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혁과 혁신? 요원하기만 한 행내 문화
지난달 30일 제49대 우리은행장 취임식에서 이광구 행장은 ‘춘천 우리은행 한새’ 농구단을 언급하며 강한 은행으로 거듭나자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이 자리에서 “한새농구단은 4회 연속 꼴찌를 하던 팀이었지만 강력한 리더십 아래 끊임없는 혁신으로 팀워크를 다져 2년 연속 우승을 했다”며 우리은행도 이 같은 길을 가야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때문인지 새해 첫날이었던 지난 1일에는 직접 춘천호반체육관을 방문해 우리은행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농구단과 같은 길을 가야한다는 말만 했을 뿐 그 방향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을 하지 않은 듯하다. 개혁과 혁신의 의지가 은행 내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농구장을 찾는 이광구 행장과 우리은행 임직원들의 자세는 이전과 전혀 다를바가 없다.
우리은행은 우리은행 농구단의 홈 구장인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종종 대규모 행원들을 동원하여 응원전을 펼치는 데, 대부분 행장이 경기장을 찾을 때마다 이 같은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들은 경기장에서 조직적으로 “행장님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며 농구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자사의 직원을 동원하여 팀을 응원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경기와 상관없이 당당하게 행장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는 행위는 대규모 동원 행원들의 농구장 방문 목적에 대해 의구심을 들게 만든다. 농구단을 응원하러 온 것이 아니라 경기장을 찾은 행장에게 충성을 보여주고 외부에 결집력을 과시하고자 하는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순수한 춘천 농구팬들을 들러리로 만드는 모습을 감안한다면 이들의 농구장 방문은 우리은행 팬들에게도 ‘응원’이 아닌 ‘점거’에 불과하다. 내부 결속력과 ‘높으신 분’에 대한 충성을 과시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농구팬들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를 침해하는 부분은 이광구 행장이 강조한 혁신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경기장에 자사의 직원들을 동원하는 모습은 대기업이 스포츠팀을 운영하는 우리나라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여자농구는 물론 모든 종목을 통틀어 동원된 직원들이 행장이나 자사의 대표를 향해 애정을 과시하는 것은 오직 우리은행 뿐이다.

농구단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이순우 전 행장 때 계속됐던 행장에 대한 공개구애는 이광구 행장이 방문한 지난 1일에도 이어졌다.
주변을 면밀히 살피지 못하고 자신들의 내부 시스템과 행장에 대한 지나친 충성심을 과시하는 폐쇄적인 구조가 여전하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던 우리은행 농구단은 위성우 감독 부임 이후 통합 2연패를 달성하며 여자농구의 새로운 강자로 우뚝 섰고, 올 시즌에는 개막 16연승 행진을 이어가기도 했다. 위 감독의 과감한 변화와 뼈를 깎는 노력 속에 선수단이 똘똘 뭉쳐 실력 향상과 함께 이루어낸 성과다. 이 행장이 취임식때 강조한 부분도 바로 이러한 정신일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까지의 모습은 과거와 별 다른 차이가 없다. 희망적인 소식을 발견하기 힘든 내부의 문제에서 벗어나 우리은행의 이름이 가장 높은 가치를 누리는 농구장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함성과 찬사만 누리고 위로를 받겠다는 느낌 뿐이다. 경영진부터 바뀌어야 한다.
이광구 우리은행 행장과 우리은행의 임원들은 전임자들의 발자취를 따라 민영화 실패와 주식 폭락 등 경영 실패에 대한 자위만 할 것이 아니라 농구장을 찾으면 차라리 위기에서 성공을 이루어낸 농구단의 성공비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구태에서 변화 없는 문화와 발전 없는 경영 구조에서는 이광구 행장 역시 관치와 낙하산의 불명예스러운 낙인 속에 의미 없는 행보와 실패의 말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고 이는 곧 우리은행의 다섯 번째 매각 실패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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