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대학가에서 원룸 임대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 자식과 비슷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세입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이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덕분인지, 세입자들과의 관계는 상당히 양호한 편이라고 자부합니다. 제 원룸에서 살던 젊은이들이 좋은 직장에 합격하거나, 좋은 배우자와 결혼하게 돼 저에게 인사 올 때마다 흐뭇함과 보람을 동시에 느낍니다.
그런데 인연 중에선 악연도 꼭 섞여있기 마련인가 봅니다. 제 원룸에 세들어 사는 한 젊은이는 상습적으로 관리비를 체납합니다. 전세를 살고 있기 때문에 월세 체납 걱정은 할 필요 없고, 또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오죽하면 그러겠는가 싶어서 묵인했으나, 체납이 계속되자 한 두 차례 “관리비를 제때 내달라”고 통지한 바 있습니다. 이 청년은 “생활비가 부족하니, 조금만 이해해달라”고 말하더군요. 그 때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밤거리에서 우연히 그를 만났습니다. 술집에서 친구들과 나오던 그는 호기로운 목소리로 “2차는 내가 쏜다! 걱정마라!”고 외치더군요. 친구들에게 술 살 돈은 있으면서, 관리비 낼 돈은 없다니요…
너무 괘씸해서 앞으로 그 청년의 방에 들어가는 전기와 수도를 모두 끊어버릴까 고민 중입니다. 단전ㆍ단수 조치를 취한다고 해서, 법에 저촉될 건 없겠지요? 돈을 내지 않았으니,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요? (조용자(55)ㆍ임대업)

대법원 판례(대판 2006.4.27, 2005도8074) 역시 같은 취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단전조치를 취한 피고인의 행위는 그 권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다른 적법한 절차를 취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되지 않고, 피고인의 이익과 피해자의 이익 사이에 균형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단전조치가 정당행위로서 무죄라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그 내용입니다.
참고로 해당 판례는 상가건물에 대한 내용으로, 임차인이 관리비를 연체한다는 이유로 임대인이 단전ㆍ단수 조치를 취하자, 임차인이 임대인을 업무방해죄로 고소한 사안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표현은 ‘무죄라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인데, 즉, 아무리 임차인이 월세나 관리비 등을 연체하더라도, 이에 대항하기 위해 전기나 수도를 끊을 경우, 업무방해죄라는 형사상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상가건물이 아닌 주거용 건물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형사 판례가 나온 바 없지만, 단전ㆍ단수 조치가 위법이라는 사실 만은 변함없다 할 것입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임대인의 단전ㆍ단수 조치를 정당행위로 인정한 판례도 있습니다(대판 2007.9.20, 2006도9157). 이 판례에 따르면, 정당행위가 성립하려면 △계약기간이 만료되고 △월세의 연체로 보증금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가 돼야 하며 △단전ㆍ단수조치 전에 임차인에 미리 예고할 것의 3가지 조건을 갖추어야한다고 합니다.
물론 이 경우도 임대차 계약서상 단전ㆍ단수의 근거조항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임대인으로서는 아무리 관리비 연체 문제가 시급하다해도 단전ㆍ단수를 통한 해결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좀 시일이 걸리더라도 법적 절차를 통해 차근차근 수순을 밟아갈 수밖에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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