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반군이 반년에 걸친 투쟁 끝에 8월23일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핵심 거점인 바브 알-아지지야를 장악했다. 사실상 리비아 시민혁명의 승리를 확정지은 것이다. 수많은 희생이 뒤따른 민주화를 향한 리비아 국민들의 열망에 국제사회는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카다피 이후 시기에 대한 우려도 함께 수면 위로 떠올랐다.
◇거리 시위에서 내전으로…승리 거머쥔 반군
2월15일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이 리비아를 관통했다. 42년 동안 의회 제도와 헌법을 폐기한 채 리비아를 독재해 온 카다피를 몰아내기 위한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카다피는 시위대를 유혈 진압했다. 군경을 앞세워 시위대에 발포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사망자는 수백 명으로 늘어났다. 시민들은 분노했고 무장으로 맞섰다. 리비아 반정부 시위가 내전으로 비화된 기점이었다.
반정부 시위가 처음 시작된 동부 벵가지를 중심으로 시민들은 카다피에 대항한 무력 투쟁을 이어갔다. 카다피는 박격포와 헬리콥터를 동원, 정부군에 대대적인 시위대 진압을 지시했다.
반정부 세력은 3월 반군국가위원회(NTC)를 설립해 조직적인 반(反)카다피 투쟁을 전개했다. 카다피 정권의 핵심 거점인 트리폴리를 향해 천천히 진격해 나갔다. 이들은 이제 ‘시위대’가 아닌 ‘반군’으로 통칭됐다.
하지만 카다피가 40년 이상 구축해 온 철옹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정부군은 대규모 무력을 앞세워 벵가지를 향한 반격을 감행했다. 반군 사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고 벵가지에선 대규모 학살이 자행됐다.
국제사회의 우려도 높아졌다. 결국 3월1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리비아 상공에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골자로 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틀 뒤 프랑스와 영국이 주축이 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연합군이 ‘오디세이 새벽’이라는 작전명 아래 리비아 공습에 나섰다.
이후 한동안 카다피군과 반군?나토군 간의 전투는 교착 상태를 이어갔다. 전세가 기운 건 6월 말께였다. 국제사회가 NTC를 리비아 합법 정부로 인정하기 시작했고 나토군의 공습으로 카다피군의 전력은 점점 무기력해졌다.
반군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트리폴리를 향해 계속 진격했다. 위기를 느낀 카다피군은 지난 8월15일 처음으로 스커드 미사일까지 동원하며 저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나토의 지원 속에 반군은 20일부터 트리폴리 함락을 위한 최후의 작전을 감행했다. 결국 카다피의 요새인 바브 알-아지지야가 반군에 함락되면서 전쟁은 시민의 승리로 끝났다.
독재자에서 도망자로 전락한 카다피는 향후 체포되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 리비아 반군 지지 잇따라
리비아 반군이 8월23일 트리폴리 전투에서 승리를 선언함에 따라 국제사회의 환영 메시지도 잇따랐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반군의 승리를 환영한다”며 “양국의 공통 목표는 새롭고 민주적이며 다원적인 리비아 재건을 돕는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내주 파리에서 리비아 연락그룹회의를 열어 NTC의 정부 재건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이라크와 모로코, 바레인, 그리스, 나이지리아, 오만 등 30국 이상이 리비아 반군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리비아인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은 현지 보안 상태가 확인되는 대로 트리폴리에 외교 공관을 열 예정이다. 리비아 경제 복구와 군경 개혁, NTC 임금 지급 등을 지원하기 위해 리비아 자산 동결도 해제한다.
미국 국무부의 빅토리아 눌런드 대변인은 “미국 내 리비아 동결 자산 가운데 10억~15억 달러(약 1조813억~1조6219억원)를 이번 주 안으로 해제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며 “이를 위해 유엔 제재위원회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귀도 베스테벨레 독일 외무장관은 “유엔 안보리가 결의안을 통해 리비아 동결 재산을 해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터키 관리들도 “빠른 시일 내에 이스탄불 리비아 연락그룹회의에서 자산 동결 해제와 민주화 이행 지원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포스트 카다피에 국제사회 ‘촉각’
카다피의 42년 독재가 막을 내렸지만 국제사회는 여전히 카다피 이후 시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NTC가 임시 정부 역할을 하면서 국제사회의 지원 아래 민주주의로의 이행 과정을 밟아가는 최선의 시나리오가 있는 반면 카다피의 몰락이 새로운 분열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는 목소리도 높은 이유에서다.
리비아 사태가 아랍의 민주화 열풍의 영향을 받아 반카다피 투쟁으로 비화된 것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달 반군 압둘 파타 유네스 최고사령관이 반군 내부 반대 세력에 의해 피살됨에 따라 NTC 내 권력 다툼을 노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도 NTC가 카다피 이후 시기 고조된 혼란을 잠재우고 통합을 이뤄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내전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가 리비아에 민주정권이 수립되고 민주화가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방은 질서 있는 권력 이양을 지원하고 카다피가 이루지 못했다고 반군 세력 스스로 생각해온 원칙들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도 리비아 반군 지도자와 주요 관련국 지도자들에게 “향후 리비아의 권력 이양과 민주화 지원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에서 “리비아의 미래는 이제 리비아 국민의 손에 달려 있다”며 “미국은 권력 이양 과정에서 파트너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NTC 마흐무드 지브릴 위원장도 “모든 리비아인이 손에 손을 맞잡은 형제로서 민주시민사회로 이행한 새로운 리비아를 건설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브릴 위원장은 “우리의 혁명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다”며 “리비아 정권 교체는 즉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리비아는 전 세계 앞에서 투명해야 하며 지금의 상처를 치료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리비아 반군, 수감자 1만여명 석방
한편 리비아 반군은 28일(현지시간) “무아마르 카다피 세력에 의해 붙잡혔던 수감자 1만여 명을 석방했다”고 밝혔다.
리비아 반군 아메드 바니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반군이 트리폴리를 장악함에 따라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며 “하지만 여전히 약 5만 명의 수감자들이 실종 상태”라고 우려했다.
바니 대변인은 “실종된 이들이 카다피 세력에 의해 붙잡힌 후 희생됐다면 비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리비아 반군국가위원회(NTC) 무스타파 압델 잘릴 위원장은 “카다피를 위해 일했던 이들은 공정한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카다피를 생포한 이들에겐 보상이 주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28일 “카다피의 고향 시르테에 지난 72시간 동안 공습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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