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계란 파동’과 먹거리 물가 인상이 이어지면서 서민들의 주머니에 대한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최순실·박근혜로 인한 국정농단 사건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가격을 올린다는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 알 낳는 닭 20% 도살…‘계란 대란’ 장기화 조짐
23일 AI의 여파로 국내에서 사육 중인 알 낳는 닭 5마리 중 1마리 이상이 도살 처분돼 ‘계란 대란’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인 2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0시 현재 산란계(알 낳는 닭) 1532만4000마리가 도살됐다. 전체 산란계 사육 규모 대비 21.9%다.
번식용 닭인 산란종계 역시 이미 전체 사육대비 38.6%에 해당하는 32만7000마리의 산란종계가 도살 처분됐다.
산란계 농가를 중심으로 AI 피해가 집중되면서 도살 처분된 가금류는 2231만6000마리나 된다.
신고 건수 역시 총 99건으로 100건에 육박한 가운데 89건이 확진됐고 나머지 10건은 검사 중이다.
방역당국은 전날 들어온 의심 신고 접수 건수 중 전북 김제 용지면의 산란계 밀집 지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확진 농가와 예방적 도살처분 후 검사 과정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곳까지 포함하면 AI 양성농가는 231곳에 달한다.
이와 별도로 야생조류에서는 H5N6형 25건, H5N8형 1건 등 총 26건이 고병원성 AI로 확진됐다.
산란계 농가를 중심으로 피해가 확산하자 정부는 당장 계란이 모자라는 상황이긴 하지만 바이러스 확산 차단에 초점을 맞춰 방역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오는 27일까지 전국 AI 발생농가 반경 3㎞ 이내에 있는 계란 반출을 금지한 정부는 반출 금지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이 조치도 연장할 방침이다.
방역대 외에서 알 운반차량이 이동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세차 증명서 휴대 및 농가 제출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또 살아있는 닭을 통한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있다고 보고 전통시장과 가든형 식당으로의 토종닭 유통을 전면 금지한 정부는 토종닭 시장 격리 추진 시 필요한 자금과 도계장 및 냉동 보관창고 확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주류·음료, 서민 먹거리 연이은 ‘가격 인상’
계란값 인상과 함께 서민 먹거리 가격이 연이어 오르면서 물가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계란값 인상에 따른 관련 제품 인상과 함께 주류·음료 등 이와 무관한 제품까지 연이어 가격을 올리는 추세다.
하이트진로는 오는 27일부터 하이트와 맥스 등 맥주 제품들의 출고가를 평균 6.33% 인상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따라 대표 브랜드인 하이트와 맥스의 500㎖ 한 병당 공장 출고가는 기존 1079.62원에서 1146.66원으로 67.04원 오른다.
하이트진로에 앞서 지난 1일에는 오비맥주도 지난달 1일부터 카스, 프리미어OB, 카프리 등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 인상한 바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맥주 원료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 제외와 공병 사용 취급수수료 인상,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며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인상률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맥주 뿐 아니라 라면, 제빵 등 업계도 줄줄이 가격인상에 나섰다.
농심은 지난 20일 라면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5.5% 인상했다. 인상 대상 품목(브랜드)는 전체 28개 가운데 18개다.
이에 따라 신라면은 780원에서 830원으로, 너구리는 850원에서 900원으로, 짜파게티는 900원에서 950원으로, 육개장사발면은 800원에서 850원으로 각각 올랐다.
최근 출시된 짜왕, 맛짬뽕 등에 대한 가격 인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농심 관계자는 “이번 라면가격 인상은 2011년 11월 마지막 가격조정 이후 누적된 판매관련 비용, 물류비, 인건비 등 제반 경영비용의 상승 때문”이라며 “라면이 국민 식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최소한의 수준에서 가격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코카콜라도 코카콜라와 환타 출고가를 평균 5% 상향 조정했다.
또 국내 베이커리 업계 1위 파리바게뜨가 193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6.6% 인상했다. 단팥빵이 800원에서 900원(12.5%), 실키롤 케이크가 1만 원에서 1만1000원(10%), 치즈케이크가 2만3000원에서 2만4000원(4.3%)으로 각각 뛰었다.
이번 가격인상과 관련해 인터넷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최순실 사태에 따른 국정 공백으로 물가 당국의 견제가 느슨해지자 업체들이 기습적으로 가격인상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올해 가을까지만 해도 가격 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물가 당국이나 소비자 반발을 의식해 “검토한 바 없다”고 입을 모으던 업체들이 지난 11월 이후 일제히 값을 올려받는 데는 '최순실 사태'에 따른 정국 혼란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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