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이경화 기자] 6개월여간 파행을 거듭해 온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 문제에 대해 금융 당국이 ‘선(先)통합, 후(後)노사협상’도 가능하다는 최후통첩을 밝혔다. 외환 노조에 대한 사실상의 압박으로 하나‧외환은행 통합작업에 불이 붙었다. 이에 따라 최근 하나금융지주와 외환 노조 협상단이 통합을 위한 본 협상에 돌입했지만 노사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통합 예비인가 신청을 두고 노사의 입장차만 확인한 자리였다. 하나금융은 2012년 당시 외환은행과 맺은 2.17 합의를 저버린 것과 관련해 금융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신뢰도를 땅에 떨어뜨렸다는 지탄으로 곤혹을 겪고 있는 상황으로 향후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첫 본협상 실패...예비인가 신청 이견차 커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을 위한 노사간 첫 본협상이 통합 예비인가 신청에 대해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사측은 예비인가 신청서를 바로 내겠다는 뜻을 고수하는 반면, 노조는 이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외환 노조가 대화기구 발족 없이 바로 하나금융지주와 통합을 논의하는 본 협상에 돌입할 것을 제안한 이후 첫 만남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노사는 앞으로의 의제를 정하며 대화에 최대한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만남에는 김한조 외환은행장과 사측 통합대표단 4명,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과 노조 대표단 4명 등 총 10명이 참석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협상에 앞서 △통합의 타당성 △통합의 최적시기와 원칙 △통합시 세부사항(행정‧임원구성 등) △통합시 구조조정 여부 △근로조건 및 단체협약 준수 △징계 및 사법조치 관련 △합의서 준수 방안 △문구조율 등의 의제와 수순을 사측에 전달한 바 있다.
사측의 예비인가 신청에 대해서는 양측은 팽팽한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노조는 협상테이블에서 사측이 첫 협상 당일 금융위원회에 통합 예비인가 신청을 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고, 사측은 금융위에 통합 예비인가 신청서를 내겠다는 뜻을 고수했다.
앞서 하나지주는 합병기일을 오는 3월 1일로 발표했고 이를 위한 주주총회 소집일은 오는 29일로 정해진 상태다. 이를 고려했을 때 빠른 시일 내에 예비인가를 받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지주 계열사 간의 ‘합병 예비인가 승인’은 통상 신청서 접수 뒤 심사는 ‘60일’ 이내에 결정하지만 이 시간은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2012년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부터 관련 서류를 검토했기 때문에 하나금융이 예비인가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면 신속하게 승인을 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만 본인가 까지는 여러 문제를 고려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위의 일정에 차질이 없다면 오는 28일 정례회의에서 승인이 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더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측에 무게를 실어준 바 있다. 노사의 입장차로 인해 하나금융그룹이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을 위한 합병 예비인가 신청은 미루기로 결정했다.
