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판 ‘빅브라더’ 출현?

염유창 / 기사승인 : 2013-01-25 14: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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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보험업계, '정보 일원화' 충돌

▲ '보험정보 일원화' 문제를 놓고 당국과 업계가 날선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토요경제=염유창 기자] 해묵은 숙제인 보험정보 일원화를 놓고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강하게 대립하고 있다. 보험정보 일원화는 금융위원회가 보험정보원을 설립해 모든 고객의 보험정보를 한 군데서 관리하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정보 관리의 효율성 및 보험사기 방지를 이유로 보험정보 일원화를 추진하고 있고 보험업계는 정보 집중으로 인한 권력화 및 예산 낭비를 근거로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 당국, 보험정보 일원화 추진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보험정보 집중체계 현황, 문제점 및 개선방안’ 공청회는 시작 전부터 삐걱거렸다. 당초 오후 3시에 열릴 예정이던 이 행사는 보험정보 일원화를 반대하는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노조원 30여명이 현장을 점거해 개최예정시각보다 30분 늦게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과 공청회 개최 관계자들 사이에 욕설과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유주선 강남대학교 교수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공제 등의 정보가 통합·관리되지 않아 보험 계약인수와 사기 등에 노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위원회는 점점 지능화되고 있는 보험사기 등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선 생명·손해보험 계약정보와 사고기록을 아우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보험연구원 송윤아 박사는 “보험사기 적발 및 방지를 위해선 공공기관과의 정보교환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 보험정보 일원화는 꼭 필요하다”며 “정보 집중은 어쩔 수 없는 일이며 지금은 정보 권력화를 어떻게 최소화 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연맹도 보험정보 일원화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금소연은 “보험가입자 신상정보를 이익단체가 관리하면 안 된다”며 “보험협회와 보험업계가 보험정보 일원화를 반대하는 것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법’도 ‘소비자권익’도 무시하겠다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 이종환 팀장은 “더 두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보험정보 관리가 잘 되고 있지 않다”며 “보험정보의 주인은 소비자인 만큼 반드시 보험정보 일원화를 시켜 통합관리를 통해 소비자 보호를 실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준섭 보험개발원 본부장은 “보험정보 독점으로 인한 권력상승 주장은 어떠한 근거도 찾을 수 없다”면서 “보험개발원이 보험정보를 집적한다면 최소비용으로 구축, 관리가 가능해 훨씬 효율적이다”고 주장했다.


◇ 보험업계 강력 ‘반발’
이에 대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업계는 보험정보원이 설립될 경우 개인정보의 오·남용을 비롯해 기관 비대화에 따른 폐단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업계의 분담금을 통해 보험료율을 산출하는 보험개발원에 정보가 집중화될 경우 상급기관으로 변질화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용 생보협회 본부장은 “정보의 일원화는 기능적으로 통합이 가능할 때 효율성을 발휘하는 것인데 생명·손해보험은 태생부터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정보 일원화 자체를 시킬 수 없다”면서 “보험정보 독점은 기관 권력화 등 오히려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고 주장했다. 손해보험업계는 “정보가 한 곳에 집중될 경우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 문제도 발생할 수 있고, 또 다른 유사감독기관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보협회 박종화 상무는 “개인정보보호 문제는 정보통합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며 해킹 표적이 돼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보험정보원이 필요하다면 은행 등 모든 금융업권에서 정보원을 별도로 설립해야 한다”며 “정보통합은 금융정보 전반을 우선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역설했다.


◇ 소비자 단체 의견도 엇갈려
보험정보 일원화 문제를 놓고 소비자 단체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이준섭 보험개발원의 부문장은 “보험개발원은 보험계약 정보를 갖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생·손보 사고 정보는 실시간 조회가 된다”며 “연간 260억 건의 정보를 갖고 있는데 생·손보의 2억여건 정보가 더해진다고 ‘권력기관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부문장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의 보호다. 개인정보보호를 먼저 하고 그 후에 활용 방법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며 “전산이라는 것은 유지보수 비용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140억원이 들어갔지만 앞으로도 유지 보수에 비용 지출될 것이다. 보험계약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부회장은 “보험정보는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이다. 계약자들의 개인ㆍ질병정보를 누출하거나 영업적으로 오남용 되는 것을 막으려면 보험정보를 한 곳으로 모아 통합 관리를 추진하는 것은 마땅한 조치”라고 찬성했다. 이어 “정보를 관리는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 전문기관을 세워 한 곳으로 모으지 않는다면 공공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비용적인 측면에서 봐도 한 곳에서 정보를 관리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또 그는 “현 체계에서는 정보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등 문제가 있다”며 보험정보 일원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보험정보 일원화는 매우 민감한 문제인데도 정부가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밀어붙이는 느낌”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관리하느냐가 아니라 잘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는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단순 보험뿐이 아닌 금융 전체의 정보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시스템 구축이 어렵다면 결국 금감원이라도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험정보 일원화 기관의 주체로 거론되는 보험개발원의 이준섭 이사는 “보험정보 일원화가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지는 것이 안타깝다”면서도 “비용효율성 등의 측면에서 보험개발원에서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박종화 손해보험협회 상무는 “(보험정보 일원화가) 왜 필요한지, 법적인 문제는 어떻게 정리할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을 먼저 고민해야한다”며 일단 보험정보 일원화부터하고 보자는 방식의 통합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보험정보 일원화는 1990년대부터 문제 제기가 됐지만 생·손보협회와 보험개발원의 갈등이 끊이지 않아 번번이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다. 생보협회와 손보협회는 개인 정보가 보험개발원에 넘어가면 협회 존립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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