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끝난 2007 ‘하투’

장해리 / 기사승인 : 2007-09-27 14: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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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삼호重·현대차, 역사적인 첫 ‘무분규 타결’

16년 · 10년만에 파업 악순환 마감…환영 일색
여론악화·조합원 파업 반대 ‘무분규 타결’ 이끌어



현대자동차, 현대삼호중공업 등 전통적으로 노조가 강한 사업장들이 올해 들어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9일 무분규 임단협 타결에 합의함으로써 1997년 이후 10년 만에 파업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으며, 현대삼호중공업 또한 16년 만에 처음으로 무분규 타결을 이뤄냈다.


강성 노조가 대표적이었던 이 두 회사는 98년과 92년 파업을 시작한 이래 매년 파업을 해 왔고, 해마다 근로자의 임금이나 복지와 관계없는 각종 정치파업까지 벌여 지역주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합원들 사이에서 파업 자제의 목소리가 확산됐고, 노조 집행부들의 바뀐 태도가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냈다. 업계는 이번 무분규 타결이 다른 사업장의 노사협상에 좋은 선례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 현대삼호重?현대차 ‘무분규 타결’

세계 5위 조선업체인 현대삼호중공업이 지난 18일 16년 만에 처음으로 분규 없이 노사협상을 타결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올해 단체교섭을 사상 첫 무분규로 잠정 합의해 협력적 노사문화를 이뤘다”고 밝혔다.


현대삼호중공업 노조는 삼호조선소가 착공된 지난 1992년 이후 15년 동안 매년 파업을 벌여 전체 파업일수만 총 424일에 달했다. 특히 1999년에는 고용승계 등을 요구하며 79일간 옥쇄파업을 벌였으며 근로자의 임금이나 복지와는 무관한 각종 정치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올해 현대삼호중공업이 무분규로 교섭을 마무리 지은 것은 조합원들의 파업반대 목소리가 한몫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5월 노조집행부가 ‘한미 FTA 반대’를 주장하며 파업을 강행하려다 조합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집행부 전원이 사퇴하는 파행을 겪었다.


이후 8월 노조선거를 통해 뽑힌 새 집행부는 그동안의 강경 투쟁방식에서 벗어나 조합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약속했다. 현대삼호중공업 관계자는 “매년 20% 이상의 매출신장을 기록하며 세계 5위 조선기업으로 위상을 다졌지만 해마다 재발하는 만성적 노사분규가 회사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며 “올해 무분규 타결은 회사의 비약적 발전을 향한 전환점이자 서남권의 산업평화를 다지는 초석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7일 현대차노조가 10년 연속 파업의 고리를 끊고 임단협을 무파업으로 타결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동안 노동계 하투의 시금석 역할을 해오던 현대차노조는 조합원 77.09% 찬성이라는 결과를 이끌어 내며 지긋지긋한 파업의 악순환을 끊는데 성공했다.


1987년 창업 이래 주로 정치파업만 해오던 현대차노조는 98년 구조조정을 계기로 사측과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았으며, 그것이 오늘까지 노사 모두를 지치고 힘들게 만들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1월에 성과급투쟁을, 6월에는 금속노조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투쟁을 파업으로 연결하는 등 강경 파업이 이어질 분위기였던 노조는 울산 시민 등 국민의 비난과 조합원 사이에서 파업 자제의 목소리가 확산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여줬다.


노조측은 4일부터 합법적인 파업에 돌입할 수 있었음에도 파업을 잠정 유보하는 등 성의 있는 자세로 협상에 임했으며, 사측 또한 실질적인 협상안을 일괄 제시해 노조의 입장을 존중했다. 그 결과가 10년 만의 임단협 무분규 타결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장규호 노조 공보부장은 “노조가 끝까지 최선을 다한 것에 대해 조합원들이 화답한 것이며 앞으로 노조는 국가경제 발전과 회사 경쟁력 제로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국민들과 조합원들에게도 신뢰받을 수 있는 노동조합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다른 사업장?지역에 긍정적 영향

이 같은 결정으로 현대삼호중공업 노사는 △기본급 9만원 이상 △성과금, 통상 임금 330% △노사화합 격려금, 통상임금 기준 200% △생산성 향상 격려금, 통상임금 100% 지급 등에 잠정 합의했다.


현대차노조도 △임금 8만4000원 인상 △경영목표 달성 성과금 100%, 하반기 생산목표 달성 100만원 △경영실적 증진 성과금 200%, 품질향상 격려금 100만원 지급, 상여급 750% 지급 등에 합의했다. 특히 현대차 직원들은 이번 추석을 전후해 기존 월급 외에 800만원 가량의 목돈을 추가로 받게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에 직원들이 받게 될 돈은 ‘성과급 200%+일시금 200만원+추석상여금 50%+귀향비 80만원+임금인상 소급분(1~8월분)+9월분 급여(통상급+부가수당)’ 등으로 1000만원을 웃돌 것”이라며 “예년 파업기간 동안 100만원 이상씩 임금손실분이 발생했지만 이번 무분규 타결로 임금손실분이 직원 수입으로 돌아가는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는 이번 무분규 타결이 일부 노조와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운동은 분위기가 좌우해 한번 파업이 발생하면 등불 같이 번지고 흐름이 안정되면 그렇게 흘러간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사례가 대화를 통한 노사합의라는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업의 가장 큰 피해자였던 울산과 광주 전남 시민들도 이번 타결을 환영하며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이다.
광주 전남지역의 경제계 관계자는 “분규사업자의 오명을 벗고 상생과 협력적 노사문화로 돌아선 것은 지역 내 투자유치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반가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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