노사는 주 3회 협상테이블을 마련하고 본 협상을 진행키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 대화단은 하나금융의 김태균 전무와 김재영 상무, 외환은행의 주재중 전무와 오상영 전무로 구성됐고 외환은행 노조 측은 김지성, 김기철 전 노조위원장과 김태훈 노조 부위원장, 박상기 숭실대학교 교수가 협상단 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통합 밀어붙이기는 금융시장 ‘신뢰’만 훼손
그간 노조의 동의를 승인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금융위원회는 최근 입장을 급전환했다. 금융위가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동조합 간 합의 없이도 통합승인 신청을 내줄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사실상 외환은행지부 금융노조에 대한 압박이다. 이에 참여연대를 비롯한 금융정의연대 및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시민단체는 “2.17 합의서 파기는 금융시장의 신뢰만 훼손”한다면서 하나‧외환은행 조기합병 추진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하나금융지주의 조기합병 시도가 5년 동안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보장한 2012년 2월의 ‘노사정 합의’에 반하는 것일뿐더러, 론스타에 대한 책임 추궁을 무산시키려는 시도로 판단해 이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2012년 2월 17일 하나금융과 외환 노조간에 체결되고 금융위원장이 입회해 확인한 합의서의 규정에 따라 외환은행의 독립 법인 유지는 적어도 5년 동안 보장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나금융은 은행의 비용 감축과 수익성 증대를 명분으로 이를 앞당기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구조조정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2.17 합의서도 쉽게 져버린 만큼 그 약속을 믿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잃어버린 신뢰성 회복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이에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환은행의 수익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조기 통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 악화된 은행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하나금융)지주사 쪽이 정당한 것처럼 포장되고 약속을 지켜달라고 하는 우리는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대승적 차원에서 노조가 논의의 장에 먼저 나서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주사 쪽도 대화를 위한 진실한 노력을 해 달라”며 “금융위도 양측 대화가 원만히 진행되도록 균형 있는 자세를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금융업의 본질은 신뢰입니다. 하나금융그룹은 고객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진정으로 만족할 때 금융회사의 신뢰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하나금융그룹은 사회 이웃, 공동체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와 견고한 신뢰를 쌓을 것입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신뢰를 상실한 국내금융회사들의 현실을 직시해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말이다. 그러나 정작 외환은행 인수 이후 합병추진 과정에서는 노사관계의 기본인 신뢰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김 회장은 신뢰도에 타격을 입게 됐다.
하나금융그룹이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을 위한 합병 예비인가 신청을 연기한 것에 대해선 외환은행 노사가 어렵게 시작한 본 협상을 깨지 않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외환 노조는 그간 “본협상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려면 예비인가 신청을 강행해선 안된다”고 주장해 왔다. 외환 노조는 하나금융지주와 본 협상에 나서겠다며 구체적인 협상일정 (~ 3.13)을 제시했지만 하나측은 대화와 예비인가 승인 신청을 ‘투트랙’으로 해 이달 말까지는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히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오락가락’ 금융위, 신뢰성 도마 위에
노사간 갈등으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더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당국이 노사합의 없이 통합을 승인할 가능성을 표현한 것과 관련, 최근 정의당은 “줄곧 통합에 있어 노사합의가 우선이라고 강조해왔던 금융당국의 입장과 정반대의 발언”이라며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김종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지난 2012년 2월 17일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동조합, 그리고 금융위원장 입회하에 확인한 합의서의 규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합의서에 따르면 최소 5년동안 외환은행의 독립법인을 유지하고 그 이후에 노사가 합의할 경우에 한해 통합을 협의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대변인은 “해당 합의서는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지분을 인수할 당시 불거졌던 론스타 등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인수에 동의할 수 있었던 조건 중 하나일 뿐 아니라 사실상 노사정 합의라고 볼 수 있는 만큼, 신 위원장의 발언은 명백히 부적절한 발언이고 정부는 하나금융지주가 오히려 합의를 준수토록 해야 할 공적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신 금융위원장은 바로 지난달까지도 ‘금융당국이 나서는 것 보다는 양측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이 좋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며 “그런데 이제와 정부가 보증하고 스스로도 수차례나 약속한 사안을 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뒤집어 버린다면 앞으로 우리 금융시장에는 그 어떤 원칙과 신뢰도 자리 잡을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금융위는 “방침이 정해진 것은 없지만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 간의 통합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사측이 통합 신청을 하면 받아들일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입장이 여러 차례 바뀌는 것에 대해 신뢰를 할 수 없다는 비난 여론이 일자 금융위는 다시 “확정된 바 없다는 해명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문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금융위는 자신이 정한 원칙을 뒤엎음으로써 금융정책 수장으로서의 신뢰를 스스로 내팽겨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가운데 대립각을 세우던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가 본격적인 협상테이블에 마주앉았다. 금융당국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예비인가를 이달 안에 승인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의 줄다리기는 곧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하나금융지주의 하나‧외환은행 조기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노사정 간의 신뢰회복이 선행될지는 좀 더 지켜볼 문제다.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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