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재개, 악순환은 '여전'

장우진 / 기사승인 : 2011-09-05 13:34:22
  • -
  • +
  • 인쇄
시중은행, 금리인상 등 ‘대출심사 강화’…고금리에도 2금융권 대출 증가

[ 토요경제 = 장우진 기자 ]그동안 중단됐던 시중은행들의 신규 가계대출이 재개됐다. 그러나 대출심사가 강화되고 금리도 인상돼 서민들의 고통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강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는 여전히 급증하고 있어 이를 억제하기 위해 새로운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은행들은 압박수위를 높이는 것만이 가계부채 억제를 위한 해결책은 아니라며 반발에 나섰다.
금융소비자들도 전세자금 등 필요한 대출을 위해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2금융권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어 대출규제에 의한 악순환은 계속될 예정이다.


◇시중은행, 대출규제 심해졌다


시중은행들의 가계 대출이 재개됐다.
금융당국이 정한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월의 0.6% 이내로 맞추라’는 방침에 따라 전월 대비 0.6% 수준까지는 신규대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가계대출 중단에도 금융당국의 방침은 변하지 않아 신규 가계대출을 받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신규대출 전면중단을 시행했던 농협은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을 재개했다.
신한은행도 일시 중단했던 거치식 분할상환 및 만기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과 직장인 대출 등의 신용대출을 시작했다. 우리·하나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신규대출 재개에 나섰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은행들은 심사기준을 강화하고 대출금리를 인상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서민들의 고통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 인상했다. 신한은행 역시 마이너스 통장 대출 금리를 0.5% 증가했다.
대출심사 기준은 한층 더 까다로워졌다.
하나은행은 주택구입자금이나 전세자금 등 실수요대출이라는 것을 증빙서류를 통해 증명할 수 있는 대출자에게만 대출해 불 예정이다. 즉 용도가 불분명하거나 주식투자 등 투기목적에 대해서는 대출은 금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 역시 자금용도가 불명확한 생활자금용 주택담보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마이너스 통장 개설에 대해서는 대출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 기존에는 요구하지 않던 1억원 이하 주택담보 대출에 대해서도 소득증빙서류를 제출하도록 했다.



◇고금리 부담에도 2금융권 찾을 수 밖에…


이 같은 압박에도 가계대출은 여전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잠정 중단한 지난달에도 가계대출은 5조원이나 증가했다.
문제는 은행권 가계대출은 2조6000억원, 비은행권 대출은 2조300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대출규모가 작았던 비은행권 대출이 급증했다.
가계대출을 가장 먼저 중단한 농협중앙회가 이번 달 1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으며 우리·산한·국민은행은 5000억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은행들이 가계대출 중단을 하면서 가장 우려됐던 ‘2금융권 대출’로 인한 풍선효과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전세값과 생계비 조달 등 대출이 반드시 필요한 서민들은 울며겨자먹기로 고금리의 2금융권을 찾은 것으로 분석된다.
더 큰 문제는 서민들의 고통이 앞으로 더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은행들이 금리를 올린 것과 함께 2금융권도 금리인상에 나섰다. 저축은행 대출금리는 연 17.50%로 전월 대비 2.43%나 오르며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신용협동조합 역시 대출금리를 연 7.35%로 올렸다.
시중은행들은 여전히 금융당국이 정한 ‘가계대출 증가율이 전월의 0.6% 이내로 할 것’ 방침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즉, 가계대출 증가율이 급증할 시 은행들은 언제든지 대출중단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
대출이 필요한 서민들은 고금리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2금융권을 찾을 수 밖에 없어 악순환은 계속될 예정이다.
은행에서 만난 한 고객은 “은행들이 정부방침을 핑계로 금리를 올리는 것 같다”며 “결국 피해자는 은행이 아니라 고객들 아니냐”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압박만이 해답은 아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압박은 더 강해질 예정이다.
가계자금 비수기로 통하는 8월조차 가계대출이 급등하자 추가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등 복수채무에 대해서는 고위험 대출로 간주하고, 이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상향 조정함으로써 충당금을 더 쌓도록 해 공급 측면에서 간접규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라고 밝혔다.
또 김영대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시중은행 리스크담당 부행장 회의에서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추가 대책으로 은행 예대율 준수비율을 100%보다 더 낮추는 방안도 있다”고 밝혔다.
은행들이 예대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예금액이 늘지 않는 이상 대출규모를 크게 줄여야 하기 때문이 고객들은 대출을 받기가 더 어려워진다.
그러나 은행들은 압박수위를 높이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율을 0.6% 이내로 강제하는 것이 가계부채 억제에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며 “은행들의 대출권한을 지나치게 압박하는 것은 자금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금융의 순기능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예대율 규제 등 더 강한 압박을 검토중인 것으로 안다”며 “예대율 규제는 은행영업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므로 정부는 가계부채 억제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금융시장 전체를 놓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