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 = 장우진 기자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9월 국회에 통과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이듬해인 지난 2009년 말 발의된 한은법 개정안이 무려 1년 9개월여만에 극적으로 국회통과 된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한은의 공동조사권 부여다. 한은 입장에서는 그 동안 공들여온 단독조사권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상반기 저축은행 사태로 인해 지난 6월 임시국회 통과가 유력시 됐으나 결국 통과가 실패하면서 한은법 개정안은 사실상 물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번 국회에 극적으로 통과돼 금융감독 등에 있어 새로운 변화가 예상된다.
◇한은법 개정안, 극적 통과

지난 2009년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지 1년9개월여만이다.
이번 법안의 주요내용은 △금융안정 책무 명시 △한은의 금융회사 조사권 강화 △긴급유동성 지원제도 개선 △금융채 지급준비금 부과 등이다.
한은은 통화신용정책의 수행을 위해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금융기관의 범위를 조정해 금융회사 조사권이 강화됐다.
또 한은의 설립목적에 ‘통화신용정책 수행시 금융안정 유의’를 추가하고, 한은은 통화신용정책의 수행상황과 거시 금융안정 상황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금융혁신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통화신용정책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급준비금 제도를 개편하도록 했다. 한은이 금융안정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긴급유동성 지원제도도 개편됐다.
◇공동조사권 부여…‘명분은 건졌다’
이번 법안에서 가장 눈의 띄는 부분은 바로 ‘공동조사권 부여’다. 한은이 공동조사를 요구할 경우 금융감독 당국은 한 달 이내로 이에 응해야 한다. 최종 대부자로서 피감기관 관련정보는 직접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한은의 입장이었다.
그 동안 공들여온 단독조사권은 아니라는 점에서 한은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김중수 한은총재는 “단독조사권을 양보하되 공동검사를 얻었다”며 “어찌보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사실 한은법의 이번 국회통과는 예상외였다.
지난 6월 한은법 개정안이 국회법사위를 극적으로 통과해 6월 임시국회 통과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됐으나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당시 저축은행 사태로 인한 여론형성과 금융개편의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국회통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김 총재 역시 ‘경제동향간담회’, ‘한은 2011 국제컴퍼런스 등 수 차례에 걸쳐 한은의 단독조사권 지지를 분명히 하는 소신발언을 하여 한은법 개정의 국회통과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그러나 본회의 도중 홍재형 부의장이 갑작스레 “교섭단체간 합의로 한은법 처리를 연기한다”고 발표하며 한은법 개정안 통과가 무산됐다.
한은은 당시 핵심골자인 ‘단독조사권’을 빼는 등 국회통과를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했으나 금융위원회 및 기획재정부, 국회 정무위원회 등의 반발로 꿈을 이루지 못했다.
한은법 통과가 실패하자 금융권에서는 9월 국회에서도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였다. 저축은행 사태로 어느 때보다도 높은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고 추진해도 통과가 안됐는데 9월 국회에서는 더 어렵지 않겠냐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번 한은법 개정안 통과로 반전을 보여주며 금융감독에 있어 새로운 혁신이 예상된다.
◇한은-금융당국 ‘엇갈린 행보’
금융회사에 대한 단독조사권을 두고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위원회의 엇갈린 운명은 10여년전 외환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금융감독의 조사권은 한국은행에 있었지만 IMF로부터 자금을 빌려야 할 지경에 이르자 금융감독의 효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이를 명분으로 금융위는 은행·증권·보험사에 대한 포괄적 감독권한을 갖게 됐으며, 한은 등 관련기관은 협력과 견제를 중시하도록 했다. 이는 한은의 금융감독의 지위상실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후 금융위와 관련 기관은 협력과 견제가 제대로 이우러지지 않았고, 2000년 동방·대신·열린상호신용금고 불법대출 사고가 터졌으며, 2008년에는 ‘키코 사태’가 터졌다.
키코사태는 통합감독 시스템의 부실을 드러낸 대표적 사건이었으며 이에 금융감독 당국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이와 같이 금융위와 한은 등 관련기관 통합감독 시스템이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친 이유에 대해 한 금융관계자는 “관련 기관에 대해서는 ‘제한적 감독권’만을 부여하며 금융위의 일방적 권한행사와 외압에 휘둘릴 수 있는 ‘금융위의 현실’이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물가안정’이라는 고유의 역할에 더해 ‘금융안정’ 기능의 일부를 쟁취하면서 추후 ‘시스템 리스크’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금융권·금융노조는 반발거세
한편 시중은행들은 한은법 통과에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시어머니’가 한명 더 생기는 격이기 때문이다.
김 총재가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은행채에 대한 지준부과가 필요함을 밝히자 은행들은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한 은행관계자는 “지준부과는 실질적으로 세금과 다르지 않아 은행채 발행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며 “안그래도 금리가 낮아 어려운 상황에 은행채 운용수익이 더 줄어들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금융노조의 반발도 거세다.
노조는 “한은의 공동검사 요구에 금감원이 반드시 응하도록 한 것은 부패와 관치를 한은으로 옮기는 것은 아니지 우려스럽다”며 “한은의 감독기능으로 금융노동자들에게 2중, 3중의 감독에 시달리게 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 총재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나시 나타날 때 관련 기관들이 힘을 합해 나가야 하는데 이번 한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그러한 환경을 만들 수 있게 됐다”며 “학생들이 시험보기 싫다고 해서 공부만 하고 시험보지 않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밝혔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