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국정신문 편집장
서울 부심권 전철역 근처 5층짜리 사무실 정문한쪽 작은 공간에서는 매주 수요일이 되면 장(場)이 선다. 장이라고 해봐야 중년 부부가 주인인 농산품 매장이다. 부부는 작은 트럭에 그날 팔 물건을 싣고 와서 천막을 치고 손님을 맞이한다.
가지, 파, 무, 배추, 호박, 도라지, 더덕, 밤, 대추, 도토리묵, 메밀묵 등등 농촌에서 생산되는 부식류가 주종을 이룬다. 그들이 거주하는 곳은 강원도 춘천시에서 가까운 G라는 마을이다. 동네이웃에서 구입한 물건들을 새벽에 일어나 서울까지 와서 파는 것이다.
이 장소를 일주일에 한번 씩 사용하게 된 인연은 단 하나. 건물주인과 동향이라는 인연 때문이다. 그것도 우연히 알게 돼 어렵사리 의중을 건네 본 것이 계기가 되어 이태 째 공짜로 쓰게 되었다고 한다.
건물주인의 호의가 너무너무 고마워 언젠가는 산지에서 나오는 싱싱한 야채와 과일을 챙겨 고마움을 전한 적도 있단다. 그랬더니 부하직원을 시켜 봉투를 건넸다. 황급히 열어본 봉투 속에는 물건 값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메모 한 장이 들어있더란다.
"아주 싱싱한 채소 잘 먹겠습니다. 오늘도 가져오신 물건 모두 팔고 가세요. 부식이 필요하면 집사람이 와서 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는 매주 그의 부인이 직접 찾아와 일주일 분량만큼 농작물을 사간단다. 이렇게 맺은 인연에 그들은 눈물겹도록 고마워하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 악몽과 올해 전반기를 몰아쳤던 메르스 악몽으로 해서 민생경제를 돌아볼 게재가 아니었다. 심각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 손을 써볼 재간이 없었다고나 할까. 그런 와중에 청량한 산간수(山間水)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어느 동네에서 4, 5층짜리 다세대주택을 가지고 있는 분의 소식이었다. 그는 건물에서 나오는 가게세로 생활하는 소시민이다. 그런데 자기건물에 세 들어 운영하는 가게가 장사가 안 되는 탓에 주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그래서 그는 다섯 개 가게주인들에게 편지를 썼다.
"☓☓사장님,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 마음고생이 크시죠?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그렇답니다. 조금 참고 열심히 하면 곧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믿습니다. 혹시 제가 도움이 될 것으로 믿어 앞으로 3개월간 가게세(稅) 5만원씩을 받지 않겠습니다. 약소합니다만 호의로 받아주세요."
건물주인인들 넉넉하겠는가. 그러나 그는 영세 상인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기꺼이 한 달에 5만원씩 자선을 베푼 것이다. 그 후 그들의 인연이 얼마만큼이나 더 돈독해졌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불문가지일터. 서민의 가슴에는 늘 푸근한 인심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우리경제에 대한 인식이 어느 선에 닿아있는지를 짐작케 하는 일이 있었다. 내년도 우리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적은 2%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과 관련해서이다.
우리경제만 지지부진한 것은 아니라는 전제하에, 경제가 나쁘다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은 결국 부정적인 결과로 귀착된다는 논리다. 맞는 말이다. 긍정적인 생각이 좋은 결론을 이끌어낸다는 심리학적 논리를 부정할 수 없다.
문제는 이런 이론을 민생경제해결에 도입하고 써먹어야 한다는 점이다. 어마어마한 경제협력을 했다든가 혹은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공사를 수주했다는 공상소설 같은 경제발전 정책이 아니라 서민들이 오순도순 살 수 있는 디테일한 상생경제모델 개발에도 정책적 배려가 필요 하다는 것이다.
도심 재벌기업들의 어마어마한 빌딩로비는 늘 비어있다. 찬바람만 횡행한다. 꼭 그렇게 비워둬야만 하는 것인가. 어느 한날 작은 바구니에 집에서 따온 호박이며 감자, 고구마 등을 파는 할머니들로 로비를 채우는 장이 선다면 어떨까. 재벌의 체면이 구겨지는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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