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김태혁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철회했다.

안 대표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 합당을 하면서 ‘기초공천제 폐지’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당시 안 대표는 “공천폐지는 정당과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내려놓으라는 국민의 오래된 명령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결단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일각에서 나오는 반발에 대해서도 “현장에서의 어려움은 잘 알고 있지만 서로 어려움을 나눠서 짊어지고 가기로 이미 약속했던 사안"이라며 사실상 반대의사를 밝혔다.
안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김한길 대표와 제가 합의해서 신당 창당이 시작됐고 그 합의정신에 입각한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안철수, 투표 결과 무공천으로 예상
그러던 안내표가 경국에는 당내 거센 반발에 밀려 기초선거 무공천 당원투표 국민 여론조사 실시 했고 결과는 “공천을 해야 한다”였다. 안 대표는 발표 직후 김 공동대표와 함께 대표실로 향했다. 얼굴은 긴장한 듯 상기돼 있었고, 표정은 굳어 있었다. 수십 명의 기자들이 대표실을 에워싸고 입장발표를 기다렸지만 그는 화장실 한 번 가지 않고 두문불출했다. 식사도 도시락을 배달시켜 해결했다.
이에대해 안 대표 측근은 “안 대표는 결과가 공천하는 걸로 나올 줄 몰랐던 것 같다. 예상을 했어야 했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병원에 가봐야 할 정도로 충격이 큰 것 같다”고 귀띔했다.
안 대표가 장고하는 동안 “거취 문제를 고심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돌았다. 그러나 한 당직자는 “‘대표직 사퇴’, 이런 말은 입에도 올리지 말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안 대표가 충격을 가라앉히는 사이 무공천 철회를 요구해 온 친노 성향 인사들은 이번 결과를 반겼다.
애초 무공천 방침에 대한 의견을 당원에게 묻자고 했던 문재인 의원은 성명을 내고 “돌고 돌아 왔지만 이 길이 국민들 여론이고 당원들 여론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나 역시 두 분(안철수·김한길)을 도와 가장 낮은 자세로 가장 어려운 곳을 돌며 선거 승리의 작은 밀알이 되려고 한다”고 밝혔다.
기초선거 공천제를 폐지 농성... “쇼 였다”
故 김대중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도 당으로 “잘했다”는 뜻을 전해왔다. 옛 민주당 출신 당직자는 “정당주의자인 이 여사도 그동안 무공천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조경태 최고위원은 무공천이 번복된 데 대해 “새정치라는 간판을 떼낼 수밖에 없는 위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새누리당과 똑같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당이 됐기 때문에 이제는 새누리당을 공격할 게 없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을 속이는 아주 나쁜 정당이 됐다. 결국 기초선거 공천제를 폐지하라고 농성한 게 다 쇼 아니었느냐”고 했다.
‘안철수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켰습니다!’란 현수막을 준비했던 당 홍보위원회 인사들은 “이제 다 폐기해야겠다”며 씁쓸해했다. “선거를 하자는 거냐, 말자는 거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전국 각지에서 기초선거에 출마하려던 새정치연합 출신 인사들 사이에선 ‘민주당 출신 후보들의 텃세 사이에서 우리가 공천을 받을 수 있겠느냐’란 우려가 나왔다. 한 인사는 “이제 안철수식 새정치에 지쳤다. 짐을 싸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기초선거 무공천을 주장했던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 역시 새정치민주연합의 무공천 철회에 대해 “중앙정치권과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계속 움켜 쥐겠다는 결정이 아닐수 없는 바, 이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라고 강력 반발했다.
대구시장 선거에 새정치 후보로 출마한 김 전 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지방자치를 중앙정치의 노예상태로부터 풀어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를 지키지 못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전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광역단체장 후보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안철수 공동대표의 무공천 고수 방침에 대해 전폭적 지지 입장을 밝혀왔다.
당내 다수의 무공천 철회 주장에 대해서도 김전의원은 “지금에 와서 그걸 다시 뒤집는다는 건 정치 자체를 근본적으로 국민들에게 쓰레기 취급 당할 것”이라며 “조금 안전한 길로 가자고 국민과의 첫 약속을 짓밟으면 그런 신뢰도 없는 집단에게 언제 국민들이 미래를 약속을 하겠나”라고 비난했었다.
새누리당 “존재이유 사라졌다”...당 해체 요구
새누리당은 오랜만에 합심해서 총공세에 나섰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새정치연합이 돌고 돌아 공천으로 돌아왔다. (안 대표는) 국민의 뜻과 다른 것을 절대 선인 양 아집을 부려왔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안 대표가) 공천할지 말지를 결정하면서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는데, 공천하기로 했으니 정계은퇴를 하는 게 맞다”고 공격했다. “안 대표가 V3를 만들어 바이러스 잡겠다고 했는데, 정작 본인은 말 바꾸기로 약속 위반 바이러스 만들었으니 이제 그만 다운될 시간”이라고도 했다. 홍지만 원내대변인 역시 “새정치연합의 존재이유가 사라졌다”며 아예 당 해체를 요구했다.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은 “(무공천 철회는) 당내 노선 투쟁의 결과”라며 “안 대표는 친노 세력을 잡으려고 무공천을 강행했고, 친노 세력은 안 대표를 흔들기 위해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김·안 ‘투톱 체제’ 리더십 위기에 봉착
안 대표는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뒤집고 오는 6·4 지방선거에서 공천으로 전격 '회군'했다. 결과적으로 명분 대신 실리를 택한 셈이 됐다.
이로써 기초공천 무공천을 연결고리로 통합을 이끌어냈던 김·안 '투톱 체제'는 리더십의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안 대표의 트레이드마크인 ‘새정치’와 ‘약속의 정치’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약속 이행 대 약속 파기’ 프레임으로 지방선거 국면을 주도하려던 선거 전략에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신·구주류 세력간 정면대결 양상으로 전개됐던 이번 무공천 논란 과정에서 문재인 의원을 정점으로 한 친노(친노무현)·구주류가 건재를 과시함에 따라 지방선거를 전후로 한 당내 역학구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고된다.
당장 기초선거 공천도 ‘발등의 불‘
당원 및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투표 결과는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에 따라 '두개의 룰'로 선거를 치를 경우 지방선거에서 전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대선 당시의 공약 이행이라는 대의명분 보다는 선거 승리라는 실리를 선택한 것이다. 특히 전당원투표에서 ‘공천해야 한다’가 53.44%로 과반을 기록, ‘무공천’ 주장이 근소하게 앞선 일반국민 여론조사와는 다른 추이를 보인 것은 당원들의 선거 패배 위기론을 오롯이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무공천 방침 번복으로 통합의 명분 자체가 뿌리째 흔들리게 된데다 '약속 이행'의 기치가 꺾이게 되면서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당장 여권은 "새정치는 끝났다"고 대대적 공세에 나서고 있다.
이번 선거를 '약속 이행 대 약속 파기 세력'간 대결구도로 치르겠다는 선거 전략도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간판효과'가 선거전에서 어느 정도 뒷심을 발휘할지도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장 기초선거 공천도 ‘발등의 불’로 떨어지는 등 혼란이 예상된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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