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세탁기 이어 반도체까지…美 통상압박 거세진다

여용준 / 기사승인 : 2017-12-04 16: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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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특허 침해 조사 착수
전방위 통상압박 확대…對美 수출기업 등 긴장감 고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미국의 통상압박이 태양광 발전과 세탁기에 이어 반도체로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압박은 트럼프 행정부 내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의 특정 메모리모듈과 관련 부품이 자국 기업의 특허를 침해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로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에 착수하는 부품은 컴퓨터 주회로판 슬롯에 설치된 D램 집적회로를 포함한 회로판 등으로, 조사대상은 SK하이닉스 한국 본사와 미국 새너제이 소재 SK하이닉스 아메리카, SK하이닉스 메모리솔루션 등이다.


이번 조사는 넷리스트가 지난 10월 31일 SK하이닉스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넷리스트는 지난해 9월 SK하이닉스의 서버용 메모리제품이 자사 미국 특허를 침해했다며 ITC에 제소한데 이어 10월 말에는 SK하이닉스의 메모리모듈 제품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제소하는 등 특허 침해 소송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앞서 넷리스트는 지난달 14일 ITC 행정법 판사가 SK하이닉스의 서버용 메모리제품 RDIMM과 LRDIMM이 자사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예비 결정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넷리스트의 주가는 ITC의 조사 개시 결정 직후인 지난달 29일 장중 3% 급등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0월 31일(현지시간) ITC는 삼성전자가 특정 웨이퍼 레벨 패키징(WLP) 반도체 기기 및 부품 등에 대해 미국 반도체 패키징시스템 전문기업인 테세라의 특허를 침해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WLP는 웨이퍼를 개별 칩 단위로 절단해 패키징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패키징을 간소화해 웨이퍼 단계에서 반도체 완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술로 완제품의 부피가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이 조사는 미국의 반도체 패키징시스템 전문업체인 테세라의 제소에 따른 것이다. 테세라는 삼성이 WLP 기술과 관련된 미국 특허 2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테세라는 ITC에 자사 특허를 침해한 삼성 반도체 제품은 물론 반도체를 탑재한 스마트폰, 태블릿, 랩톱, 노트북 등의 수입금지와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


ITC는 아직 이번 사건의 쟁점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ITC는 사건을 담당할 행정법 판사를 배정하고 조사 개시 45일 이내에 조사 마무리 시한 등 조사 일정을 정할 방침이다.


테세라는 또 지난 9월 28일 삼성전자와 일부 자회사가 반도체 공정과 본딩(bonding), 패키징, 이미징 기술 등과 관련된 24개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기도 있다. 테세라는 혀냊 ITC와 연방지방법원 3곳, 일부 국제재판소 등에 제소했다.


ITC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상대로 조사하는 것은 관세법 337조에 따른 것이다. 관세법 337조는 ITC가 미국 기업이나 개인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외국 제품에 대해 수입금지를 명령할 수 있는 조항이다.


한편 미국은 태양광 발전과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권고한데 이어 반도체에 대해서도 조사를 실시하며 통상압박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ITC는 미국 태양광 업체를 수입제품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태양광 전지에 대해 세탁기와 마찬가지로 저율관세할당(TRQ)을 설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4년간 최대 30%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마련했다. TRQ는 일정 물량에 대해서는 낮은 관세를 매기되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수입제한 조치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출하는 모듈은 쿼터(할당) 없이 4년간 최대 30~35% 관세를 부과한다. 제재 대상이 되는 기업은 LG전자와 한화큐셀, 신성이엔지, 현대그린에너지 등이다.


또 지난달 21일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의 미국 수출물량에 대해 TRQ를 적용해 120만대 초과시 5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세이프가드를 요청한 미국 세탁기 제조업체 월풀은 당초 삼성과 LG의 모든 세탁기에 대해 일괄적인 50% 관세 부과를 요청했다. 반면 삼성과 LG는 TRQ를 통해 145만대를 넘어갈 경우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제시했다.


ITC의 권고안에는 삼성·LG의 세탁기에 대해 향후 3년간 매년 120만대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첫해에는 50%를 부과하고 2년 차에는 45%, 3년 차에는 40% 관세를 부과하는 TRQ를 제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재계에서는 미국의 통상압박이 반도체에 이어 타 업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수출경로 다변화 등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고 임기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생산선 다변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정부도 외교력과 설득력을 발휘해 방어막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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