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김태혁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수첩이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불거진 ‘문건 파동 배후’ 논란의 주인공은 음종환 전 청와대 행정관이다.
음 전 행정관이 술자리에서 이준석 새누리당 전 혁신위원장에게 “청와대 문건 파동의 배후는 김무성과 유승민”이라고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 전 위원장은 “이 술자리에는 손수조, 이동빈 등 다른 사람들이 함께했고 작년 12월 18일이었다”고 밝혔다.
이준석, 김무성을 만나 “직접 전했다”
이러한 사실을 이 전위원장은 지난 1월 6일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과 김경란 아나운서의 결혼식에서 김무성 대표를 만나 전했다. 이 전 위원장이 김 대표에게 음 전 행정관의 말을 전한 자리에는 다른 의원들도 동석하고 있었다 한다. 10여 명의 의원들이 김 대표와 함께 이준석 전 위원장의 말을 들은 것이다.

당시 김 대표와 함께 이 말을 들은 한 의원은 “이준석이 작심하고 이야기한거지”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전 위원장이 김 대표에게 몰래 이야기했다기 보다는 거의 반 공개 석상에서 문제 제기를 했다. 처음에 김 대표는 알음알음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그러나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보면, 참석자들의 말이 조금 엇갈렸다. 못들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결국 김 대표는 주말 쯤 청와대 관계자에게 음 전 행정관의 말에 대해 진상 파악을 요구했다. 요즘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문제의 메모, 세상에 나오된 것은 지난 12일,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있는 날이다. 국회에서는 오후에 본회의가 열렸다. 여기서 수첩을 보고 있던 김 대표의 모습이 한 매체의 사진에 찍혔다. 문제의 ‘문건 파동’ 배후는 K, Y'라는 메모가 공개된 것이다.
이 전 위원장은 다음날 “메모가 모두 내가 한 말 그대로는 아니다. 내가 말하지 않은 내용도 일부 적혀 있다”라고 말했다
친박 성향의 현역 청와대 행정관...‘십상시’
어찌됐든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언론에서도 당 대표와 청와대간 갈등 기류의 한 단면인 것으로 보도가 이어지자, 음 행정관은 문제가 불거진 지 이틀만인 14일 사표를 제출한다. 음 행정관은 당시 이 전 위원장에게 “조응천이 문건 파동 배후이고, 대구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 김무성, 유승민 두 사람에게 접근하고 있다”라는 말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중요한것은 친박 성향의 현역 청와대 행정관(문건 유출 파문 당시 이른바 ‘십상시’로 분류됐던)이 당 대표와 원내대표 후보군인 유승민 의원을 ‘문건 파동의 배후’로 이야기했다는 것이 사건의 휘발성을 갖게된 것이다. 수첩파문은 외형상으로 음 전 행정관과 이 전 위원장등 여권 주니어들의 부적절한 처신이 빚은 헤프닝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본질은 당청의 불신과 대립, 갈등의 표면화다. 이번 사태를 음 전 행정관의 독자적판단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매우적다.
김무성과 유승민 배후설정치권에 ‘파다’
그는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선대위 홍보위원회 산하 팀장으로 활동해왔고 이정현, 권영세 의원의 보좌관을 거쳤으며 청와대 비서관 3인방과 정치적 운명을 함께하는 동지적 관계다. 그가 ‘박근혜 대통령’을 만드는데 전면에 나서 적지 않은 역할을 했고 정권에 대한 충성심도 높아 정치권 안팎에는 청와대 내부의 당 주류에 대한 일반적인 정서가 ‘문건배후 발언’에 실려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없지 않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면직된 음 행정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지만 민감한 권력관계로 까지 조사가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 특히 음 전 행정관이 김 대표와 유승민 의원 등 반박(反朴) 움직임을 보여온 당내 인사들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갖고 있었던 정황도 있다. 즉 김무성 유승민 배후설이 퍼져 있었다는 얘기다.
당∙청 불신과 대립, 갈등 표면화...‘일파만파’
이에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은 “수첩 메모 내용 진위 여부를 떠나 ‘박심’의 차기가 김 대표는 아니다라는 걸 보여준 일종의 ‘사찰 사건’”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결론적으로 말하면 메모의 진위 여부를 떠나 박근혜 대통령, 즉 박심의 차기 (대선 주자)는 김무성 대표는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마치 드라마 사극을 보는 것 같다”며 “근혜 열전, 여왕마마를 향한 청와대 행정관, 비서관들의 갖가지 불미스러운 일들이 실제로 국민들을 많이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문제는 청와대가 ‘잘못했다’고 인정하기 보다는 음모론이나 배후론으로 보고 그것을 김 대표나 유승민 의원으로 지목했다는 것 아닌가”라며 “이들이 대표적인 ‘비박’ ‘반박’ 의원들이니까, 이번 사건은 미래권력과 현재 권력의 충돌이자 내전상황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이는 충분히 사찰 사건의 혐의를 둘 수 있는 사건”이라며 “어쨌든 사찰 의혹은 불거졌고, 정윤회 문건 파동을 수사해서 발표했지만, 그것을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이 모든 것에 대해 중립적인 특별수사, 특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 친박간 대립과 불신 팽배
김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캠프의 총괄본부장을 맡아 선거전을 진두지휘했지만 이명박정부 당시 다른 길을 걸었던 탓에 친박 핵심부와는 물과 기름 처럼 겉도는 관계가 되고 말았다.
특히 지난해 당권을 쥔 뒤 개헌봇물 발언을 시작으로 박 대통령을 거스르는 듯한 모습을 보인데다 친박계가 ‘배제 대상 1호’로 낙인찍은 박세일 전 의원을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영입하려 하는 한편, 조직위원장 인선에서도 독주(?)할 조짐을 보이자 지난 연말을 기점으로 친박계가 뭉치기 시작했다.
친박계는 청와대 회동과 연말모임 등 잇따른 세과시 회동을 가지며 “대표직에 임기가 있느냐”는 등 김 대표를 자극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으며 강하게 견제했다. 당내부에서는 김 대표가 당의 구심점으로 작용하며 다수 현역의원들이 김무성 대표 쪽으로 결집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나머지 견제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친박계를 통해 박 대통령의 시그널이 전해지자 김 대표는 강대강으로 맞서는 대신 친박과의 화해 쪽으로 방향을 설정해 확전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친박계는 김 대표에게서 여전히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음종환 행정관의 발언도 연장선상에 해석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 분위기를 감지란 김 대표가 개헌보다는 경제에 방점을 찍고 박세일 위원장 임명을 보류하는 등 친박계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무성 대 친박간 대립과 불신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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