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약가인하 후폭풍을 견디기 위한 방안으로 현금확보에 나섰다.
보건복지부가 약가인하를 공식발표함에 따라 제약업계는 호소문 발표와 서명운동 등을 펼치며 반발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약가인하 후폭풍은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제약사들도 이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특별한 대안을 못 내놓고 있는 가운데 고육지책으로 택한 방법은 현금확보를 통한 ‘버티기’로 보인다.
약가가 반토막난 상황에서 대부분의 업체가 구조조정 등 어려움을 겪는 동안 2~3년간 무사히 버틸 수만 있다면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연구개발 투자와 실적이 있다면 정부지원을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어 제약사들은 ‘투자’와 ‘현금확보를 통한 버티기’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는 양상이다.
◇제약협회, 대국민 호소문 발표·서멍운동 전개
정부의 8·12 약가인하 방침에 제약협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제약협회는 ‘국민여러분, 3조원 약값 인하의 미래를 아십니까’라는 대국민 호소문을 일간지에 게재했다.
제약협회는 호소문을 통해 △일시적으로는 약가가 줄겠지만 2~3년 뒤에는 오히려 몇 배 더 부담해야 할 것 △대량실업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 야기 △약가인하 경우, 세계의약품시장의 구경꾼으로 전락할 것 등을 주장했다.
대만 등 동남아 국가들은 자국 제약기업이 무너져 외국 약에 의존하며 높아진 약가를 관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정부는 약가가 높다고 주장하지만 환율 기준으로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중 최하위라는 분석이다.
또 연간 3조원의 약가가 일시에 인하하게 되면 제약기업들은 30% 상당의 매출이 급격하게 감소하게 돼 강력한 구조조정을 일으켜 8만 제약인 중 2만명의 실직사태가 불가피할 것을 우려했다.
이어 제약산업은 한·미 FTA 최대 피해업종 중 하나로, 여기에 3조원의 약가인하가 더해지면 제약산업은 외국 약 판매상으로 전락하게 된다며, 이로 인해 매년 배출되는 의약학 대학생과 우수한 연구인력의 설자리도 그만큼 줄어들게 되며, 정부가 추진하는 제약산업 신성장동력화 정책도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약협회는 “정부가 2009년 신종플루 사태 속에서 국가의 자존심을 지켜낸 필수 기간산업을 포기하려 하고 있다”며 “논리도 근거도 희박한 무차별적 약가인하는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제약협회는 각 회원사에 약가 일괄인하 반대 서명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하고 8만 제약인의 의지를 담은 반대 서명운동은 전개하기로 했다.
제약협회는 정부의 무차별적이고 일방적인 약가 인하는 제약산업의 존폐와 관련되며 종국에는 국민의 건강권마저 외국에 의존해야 된다는 점을 정부의 관계요로에 건의한 바 있다.
정부의 발표대로 일괄 약가 인하가 진행될 경우 제약산업은 크게 위축되어 제약업에 종사하는 8만 제약인중 상당수의 대량 실업 발생과 국내 제약산업의 붕괴로 이어져 결과적으로는 국민의 약가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 있음을 알리기 위해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현금확보 통한 ‘버티기’ 돌입?
이 같은 협회의 반발에도 제약사들은 현실적으로 약가인하에 따른 후폭풍을 맞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약사들은 약가인하에 의한 위기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을 고심하고 있으나 을 특별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제약사들이 내린 결론은 현금확보를 통한 ‘버티기’ 돌입이다.
약업닷컴에 따르면, 제약사들은 ‘망하느냐 생존하느냐’ 기로에서 결국은 ‘버티는 것이 살아남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며, 생존자금 확보가 중요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약가인하는 현재 특허 만료된 오리지널 약값은 원가의 80%, 첫 복제약은 원가의 68%로 책정하도록 돼있는데 이를 53.55%로 낮추기로 했다. 약가인하가 진행되면 건강보험에 등재된 1만4410개 의약품 가운데 8776개 품목 가격이 평균 17% 낮아지게 된다.
또 특허 만료 1년후부터는 안정적인 공급과 복제약의 빠른 등재를 유도하기 위해 오리지널약과 복제약 모두 원가의 59.5~70% 수준으로 완화키로 했다. 즉 약가가 53.55%까지 낮춰지면 거의 ‘반토막’ 나는 상황이다.
진 장관은 약가인하 방침과 관련해 “될성부른 기업들에 대해선 글로벌 제약사로 키워야지, 안주하게 만들어선 미래가 없고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랑 판단을 했다”고 밝힌바 있다. 즉 부실기업 및 경쟁력이 약화된 기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통해 업계에서 퇴출시키고, 성장가능성이 높은 제약사들만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미다.
제약사들은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기업보다 오래 버티는 것이 중요한만큼 ‘현금확보’를 통해 살아남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신약 등 연구개발도 중요하지만 현재로써는 살아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현금확보를 통해 2~3년정도 버티면 이후 기회가 다시 올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투자’-‘현금확보’…제약사의 딜레마
그러나 제약사들은 현금확보조차 쉽지 않을 예정이다.
정부는 ‘연구개발(R&D) 확대를 통한 글로벌 제약사 육성’과 관련, 일정규모 이상의 신약 연구개발 투자 실적과 글로벌 진출 역량을 갖춘 제약기업을 선정, 집중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즉 제약사들이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대대적 연구개발 투자가 이뤄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금확보를 통한 버티기와 정부지원을 위한 투자 사이에 딜레마가 발생하게 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지원을 받게되면 장기적으로 성장의 발판이 될 수도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투자만큼 성과를 보여야만 하고, 2~3년 안에 신약 등 글로벌경쟁력을 갖춘 약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해 제약사들의 고민은 깊어져만 가고있다.
일각에서는 약가인하 방침이 너무 가혹한 만큼 대국민 선전 등을 보다 강화해 정부의도를 완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리베이트 사태로 인해 제약업계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만큼 여론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진퇴양난에 빠진 제약업계 상황에 한 제약사 관계자는 “지나친 약가인하는 결국 글로벌 제약사로의 발전을 저해한다”며 “살아남는 것에 급급한 제약사들이 연구개발에 몰두할 수 있겠느냐. 이는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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