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새로운 진보 정당을 추진하는 ‘국민모임’에 합류한 정 전 의원이 서울 관악을 4·29 보궐선거에 출마키로 한 것은 설득력도 명분도 없어 보인다. 더 안타까운 것은 국민모임이 창당도 하기 전에 국민의 신뢰 상실을 자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30일 출마 선언에서 “이대로 좋다는 기득권 세력과 이대로 안 된다는 국민의 한 판 대결”이라고 주장했다. 엊그제까지 그 ‘기득권 세력’에서 국회의원 3선(選)을 하고 장관·당의장·대선후보까지 모든 것을 다 누리다가 이제 와서 그들을 심판하겠다고 하니 어느 국민이 흔쾌히 그 주장을 받아들이겠는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 식의 전형적인 이중 잣대일 뿐이다.
정 전 의원은 2007년 대선 당시 집권 여당의 후보로 나서 ‘역대 선거 최대 표 차’로 참패한 뒤 ‘정치적 책임’이 채 가시기도 전인 2008년 제18대 총선 서울 동작을 낙선-탈당 뒤 2009년 4·29 재·보선에서 전주 덕진 당선과 19대 총선 서울 강남을 낙선 등 ‘정치 철새’ 비판을 자초했다. 탈당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노선이 불만이라면 내부에서 치열하게 투쟁하는 것이 정도다. 한때는 ‘중도 개혁세력 통합’을 주장하다 ‘진정한 진보정당 건설’을 주장하니 정체성도 헷갈린다. 동작을에서 “뼈를 묻겠다”고 했으면 그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다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몸부림치는 제1야당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기도 하다. 어떤 설명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정 전 의원의 관악을 출마는 심각한 정치 불신을 더 부추기는 또 하나의 나쁜 선례로 남게 됐다.
당사자인 정 전 의원은 “정치노선에서 철새는 추방해야 하나 하나의 노선을 가는, 약자와 서민을 지키는 노선을 걷는 정치인을 철새라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논리를 펴고있다.
자신의 출마로 여당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1988년부터 단 한 차례도 관악 을에서 수구보수 후보를 허용한 일이 없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다”고 일축했다.
선거 패배시 큰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이란 관측에 대해서는 “지금 산을 오르고 있는 중인데 내려가는 것은 올라간 뒤에 판단할 문제로, 올라가는 사람은 내려갈 것을 먼저 걱정하지는 않는다. "관악 을은 어제부로 정치의 1번지로 부각됐고, 그 점이 바로 관악 을에 계신 분들이 바라는 바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나오면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있었다. 관악 선거의 핵심은 김무성이냐, 문재인이냐, 정동영이냐는 것으로, 관악 유권자들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서 선택할 것”이라고 승리를 자신했다.
그러나 왠지 정 전의원의 발언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정치인 정동영의 인지도는 스스로 만든 게 아니라 수십년간 당과 당원이 피와 땀으로 만들어준 것이다. 그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대통령후보로도 출마했고 장관에 당대표까지 두 번 역임 했기 때문이다.
지역구를 옮겨 다니며 탈당과 복당을 반복해 ‘철새 정치인’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정 전의원은 “철새는 정치노선 없이 왔다 갔다 하는 수많은 정치인에게 붙일 딱지”라고 맞서고 있다.
잘못하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정의원의 승부수가 이번 4,29보궐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인 것 같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