넘기 못하는 주유소(월평균 1000드럼 미만)가 66.8%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또 “대형마트 주유소 확대 시 지역경제, 특히 지역 소상공인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정부가 주유소 압박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동맹휴업도 불사할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정재훈 ‘주유소업계, 불만갖을 일 아니다’
그러나 주유업계의 반발에 지식경제부가 사태진화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정재훈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고 ‘주유소업계 달래기’에 나섰다.
정 실장은 “정부가 어려운 주유소만 압박한다고 성토를 하면서 단체행동을 불사하겠다고 했답니다. 그럼 과연 정부가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주유소만 탓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4개 정유사의 독과점 체제로 되어 있는 석유유통시장을 개혁하기 위해 성역없이 모든 대안을 검토중에 있다”며 “정유사가 일방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는 현 시스템을 개선하여 주유소에도 상당한 협상권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라며 정부의 입장을 대신 표명했다.
그러나 주유소업계가 유통가격 공개 뿐만 아니라 대안주유소에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에는 답을 내놓지 못해 정부의 기름값 잡기 정책추진은 많은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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