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 양혁진기자]

영화감독 전모씨는 최근 가족들을 데리고 미얀마로 떠났다. 한국에서 흥행작을 내지 못해 차기작을 찍을 기회가 요원하던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의 소개로 미얀마의 모 방송국에 취직해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
50년동안 폐쇄됐던 미얀마의 개방을 보여주는 한 단면도다. 아시아의 마지막 남은 ‘엘도라도’라고 불리는 미얀마에 대한 경제계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세계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이 외국인 투자규제 완화에 너나 할 것 없이 미얀마로 몰려들고 있지만, 기본 인프라 부족은 여전한 문제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IT부분의 인프라 부족은 심각해서 휴대폰 사용자가 전체 인구의 5%가 되지 않을 정도다. 전모 감독도 “앞으로 한국 지인들간의 연락은 당분간 이메일에 의존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 문전 성시.. 내년엔 더 가속화 될 듯
올해 한국 기업들과 공사의 미얀마 진출은 거의 러시에 가깝다. 인천공항공사는 경제수도 양곤 주변의 신공항 건설 참여를 모색중이고, 수자원 공사는 상수도 건설 프로젝트를, 국토부는 양곤을 관통하는 이라와디강 종합 정비계획을 주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한국서부발전등의 컨소시엄은 화력발전소를 수주했다.
금융계 진출도 눈에 띤다. 기업은행은 현지 합작법인을, 하나 은행은 양곤사무소를 설치했다. CJ는 그룹 차원에서 현지 사무소를 열고 물류와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사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가스전 개발사업에 이어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시내에 1억5000만달러(1630억원)를 투자하는 호텔 건립을 추진 중이다. 삼성과 효성도 미얀마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얀마 주재 김해용 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의 웬만한 종합상사들은 이미 다 들어와서 사무소를 내고 생산공장을 설립하려고 정부 인가를 신청했다. 미국도 코카콜라를 비롯한 20여 개의 다국적기업 대표단이 얼마 전 이 나라를 시찰하고 돌아갔다” 면서 “대규 모 투자 진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15년간 270억 달러를 투자하며 사실상 원유, 천연가스, 보석 등 미얀마의 천연자원을 지배했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자원이 풍부한 국가지만 금융ㆍ유통 등 서비스업도 전망이 밝다”며 “아직 제약 조건이 남아 있지만 지금 사업에 뛰어들 기회임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미얀마 경제가 활기를 되찾아오는 2020년까지는 질주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미얀마의 경제는 아시아의 떠오르는 별”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하고 있다. 미얀마 행정수도 네피도에서는 내년에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동티모르가 참여하는 동남아시아경기대회(SEA 게임)가 열린다.
2014년에는 미얀마가 ASEAN을 대표하는 의장국이 된다. 네피도에는 대규모 행사를 위해 호텔이 계속 건설 중이다. 미얀마는 관세를 비롯한 각종 제도와 행정절차를 개선해 투자 진출을 받아들일 준비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9월 양곤까지 직항 노선이 열리면서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지난해 5월 이명박 대통령의 방문과 10월 테인 세인 대통령의 한국 답방으로 양국의 우호가 증진하면서 대기업 총수를 비롯해 그룹 임원, 중소기업 경영인, 각계 인사들이 줄을 이어 찾아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20일 오바마 미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미얀마를 방문한 것은 이러한 흐름에 화룡점정을 찍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은 그동안 국제사회와 연대해 미얀마 군사정부에 제재와 압박을 가해 왔다. 고립된 미얀마는 중국에 경제는 물론 군사 분야까지 의존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세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어 중국 의존을 줄이고 미국 쪽으로 다가갔다. 지난 4월엔 수치 여사를 의원에 당선시킨 보궐선거도 실시했다. 미국은 경제 제재 완화 조치로 화답했다. 오바마의 방문은 미얀마의 미래가 어디로 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상징적인 모습이었다.
한국 드라마 보고 케이팝 인기 하늘 찔러
이 나라가 한국의 경제발전을 모델로 삼고 경험을 전수하려 한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우리 산업화 과정에서 하나하나 이뤘던 것을 되집어 보면 된다는 것.
즉 전력이 부족하고 정보통신 기반과 도로, 항만, 공항 등이 부족하지만, 그 부족하다는 부분이 수요가 되고 기업들의 진출 여건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미얀마가 한국이 진출하기에 특히 유리한 점은 한국 문화에 대해 더없이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미얀마의 3개 지상파 방송국과 케이블 TV에서 방영하는 드라마의 대다수가 한국 드라마이다.
미얀마 방송국에 들어간 전 모 감독은 “단순한 취직 정도로 생각했다면 가족들을 데리고 여기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라며 “문화 예술인으로 불모지나 다름없는 미얀마에 한국 문화를 알리고 그들과 같이 호흡하며 한국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는 1세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얀마 사람들의 한국 선호는 대단하다. 90년대 홍콩문화가 한국에서 인기를 얻는 것 이상으로 한류가 대세” 라면서 “그동안 미얀마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현지화 전략에 신경을 많이 써준 것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급격하게 외국자본이 밀려오면서 환경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은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전 감독은 “불과 1-2년전만 해도 비행기표나 숙박등에서 어려움이 없었는데 지금은 집값이나 사무실 가격이 만만치 않다” 며 “이런 위험부담까지 알아보고 오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1년 전 월 2000달러였던 외국인 아파트 임대료는 현재 6000달러로 올랐다. 양곤 시내 호텔의 하루 숙박료는 60~70달러에서 200~250달러로 올랐다.
코트라(KOTRA)의 양곤 무역관은 “전력부족으로 인한 추가 발전의 부담과 자동차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교통정체로 운송비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6천만의 인구가 있지만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고 교육과정도 부실해 인력조달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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