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세금 수백억원, 사장님 주머니 속으로…

유상석 / 기사승인 : 2013-02-01 13:16:14
  • -
  • +
  • 인쇄
서울 시내버스 업체 대표이사 고액연봉 논란

▲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 이후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가 시민 세금으로 보전되는 가운데, 서울 시내버스 업체 대표들이 평균 2억원 이상의 고액연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토요경제=유상석 기자] 서울 시내버스 업체 대표이사들이 경영난 속에서도 2011년 평균 2억원 이상(2억815만원)의 고액연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4년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도입된 이후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를 서울시가 보전해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시민의 낸 세금 수백억원이 시내버스 대표이사들의 주머니로 들어간 셈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시와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 측은 “산정된 표준운송원가에 따라 정당한 방식으로 운송수익금을 나눠 가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금이 아니라는 말이다. 시가 지난 2011년 한 해 동안 버스업체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쏟아 부은 예산은 3204억원이다.


◇ 대표 연봉은 매년 계속 늘어나
최근 서울시내버스 업체 대표이사들의 평균 연봉이 2억원 이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2011년 기준으로 억대 연봉을 받는 대표이사도 전체 66개 업체 111명 중 47개 업체 62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3년간 ‘서울시 시내버스업체 대표자 현황 및 연봉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시내버스 66개 업체 대표들에게 지급된 연봉 총액은 394억474만원이었다.


연도별로 보면 시는 지난 2009년 123억4148만원을 대표이사들에게 지급했다. 2010년에는 133억6109만원, 2011년에는 137억3817만원이 대표이사 연봉 명목으로 나갔다. 이 기간 동안 대표이사의 평균연봉도 1억8699만원에서 2억244만원, 2억815만원으로 매년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준공영제를 시행한 지난 2004년부터 1000억 원 가량의 천문학적인 돈이 서울시내버스 업체 대표이사들에게 주어졌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연봉지급 상위 5걸은 일반 시민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고액을 연봉으로 받고 있었다.


선진운수 대표 민 모 씨는 2010년 한 해에만 5억8333만원의 연봉을 받아 최고연봉자로 확인됐다. 월급으로 치면 한 달에 약 4861만원을 받은 셈이며 하루 수당으로 계산하면 159만원 정도를 받은 것이다. 그는 2009년과 2011년에도 5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민 씨에는 못 미치지만 삼화상운ㆍ한성여객ㆍ흥안운수 대표를 맡고 있는 조 모 씨도 각각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3억원대의 고액 연봉을 받아왔다.


다모아자동차 대표 이 모 씨는 2009년 2억6460만원을 받았다. 이어 2010년과 2011년에는 각각 2억7960만원씩 받았다.


서울교통네트워크 조 모 대표는 2009년 2억1616만원을 받은 데 이어 2010년 2억5404만원, 2011년 2억9300만원을 받았다.


논란이 일자 시는 “시내버스 업체가 공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인사와 재무, 경영 등에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억대 연봉을 받는 대표들에게 강한 거부감을 보인 일반 시민들과의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권오혁 서울시 버스관리과장은 “준공영제로 운영되기는 하지만 이들 업체가 법인으로 등록돼 있어 대표이사의 선임과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은 상법상 정해진 요건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회사의 자율에 맡겨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 시 “문제 있지만 범법행위 아니다”
일부 대표이사들이 복수의 버스 업체에 등재돼 있으면서 연봉을 중복해 지급받아 왔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시내버스 업체 대표이사 현황과 연봉현황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개 이상의 버스회사에 대표이사로 등재된 사람은 총 11명이었다. 이 중 1명은 버스회사 5곳에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관악교통과 삼화상운 등 5개의 버스회사에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는 조 모 씨는 2011년 한 해 동안 각각의 회사로부터 2억9300만원과 1억4400만원, 1억3200만원 등 총 8억5700만원을 연봉으로 받았다.


서울 시내버스 업체 대표이사들의 억대 연봉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이들이 중복해서 연봉을 지급받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시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을지는 몰라도 범법행위는 아니다”며 버스회사를 두둔했다.


오히려 “복수의 회사에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을 경우 1개 회사에서만 연봉 전액을 가져가고 나머지 회사에서 지급된 연봉은 일정 부분만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의 개선안을 마련해 시행 중에 있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이 또한 대표이사가 받는 연봉의 총액을 일정 금액 줄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중복지급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운관 참여연대 간사는 “억대 연봉을 받는다는 것보다 이를 제대로 관리하려 않는 서울시가 더 큰 문제”라며 “보완책이 중복 지급되는 돈의 액수를 줄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 또한 중복지급”이라고 지적했다.


◇ 시-업계 ‘운송원가 개선’ 대립
결국 시는 시내버스의 ‘표준운송원가’를 개선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66개 업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연료비와 타이어비, 인건비와 일반경비 등을 정확히 산출해 과다 지원이 폐해를 막겠다는 것이다.


서울시 버스관리과 관계자는 “임원인건비를 업체가 보유한 버스 대수를 기준으로 정해 원가만을 지급하는 방식을 도입했다”며 “아직 집계하지 않았지만, 예전처럼 억대 연봉을 받는 대표이사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버스업체 대표이사들의 연봉논란과 함께 과도한 적자보전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이어지자 버스 업체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현재 책정된 운송원가도 실제 비용보다 훨씬 낮게 책정돼 있는데 시가 또 낮추려 한다”며 “처음부터 현실성 없는 운송원가를 강제적으로 책정한 것도 모자라 환승할인까지 도입하면서 수천억원의 적자가 나게 된 것인데 시는 오히려 단가 후려치기를 하려 든다. 불공정거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이어 “물론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대표이사도 있지만 그건 그 회사가 많은 수익을 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적게 받는 대표이사들까지 억대의 연봉을 받는 걸로 비춰지는 건 불합리하다”고 토로했다.


◇ 2억대 고액 연봉 어떻게 받을 수 있나
서울 시내버스 업체 대표이사 자리는 동종업계에서도 ‘불로소득이 보장된 직책’으로 인식된다. 한 지방의 버스업체 관계자는 “지원금을 더 타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입씨름을 하는 것을 빼면 어떤 일을 하는지도 알 수 없는데 억대 연봉을 받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서울 시내버스 업체 대표이사의 연봉은 시가 산정한 표준운송원가에 따라 지급된다. 2010년 표준운송원가표를 보면 임원 인건비는 보유한 버스 1대당 1일 기준으로 2906원의 급여와 242원의 퇴직급여, 365원의 복리비가 책정돼 있다. 대표이사가 버스를 1대 갖고 있을 경우 매원 10만5390원의 인건비를 지급받게 되는 구조다. 보유한 버스가 많을수록 연봉은 상승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와 시의회 등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시내버스 업체 대표들은 직원들의 인건비와 각종 운영비를 줄인 뒤 남은 돈을 영업이익으로 처리하지 않고 자신들의 급여에 반영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여기에다 내부경영 영역에 속한다는 이유로 현황 파악조차 쉽지 않은 각종 인센티브까지 더해져 억대 연봉을 받은 것이다.


남재경 서울시의회 의원은 “서울시가 지급하는 보조금의 일부가 대표이사들의 연봉으로 전용되고 있을 것”이라며 “시가 시민의 세금으로 대표이사들의 월급을 챙겨준 꼴”이라고 관리를 허술하게 한 시를 강하게 질타했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