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통업계에 대한 공생발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8.15 경축사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주문한 공생발전의 첫 타깃으로 유통업계가 지목된 셈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2일 백화점업체 대표들과 만나 정부의 공생발전 정책 추진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면서 판매수수료를 인하할 것을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30억원 이하 매출 중소기업에는 5%포인트 이상 판매수수료를 낮춰달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위해 공정위는 다음 달 백화점·TV홈쇼핑·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의 수수료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한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28일 “지난 6월 말 대형 유통업체의 수수료 평균과 범위를 처음으로 공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대형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수수료 체계를 정밀하게 조사·분석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6월 말 발표한 유통업계 수수료율은 백화점에 입점한 300개 중소기업을 중소기업중앙회의 지원을 받아 조사했거나(백화점), 유통업체들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TV홈쇼핑·대형마트)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정위가 업태별·상품별로 수수료율을 직접 조사해 업체들이 제출한 자료의 신뢰도를 파악하기로 했다. 백화점과 TV홈쇼핑 업계는 판매수수료를, 직매입거래가 많은 대형 마트는 판매장려금(유통업체가 납품업체로부터 상품매입액의 일정 비율을 판매촉진 인센티브 명목으로 받는 금액)이 조사대상이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실태조사를 담당할 기업협력국 소속 인력을 10여 명 늘리기로 했다.
특히 이번에는 납품업체가 판매수수료 이외에 추가 부담하는 비용이 있는지도 집중 조사한다. 예컨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납품업자가 판촉사원 인건비, 인테리어비용, 판촉비용 등을 추가 부담하는지 또 TV홈쇼핑 납품업자가 모델료, 게스트 출연료, 방청객 동원비, 세트제작비, 사은품 비용, 배송료, ARS비용 등을 추가 부담하는지도 조사대상이다.
그동안 백화점에 입주한 중소업체들은 판매수수료이 너무 높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롯데, 현대, 신세계 백화점에 입점한 300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 판매수수료가 29.3%에 달했다.
공정위는 지난 18일에도 대형마트 3개사와 TV홈쇼핑 5개사의 대표들과 만나 판매수수료, 판매장려금을 인하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 높은 판매수수료 부담이라는 점을 적극 공감하고, 유통업계에 대한 공생발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셈이다.

◇업계, 강한 반발속 ‘수수료 결국 낮춰야’ 전망
유통업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대놓고 불만을 표하지는 않지만 정부의 강압적인 수수료 인하 압박에 실망감이 큰 모습이다.
백화점 판매수수료는 프로모션 비용과 점포관리비, 경영 자문 등이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판매 수수료 수준과 동일하게 봐선 안된다는 것. 백화점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고, 정부가 무작정 수수료를 내리라고 하는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백화점의 관계자는 “백화점은 엄청난 금액을 프로모션에 쏟는 등 여러 노력들을 통해 판매력을 강화하고 있고, 장사가 잘되기 때문에 중소업체들이 백화점에 입점하려 하는 것”이라며 “시장 원리에 따라 백화점 수수료가 결정되는 측면이 강한데 정부가 강압적으로 내리게 하는 것은 과도한 압력”이라고 지적했다.
하병호 현대백화점 대표도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매출이 크게 일어나는 브랜드에 대해 수수료율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고 이것이 곧 시장원리”라며 “백화점 매장 수수료율은 시장 원리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백화점이 결코 폭리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특히 백화점의 영업이익률은 6~7% 수준으로 높은 편이 아닌데, 판매수수료를 낮출 경우 마진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다른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들이 올해 초부터 최근 마진 동결, 슬라이딩 마진 인하제(판매목표를 초과달성할 경우 유통마진을 낮춰주는 것) 도입 등 입점업체의 마진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강력한 공정위의 수수료 인하 요청을 백화점들이 외면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수수료 인하를 부분적으로 수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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