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양혁진 기자]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 폐지를 둘러싼 치열한 물밑싸움에서 카드사가 백기를 들었다.

이달 초 대형가맹점에서 무이자 할부 폐지가 전격 시작되면서 소비자를 볼모로 돈벌이에 나선다는 비난이 빗발치자, 결국 카드사들은 10일 서비스 중지 열흘만에 무이자 할부를 재개하고 나섰다.
카드 무이자 할부 폐지는 지난해 말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 때문으로, 신용카드사들이 사전에 충분히 고지하지 않아 곳곳에서 크고 작은 혼란이 빚어졌다.
급기야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카드사들이 대형마트와 재협상에 돌입하면서 고객 달래기에 나섰지만, 결국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를 재개하는 것으로 상황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특별 무이자 할부 형식을 들고 나옴으로서 설날 명절 이후 상황은 아직은 유동적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카드사 결국 힘에서 밀려
인터넷 컴뮤니티 게시판에는 이달초부터 대형마트와 같은 가맹점에서 무이자 할부 폐지로 인해 불편을 겪었다는 글들이 넘쳐났다.
새해 들어 대형마트를 비롯해 통신사·보험사·병원 등에서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대부분 중단되면서 소비자들이 큰 불편을 겪은 것.
대형마트나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살림이 여유롭지 않은 서민들이다. 생활비를 다음달, 다다음달로 분산시켜 조금이라도 매달 지출액을 줄이려고 했던 서민들에게는 무이자할부 폐지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사태가 이렇게 된 건 그동안 신용카드사가 전액 부담했던 무이자 할부 비용을 올해부터 카드사와 가맹점이 나눠 부담하도록 법 조항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드 수수료율 조정으로 지난해 2000억 원 정도 추가부담이 생긴 대형 가맹점들이 무이자 할부비용 부담으로 연간 200억 원가량의 비용을 더 부담할 수 없다면서 버티는 바람에 이런 상황이 빚어졌다.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무이자할부는 특히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인데도 법 개정과 시행과정에서 이 같은 부작용을 간과 한 것으로 보인다” 며 “결국 법 개정의 취지와 상관없이 불똥을 두들겨 맞은 건 소비자들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권을 두고 다투는 카드사와 가맹점뿐만 아니라 법개정만 하고 뒷짐진 금융당국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난이다.
신용카드법을 개정한 이유는 수수료 정상화 및 과당경쟁 자제다. 하지만 취지와 달리 불똥은 엉뚱하게 결국 소비자들에게로 튀었다. 20년 넘게 보편화된 서비스여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제도를 하루아침에 없애면 그 피해는 오롯이 서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어 조금 더 세밀한 들여다보기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던 이유다.
금융소비자연맹과 금융소비자원 등 소비자단체도 성명을 통해 “기존의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6개월에서 1년간 유지해 시장의 혼란과 소비자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 며 “당국이 법을 개정하면서 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가 폐지되는 데 따른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와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용카드사가 연간 무이자 할부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쓴 비용은 전체 마케팅비의 4분의1 수준이다.
2011년 중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를 지원하기 위해 쓴 비용은 약 1조 2000억원으로 전체 마케팅에 들인 5조 1000억원의 24%다.
카드사의 할부 이자율은 2개월 평균 2.0%, 3개월 평균 4.3%다. 그동안 이자에 해당하는 부분을 대형가맹점의 요구로 카드사들이 대신 내준 셈이다.
결국 카드사들이 대형가맹점에 제공한 무이자 할부 비용은 일반가맹점의 수수료에 전가된 측면이 있고 현금 사용자와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따라서 무이자 할부 중단을 둘러싸고 소비자의 불편이 가중된다는 점에서 책임을 카드사에게만 묻기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 등 대형 가맹점들은 개정안에서 말하고 있는 무이자 할부 관련 비용이 ‘판촉행사 비용’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카드사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는 카드사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벌이는 무이자 할부 전략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분담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양측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지만 결국 백기를 든 건 카드사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갑’의 위치인 대형 가맹점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달 17일까지 서비스 연장
1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현대카드, 하나SK카드 등 모든 대형 카드사들이 올해 중단했던 상시 행사용 무이자 할부를 다시 재개하기로 했다.
신한카드는 이날부터 내달 17일까지 전 고객을 대상으로 특별 2~3개월 무이자 할부 행사에 들어갔다. 표면적으로는 ‘특별’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기 때문에 무이자 할부 중단을 내달 17일까지 미룬 셈이 되지만 이 같은 행사가 계속될 가능성이 커 업계에서는 신한카드가 사실상 무이자 할부를 재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명절인 설날을 앞두고 협상에 부담을 느낀 카드사가 명절을 보낸 후 재협상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시선도 있다.롯데카드도 내달 17일까지 전 고객에게 모든 업종과 가맹점에서 2~3개월 무이자 할부 행사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현대카드와 국민카드, 하나SK카드 등도 자체 일정에 맞춰 무이자 할부 행사를 실시한다. 삼성카드는 이달 말까지 상시 행사용 무이자 할부 행사를 유예한 데 이어 2월 1일부터는 슈퍼마켓, 병원, 의료, 전자, 보험 등 생활 편의 업종에 대해 고객별로 2~3개월 무이자 서비스를 하기로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설 명절을 보내기 위해 2월 중순까지는 대부분의 카드사가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할 것이다”면서 “대형 가맹점도 부담을 느끼고 있어 앞으로 협상을 통해 고객에게 계속 혜택이 가능하도록 진행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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