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발전은 우수하고 모범적인 노사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으로 알려진 공기업으로 이런 점을 높이 평가받아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사문화 우수기업’ 선정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은 서류로 조작한 허위사실로 드러났고, 고용노동부는 ‘노사문화 우수기업’ 선정을 취소했다.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인 한국동서발전(주)은 우수기업 인증을 받기 위해 허위로 작성한 서류를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망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서발전이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소속인 발전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2009년부터 정부관계기관회의를 통해 계획을 수립하고 이듬해 민주노총 탈퇴를 시도하는 등 부당행위를 자행한 사실도 알려지면서 다시 한 번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는 모양새다.
◇ 노사문화 우수기업 허위 신청 ‘들통’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동서발전을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했다가 10월 재심사에서 인증을 취소한 바 있다. 인증 자격을 박탈한 이유는 동서발전이 노사문화 우수기업 신청 당시 제출한 서류에 부당노동행위 사실을 누락하고, 실제로는 있지도 않은 성과연봉제 합의 내용을 작성하는 등 허위정보가 기재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3년 동안 정기 근로감독 면제, 세무조사 1년 유예, 기업 대출금리 우대 등의 혜택도 모두 물거품이 됐다.
노사문화 우수기업은 노동부가 모범적인 노사문화를 실천하는 기업을 선정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로 노사와 함께 서류를 작성해 관할지방고용노동청에 인증을 신청하면, 노동청이 서류심사를 거쳐 인증기업 선정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번 인증 자격 박탈 사건 때문에, “인센티브를 얻기 위해 어용노조와 짜고 허위 서류를 제출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앞서 동서발전은 국정감사에서도 기업별노조와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고 기획재정부에 거짓보고를 한 것이 밝혀지면서 물의를 빚었다. 고용노동부에 이어 기획재정부도 허위서류에 사기 당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동서발전은 이길구 전 사장 재임시절 경영실적보고서와 임금협약서를 조작해 동일하게 거짓보고를 하는 수법으로 성과급 420%를 챙긴 것으로 밝혀져 방만 경영을 자초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속내 들여다보니… ‘노조탄압 우수기업’
동서발전은 우수기업 선정 당시 5개 발전사 중 노조탄압이 가장 심한 사업장이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한 간부가 동서발전 소속 직원들의 정치성향을 ‘겉과 속이 똑같이 하얀 배, 겉은 빨갛지만 속은 하얀 사과, 겉과 속이 모두 빨간 토마토’로 구분, 평가ㆍ작성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는데, 이 간부가 임원 후보에 올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또, 회사 간부들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가족들에 대한 면담을 진행하거나, 암 투병 중인 배우자의 병간호에 힘쓰고 있는 직원을 타지방으로 발령해버리는 무차별적 인사발령 등을 자행한 탓에 “인권침해 수준의 노조파괴 공작”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노조탄압이 심한 사업장이 ‘노사문화 우수기업’에 선정된 것과 관련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점을 감안했다”며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우수기업으로 선정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불미스런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재발을 막기 위해 노사가 작성한 서류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현장을 방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서발전의 방만 경영은 이뿐만이 아니다. 각종 부당노동행위 논란 속에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소속인 발전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정부관계기관회의를 통해 계획을 수립하고 이듬해 민주노총 탈퇴를 시도했다.
그러나 조합원 과반수에 미달하자 복수노조 시행과 더불어 자주성이 없는 어용노조를 만들어 조합원을 탈퇴시켰다. 동서발전은 이 과정에서 어용노조와 짜고 2개의 임금협약서를 작성하는 등 각종 부당한 행위를 저질렀다. 이 같은 문제는 이미 10월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고용노동부를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바 있다.
당시 홍영표(민주통합당ㆍ인천 부평을) 의원은 한국전력산하 발전자회사의 노조파괴 과정에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지식경제부와 경찰이 직접 개입했다고 주장하면서 관련 문건을 공개한 바 있다. 해당 문건에는 2009년 9월17일 박영준 국무총리실 차장 주재 노사관계 회의 자료로, 총리실ㆍ노동부ㆍ행정안전부ㆍ지식경제부 국장이 참석해 발전노조ㆍ공무원노조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 내용이 담겨있다.
동서발전은 당시 회의 직후 2010년 11월 민주노총 탈퇴를 위한 조합원 총투표 결과 40.8%의 찬성률로 부결되자 ‘이길구 동서발전 사장의 민주노총 탈퇴 노력’이란 보고서에, “2010년 12월 중 반민주노총 성향의 노동조합 설립 신고 예정”이라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당시 이길구 전 사장은 부결 직후 문건을 통해 “민주노총 탈퇴로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무산된 점에 대해 실망이 크다”고 밝혀 발전노조의 비난을 받았다. 이와 관련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11월5일 발전노조가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 심판 과정에서, 회사가 노조를 파괴하는 데 개입하고 노조 활동을 방해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 “그냥 넘어가지 않아”… 노조의 반격
한편, 이번 인증 취소에 대해 발전노조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대상자를 처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 조만간 부당노동행위에 적극 협력했던 회사 간부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현규 발전노조 위원장은 “기재부와 노동부가 동서발전과 어용노조 실적조작에 놀아난 후 뒷북행정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지금이라도 정부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대상자를 처벌해야 한다”며 “부당노동행위에 적극 협력했던 간부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에 따른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발전노조활동에 대해 암묵적으로 방조한 간부들의 경우 보직을 주지 않기도 했다”며 “경영평가 1위를 받았던 사장은 연임에 실패했는데 노조 탄압에 앞장섰던 이길구 사장은 연임됐다”며 “사측뿐 아니라 정부기관 전방위적인 지원으로 노조탈퇴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 <토요경제>는 동서발전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이들은 “담당자가 부재중”이라는 말만 반복할 뿐, 공식적인 해명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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