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칠 순 없고, 함께 가자니 골치가…”

유상석 / 기사승인 : 2012-11-26 13: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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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캠프 ‘애물단지’ 놓고 고민

한 때 인기를 끌었던 예능 프로그램 코너 중 ‘X맨’이라는 이름의 버라이어티쇼가 있었다. 이 코너는 출연 연예인들이 둘 이상의 편으로 나뉘어 대결을 펼친다는 점에서 다른 유사한 쇼들과 비슷했다. 그러나 한 가지 다른 점을 꼽는다면, 출연자들 중 한 명은 ‘자신이 소속된 팀이 승리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라’는 지령을 받는다는 점이었다.


이 지령을 받은 자는 ‘X맨’이라고 불렸는데, 쇼가 끝나기 직전엔 항상 ‘이번 주의 X맨은 누구였나’를 찾는 순서를 가졌다. 시청자에겐 양 팀의 승부 외에도, ‘X맨’이 누구인지를 찾는 재미도 덤으로 주어졌기에, 이 쇼는 꽤 인기를 끌었다.


해당 코너가 종방된 지 5년이 지난 지금, 18대 대선을 앞두고 ‘X맨’이라는 단어가 정계에서 다시 오르내리고 있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유력 후보 진영에서 앞다투어 정계 안팎의 인사들을 각자의 캠프로 영입하고 있는데, 이들 중 일부가 돌출 발언 및 행동으로 해당 후보 캠프를 곤혹스럽게 하기 때문이다.


정계에서는 “자신이 구설수에 오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X맨’들은 나름 캠프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나, 그 노력이 잘못된 방향으로 발휘돼 지탄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朴 캠프 ‘X맨 5인방’ 돌출 발언 ‘난감’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김태호 의원은 하루아침에 ‘X맨’으로 전락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를 깎아내리기 위한 전략적 발언이 문제가 됐다.


김 의원은 지난 9일 중앙선대본부 회의에서 “대선이 불과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를 하는 것은 국민을 현혹하는 일”이라며 “이렇게 해도 국민이 속아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국민을 ‘홍어X’ 정도로 취급하는 사기극은 중단돼야 한다”고 발언했는데, 이 말이 큰 화근을 불렀다. ‘막말 논란’이 일자 김 의원은 “과한 표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 번 뱉은 말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는 것이 문제. 새누리당은 호남 득표율 목표치를 재수정해야 될 상황이다.


박근혜 캠프의 한 관계자는 “호남 지역 주민에게 ‘홍어’란 단순한 생선의 한 종류가 아니라, 지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김 의원이 하필 ‘홍어X’ 발언을 꺼낸 탓에 지역감정을 유발했다는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 발언 탓에 호남 지지율 5%를 까먹었고, 10% 달성도 힘들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새누리당 경남지사 후보도 캠프에선 ‘X맨’으로 분류된다. 그간 막말 논란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2일 방송 출연을 위해 방송사에 방문한 홍 후보는 경비원에게 막말을 했다. 경비원이 홍 후보의 출입을 제지하며 “신분증을 보여달라”라고 요청하자, 홍 후보는 “넌 또 뭐야. 네 면상 보러 온 게 아냐. 니까짓 게”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그는 지난해에도 “내가 겨우 3개월 전에 주류가 됐는데 꼴같잖은 게 대들고, X도 아닌 게 대들고 있다. (화가) 이까지 차올라 패버리고 싶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홍 후보의 이런 거침없는 표현은 민감한 대선 정국에서 ‘독’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진정한 X맨’으로 통한다. 야권에서 넘어온 인사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4ㆍ11총선 공천과정에서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의 공천에 반발, 사퇴의사를 밝혔다. 박 후보의 만류로 일선에 복귀했지만 또 다시 내부분란을 일으켰다.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한 이견 탓이다. 박 후보의 승인 없이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내용을 미리 언론에 공표해 박 후보가 진노했다고 전해진다.


박 캠프의 ‘트러블 메이커’, ‘X맨’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로 김성주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공동위원장도 꼽힌다. 기업인 출신의 김 위원장은 박 캠프에 합류한 후, ‘진생 쿠키’, ‘영계’ 등의 발언으로 네티즌의 질타를 받았다.


