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모든 상황은 지난 27일 벌어진 첼시와의 경기에서 0-2로 패하면서 벌어진 상황이다. 리그 11연승을 달리고 있던 리버풀은 지난 경기에서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모습을 과시했고, 핵심 선수 몇 명이 부상으로 결장한 첼시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그러나 실수 몇 개가 뼈아팠다. 특히 전반 추가 시간에 나온 스티븐 제라드의 실책은 치명적이었다.
제라드는 전반 추가시간 3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마마두 사코가 연결해준 공을 잡다가 트리핑 미스로 볼을 흘렸다. 이 찰라를 놓치지 않은 첼시의 뎀바 바는 볼을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고, 다급해진 제라드는 공을 향해 발을 떼었지만 미끌어지고 말았다. 뒤늦게 추격에 나섰지만 제라드는 뎀바 바의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했고, 이 실수가 첫 골로 이어졌다.
전력적인 열세에서 첫 골을 성공시킨 첼시는 후반들어 더욱 적극적으로 골문을 걸어잠궜고, 일방적인 공격에 나섰던 리버풀은 후반 추가시간에 또다시 실수로 역습을 허용해 0-2로 패하고 말았다.
리버풀이 주도인 잉글랜드 머지사이드 주의 휘스턴 출신인 제라드는 어린 시절이었던 1987년부터 리버풀 유스 아카데미에서 활동했으며 1997년 11월, 리버풀과 정식 프로 계약을 맺었다. 이후 1998년 11월, 셀타비고와의 UEFA컵 경기를 통해 프로 데뷔전을 치르고 블랙번과의 98-99시즌 경기를 통해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한 후 지금까지 리버풀에서만 뛰어오고 있는 리버풀의 상징이자 살아있는 전설이다.
지난 시즌까지 리그 통산 440경기를뒤며 리버풀의 UEFA챔피언스리그 우승과 UEFA 슈퍼컵, FA컵 우승 등 총 11번의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개가를 이루었지만,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아성에 막혀 정규리그 우승은 단 한 번도 차지하지 못했다.
올 시즌, 팀을 이끌며 정상 문턱까지 견인하는 리더십을 보여준 제라드는 '리버풀의 심장'이자 '캡틴'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간절히 바라던 우승 숙원을 푸는 듯 했지만 결정적인 실수로 남은 경기에서 마음을 졸이게 됐다.
잉글랜드 국가대표로도 100경기 이상을 뛰고 유로 2012때부터 주장완장을 차고 있는 제라드의 이번 실수는 제라드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치명적인 실수로 꼽히는 지난 유로 2004에서의 실수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2004년 6월 13일, 포르투갈 리스본의 다 루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유로2004 B조 예선에서 잉글랜드는 디팬딩 챔피언인 프랑스와 본선 조별예선 첫 경기를 치렀다. 당시 양팀의 대결은 예선 최고의 빅매치였다.
그러나 98년 프랑스 월드컵과 유로 2000을 석권했던 프랑스는 이후 내리막에 접어든 상태였기에 잉글랜드가 충분히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었고, 실제로 잉글랜드 역시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잉글랜드는 전반 38분, 미드필드 오른쪽 측면에서 데이비드 베컴의 프리킥을 프랭크 램퍼드가 헤딩으로 연결하며 선제골을 터뜨려 1-0으로 앞서나갔고, 프랑스에 꾸준한 리드를 지켰다. 그러나 후반 중반 이후 흐름이 뒤틀렸다.
후반 27분, 웨인 루니가 실베스트리의 파울로 유도한 페널티킥을 베컴이 넣지 못하며 잉글랜드가 승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찬스른 놓쳤다. 프랑스는 실베스트리와 피레 대신 사뇰과 윌토르를 투입하며 공격의 수위를 높였고, 기회는 경기 막판에 찾아왔다.
정규시간이 모두 끝난 후반 추가 1분, 헤스키의 파울로 얻어낸 페널티박스 정면에서의 프리킥을 지네딘 지단이 그림같이 골문 구석으로 꽂아넣으며 동점을 만든 것이다. 다잡은 승리를 놓친 잉글랜드의 허탈함과 가까스로 동점을 만든 프랑스의 환호가 교차했다. 하지만 잉글랜드의 악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1분 뒤, 프랑스의 압박에 막힌 잉글랜드는후방으로 공을 내줬지만, 하필 그 위치에는 프랑스의 스트라이커 티에리 앙리가 있었다. 앙리의 쇄도에 잉글랜드의 수문장 데이비드 제임스가 몸을 날려봤지만 결과는 파울이었고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동점골의 주인공이었던 지단은 페널티킥도 성공시키며 승부를 뒤집었고 90분을 뒤지던 프랑스는 3분만에 승부를 역전시키고 승리를 차지했다. 이 경기에서 결정적인 백패스 실수로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 제라드였다.
이 실수는 제라드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로 기록될만큼의 오점이었지만, 이어 벌어진 스위스 전과 크로아티아 전에서 맹활약 하며 이 경기에서의 실수를 지워버렸다.
올 시즌은 물론, 프로 커리어 내내 리버풀의 상징으로 사랑을 받으며 최고의 활약을 펼쳐오다가 막상 우승 문턱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제라드가 남은 두 경기에서 어떤 모습으로 지난 첼시전의 실수를 만회할지도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