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내몰리며 정권 '코드맞추기' 지속성 의문
지주사 전환, 자금 집중돼 ‘신규투자 축소’ 가능성도

[토요경제=민철 기자]재계가 문재인 정부와의 ‘코드맞추기’에 분주하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LG, SK 등 주요 그룹들이 새 정부 출범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협력사 지원 방안들을 일제히 내놓는가하면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 기조에 맞춰 채용규모를 대폭 늘리며 ‘블라인드 채용’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화답에도 혜택은커녕 정부여당과 사정당국의 거센 압박에 기업들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당장은 등 떠밀리 듯 현 정부 기조에 적극 응답하고 있지만 벼랑 끝에 내몰리는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정부 지원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대기업들이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들여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도 현 정부의 코드맞추기 일환이다.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지주회사 요건 강화 등 대기업에 강력한 제재를 피하기 위한 사전 대응책으로도 해석되기도 한다.
롯데그룹은 지주사 전환을 위한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달 29일 롯데제과·칠성음료·쇼핑·푸드 등 4개사의 분할·합병안이 주주총회를 통과, 롯데제과의 투자회사를 중심으로 한 롯데지주가 내달 1일 출범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효성그룹도 지주사 전환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지만 내년 초 전환 작업을 마칠 계획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효성은 단일 회사에서 섬유, 산업 자재, 중공업, 건설, 금융 등 사업 특성이 다른 분야를 퍼포먼스 그룹(PG)으로 구분해 경영하고 있다.
크라운해태제과, 매일유업, 오리온 등은 이미 지주사 전환 후 재상장을 완료했고 이랜드, SK케미칼 등도 올 연말까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를 분리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주사 전환 이외에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이어 채용 확대, 상생 방안을 등을 연이어 내놓으며 현 정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대기업들이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확대 기조에 발맞춰 채용규모를 대폭 늘리는 한편 지원자들의 스펙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은 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사안이다. 지난 6월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당장 이번 하반기부터 공무원이나 공공부문에서 채용할 때 블라인드 채용제도를 실시했으면 한다. 민간 대기업들도 권유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기업들이 이를 적극 수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기업들은 올해 하반기 채용 시즌에 블라인드 전형을 앞다퉈 신설하고 있다. CJ그룹이 하반기 채용 인원의 20% 정도를 학교 학점 등을 기재하지 않는 ‘리스펙트 전형’으로 뽑는 것을 비롯해 현대모비스는 학력 학점 영어점수 없이 뽑는 ‘미래전략전형’을 도입했다. 신한카드도 디지털 역량만을 평가하는 ‘디지털 패스’ 전형을 선보인다. 서류나 면접 등을 블라인드 방식으로 평가하거나 이력서 항목을 최소화하는 경우도 늘었다. 국민은행은 하반기 채용에 자격증 어학점수 항목을 없애고, 블라인드 면접으로 지원자를 평가한다.
현대차와 기아차뿐 아니라 LG전자도 올해 하반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고 가독관계를 쓰거나 지원자의 사진을 첨부하지 않기로 했다.
매번 정권 교체기에 나타나는 기업들의 코드맞추기가 기업경영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권 교체로 인한 정책 전환에 따라 기업들이 장기적이며 일관적인 경영을 유지해 나가기 어려울 뿐 아니라 상당한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지주사 전환 비용으로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작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산업 전반에 활력을 증대시킬 신규 투자와 개발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면서도 “지주사 전환으로 최대 몇 조가 매몰비용으로 쓰이면 신규 투자 등 경쟁력 강화 비용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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