‘진생 쿠키’ 발언이란 김 위원장이 지난 10월15일 여성과 청년 일자리 문제와 관련, 기자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저같이 작은 중소기업 사장 하나도 30개국을 정복할 수 있는데 젊은이들이 수동적인 태도로 일관해 안타깝다. 애 젖 먹이면서 주방에 앉아 '웰빙 진생쿠키(인삼과자)를 만들었다'고 구글에 올리면 전 세계에서 주문을 받을 수 있다"며 "젊은이들이 어마어마한 가상세계가 있는데 왜 수동적으로 대응하는지 모르겠다”고 언급한 발언을 말한다. ‘영계’ 발언은 지난 10월24일 당직자 간담회에서 사진을 찍던 젊은 당직자를 향해 ‘나 영계를 좋아하는데, 가까이 와서 찍어요’라고 말한 것이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진생 쿠키’ 발언은 젊은이들이 일자리 문제와 관련, 정부만 탓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새 길을 뚫어보라는 의도였을 것이고, ‘영계’ 발언도 성희롱 등의 의도 없이,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기 위한 목적이었겠지만, 그 말을 듣는 상대방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선대위원장을 맡은 입장에서 구설수에 오르지 않도록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캠프의 ‘입’ 역할을 맡고 있는 이정현 공보단장 역시 ‘X맨’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의욕이 지나쳐 너무 앞서나간 탓에, 캠프의 공식 입장과 다른 발언을 가끔 쏟아낸다는 지적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먹튀방지법과 투표시간 연장 동시 논의’를 들 수 있다. 물론 이 단장은 ‘먹튀방지법과 투표시간 연장을 연계하자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캠프 내에서는 “이 단장의 발언을 살펴보면 누구든지 연계 처리하자고 오해할 소지가 있다. 그리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먹튀방지법을 전격 수용하자 개인적인 의견이었다면서 오해라고 발뺌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국 캠프의 ‘입’을 맡고 있는 이 단장의 발언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까지 이르렀다. 앞서의 당직자는 “이제 이 단장의 신뢰도가 떨어진 탓에, 이 단장이 어떤 식의 발언을 해도 신뢰도를 돌이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박근혜 후보를 진정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으면, 그 누구보다도 김성주ㆍ이정현 두 양반이 입을 다물어줬으면 좋겠다. 모순적으로 들리겠지만, 아무 말 않고 잠자코 있는 게 박 후보를 도와주는 것”이라며 격한 말도 쏟아냈다.


◇ 캠프와 ‘삐딱선’… 文-安도 ‘X맨’ 탓 곤욕
X맨이 새누리당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캠프 역시 ‘X맨’으로 골치가 아프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이목희 기획본부장이다. 후보 단일화 룰 협상 과정에서 ‘안철수 양보론’을 흘려 안철수 캠프의 분노를 샀고, 결국 단일화 협상은 중단됐다. 단일화 과정이 무르익어 가는 과정에서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됐다. 더구나 문 후보가 “안철수 캠프를 자극하지 말라”는 지시까지 내렸음에도 이를 ‘파기’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캠프 내에선 이 본부장에 대한 경질론까지 나오고 있다.


마찬가지로 백원우 전 의원도 ‘X맨’이다. 이 본부장과 함께 문-안 단일화 중단 사태를 만든 장본인. 그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철수 캠프 단일화 협의팀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을 지목하며 이 실장이 지난 4ㆍ11 총선 당시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나섰을 때 사용했던 포스터를 게재하며 “모욕감을 느낀다”는 소감을 남겼다.


문 후보는 “혹시 우리 캠프 사람들이 뭔가 저 쪽에 부담을 주거나 자극하거나 불편하게 한 일들이 있었다면 제가 대신해서 사과드리고 싶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단일화 협상은 결국 이들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다.


민주통합당 신기남 상임고문도 문 캠프 내 X맨으로 통한다. 신당창당론을 설파하고 있어서다. 실제 신 고문은 “두 후보가 정치 쇄신과 정권교체를 위한 국민연대에 인식을 같이 했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국민연대의 방안으로는 양 세력은 물론이고 그 밖의 모든 진보세력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단일정당을 창당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 캠프 관계자들은 ‘안철수 입당론’을 얘기하고 있는 시점에서 신 고문의 발언은 ‘돌출발언’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단일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당을 위협하는 ‘X맨’이라는 것이다.


문 캠프 한 관계자는 “열린우리당 의장까지 올랐던 인물이 당을 너무 쉽게 깨려한다. 이는 문 캠프의 기존 입장과는 전혀 반대되는 발언이라, 캠프 내에서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른 관계자는 “안철수 후보가 내심 단일 후보로 선출되기를 희망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며 “신 고문 때문에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캠프에서는 민주통합당 출신의 무소속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이 X맨이라는 얘기가 한 때 나왔었다. 있다. ‘안철수 민주통합당 입당설’에 대해 긍정적인 뉘앙스를 보인 적이 있기 때문. 송 본부장은 지난 9월18일, 자신의 저서 <같이 살자-PM 4:00 여기는 이타카> 출판기념회에서 ‘안 원장이 민주당에 입당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민주당에 몸을 담고 있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입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송 본부장과는 달리 안 캠프에서는 단일화 협상과정에서 민주통합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신당창당 가능성을 내비쳐왔다. 캠프 내에선 “논의한 바 없다”고 일축했지만 정치권은 ‘안철수 신당창당’을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 캠프 측과는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놓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단일화만 하면 해결된다는 안일한 발상’이라는 비판에 휩싸인 바 있다. 일부에서는 ‘민주당이 보낸 X맨’이라는 말도 나왔었다.


다만, 송 본부장이 민주통합당에서 탈당한 이후, 그의 입에선 더 이상 ‘안철수 민주당 입당설’이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저희는 (안 후보의 입당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듯 최근 대선 후보 캠프들은 상대 진영을 공격하기도 바쁜 와중에 뜻하지 않은 ‘X맨’들의 출현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후보들을 도우려는 취지에서 한 발언은 좋지만 개인적 의견까지 실어 캠프를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대선 캠프에선 “이들이 더 이상 ‘돌출발언’을 하지 않고 ‘X맨’역할을 끝냈으면 좋겠다”며 가슴을 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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