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 일본의 위안부 역사에 대한 왜곡 활동이 예사롭지 않다. 재미 일본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미국의 정치인들에게 집단 이메일과 편지 보내기, 유투브 동영상을 활용한 뻔뻔하고 염치 없는 작전이 조직적으로 펼쳐지고 있어 한인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 “한인 사회 거짓말에 속지마!”
이 같은 움직임은 올해 뉴욕주 상하원에서 동시에 일본군 강제위안부 결의안이 발의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더욱 극렬해지고 있다. 이들은 웹사이트를 통해 미국 정치인들에게 편지와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거는 캠페인을 독려하고 있다.
이달 초 뉴욕주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결의안을 발의한 토니 아벨라 의원과 찰스 래빈 의원 등 뉴욕주 의원들에게 ‘위안부는 자발적인 성매매 여성’이라는 주장이 담긴 일본인들의 항의성 이메일이 쇄도하고 있다.
아벨라 의원실은 “이들 이메일은 위안부 여성이 돈을 벌려는 성매매 여성이며 한인 사회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라며 “보통 200통 이상의 이메일이 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들의 뻔뻔함은 뉴욕 지역 첫 한인 정치인으로 배출된 김태석 주 하원의원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김 의원 역시 스팸 이메일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한·일 간의 역사를 너무도 잘 아는 우리야 문제가 없지만 미국의 정치인들이 일본 커뮤니티의 조직적인 이메일에 영향을 안 받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이 받은 이메일은 A형과 B형의 두 종류 샘플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중앙일보에 따르면 메일 원본은 ‘정의와 평화를 위한 일본 여성들(Japanese Women for Justice and Peace : www.sakura.a.la9.jp/japan/)’이라는 단체의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다.
웹사이트 초기화면은 일본어로 “올바른 역사를 차세대에 연결하는 네트워크 ‘위안부=성노예’의 거짓말에 종지부를!”이라는 제목과 함께 ‘뉴욕 주의회 상하원 양원 위안부 결의 반대! 메시지를 보내자’라며 영문 샘플 편지와 이메일 발송 방법이 나와 있다. 이들은 뉴욕주 상하원 의원들의 이메일 주소와 페이스북은 물론, 트위터 계정까지 공개하며 소셜 미디어의 활용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영어 메일 샘플의 내용은 역사를 아는 한국인들에겐 어처구니없는 거짓으로 일관돼 있다. 샘플 A형을 보면 “이른바 위안부들은 2차대전 때 일본군을 위한 창녀들이다. 지금은 비도덕적인 것이지만 당시엔 미군을 포함해 합법적이었으며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때도 운용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2차대전이 끝난 지 반세기도 더 지난 지금 일본 군대가 한국 여성들을 강제로 납치해 갔다는 거짓된 이야기를 갑자기 퍼뜨리고 있다. 특히 미국에 있는 재미 한국인들은 20만 명의 여성이 납치돼 ‘성노예’로 희생됐다며 이를 ‘홀로코스트’에 빗대고 있지만 이는 많은 학자들과 전문가들의 연구에서 허구임이 드러났다”고 사실인양 늘어놓았다.
이들은 “일본에 대한 한국인들의 거짓말과 선전술은 미·일 간 우호와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해치는 행위로 중국과 북한만 이롭게 만들 것”이라며 “우리의 백악관 홈페이지 청원 운동이 3만 명을 넘어섰다. 위안부 결의안을 중단하고 위안부기림비는 철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이트엔 놀랍게도 한글 선동문까지 있다. “위안부 강제 연행설은 한국의 치욕, 허구인 것을 세계에 알려서 일본 민족과 한민족의 명예를 지키자”는 제목과 함께 “위안부는 민간 소개업자의 모집에 따라서 전장 가까이까지 가고, 합법적으로 일을 한 사람들이었다. 양식을 가지신 한국 사람 여러분, 일본과 조선 쌍방의 조상들을 모욕하는 ‘위안부 강제 연행설’이 역사의 왜곡이며 ‘사실 무근’인 것을 세계에 알려주고, 민족의 명예를 지킵시다”라고 호도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위안부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는 디트로이트 한인들의 활동과 관련, 이 지역 정치인에 이를 항의하는 서한을 보내도록 하는 등 위안부기림비가 새롭게 건립되거나 결의안 움직임이 있는 주의 동향과 행동 지침을 알리는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재미 일본 사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극우 정치인 아베 신조가 총리로 복귀한 일본 내 기류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7년 미 하원에서 위안부결의안이 통과되고 아베가 총리직에서 낙마한 ‘뼈아픈’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한인 사회는 공분 속에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8월 뉴욕에서 결성된 일전퇴모(일본전범기퇴출시민모임)의 백영현 대표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일본인들의 행태는 제 무덤을 파는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가 흥분해선 안 된다. 냉철하게 이들의 모순된 논리를 반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日, 역사교과서 검정기준 개정 검토
위안부에 대한 조직적인 역사 왜곡에 이어 일본 문부과학성이 지난달 28일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역사적 관계에 배려하도록 한 교과서 검정 기준 개정을 위해 구체적인 검토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교도 통신이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문부과학성은 빠르면 올 여름부터 이를 위한 논의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교과서 검정 기준 개정은 한국과 중국 등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 일부에서는 '배려'의 대상을 아시아에 국한하지 않고 국제사회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일본 근·현대사를 다루는 역사 교과서 검정 기준은 아시아 국가들을 배려하도록 규정한 ‘근린 제국 조항’을 두고 있다.
그러나 자민당 내에서 “이러한 조항이 일본 국민들에게 자학(自虐)사관을 심어줄 우려가 크다는”는 비난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으며 자민당은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 “일본 전통 문화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교과서로 공부할 수 있도록 검정 기준을 개정할 것”을 정권 공약으로 내걸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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