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염유창 기자] 동반위가 결국 제과점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불렸던 동네빵집과 대기업프랜차이즈의 생계 혈투는 일단 동네 빵집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SPC와 같은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를 내비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어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이 싹을 틔울지도 모르는 형국이다.
◇ “사업축소 우려” 대기업 울상
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 유장희)가 5일 제과점업과 외식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앞으로 동네빵집 500m 이내(도보기준)에는 대기업 계열사의 빵집 출점이 금지되고, 프랜차이즈 빵집의 출점 규모도 연 2% 이내로 제한된다.
동반위는 이날 오전 서초구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제21차 동반성장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제과점업과 외식업등 8개 서비스업과 플라스틱 봉투 등 2개 제조업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의 경우 동네빵집의 500m 이내(도보기준)에는 새 점포를 열 수 없다. 한해에 열 수 있는 신규 매장 수도 현재 규모의 2% 이내로 제한된다.
외식업의 경우에도 대기업 외식업체는 신규 브랜드 론칭을 금지하고, 기존 브랜드의 신규 출점은 복합 상권과 역세권, 신도시 등 대형 상권에 대해서만 허용된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동반위에 중기 적합업종 편입을 신청한 업종은 생계형 20개, 비생계형 12개 등 32개 업종으로, 제과점과 음식점은 자판기 운영업, 화장품 소매업 등과 함께 생계형 업종에 포함됐다.
이와 관련 베이커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500m 거리 제한(동네빵집 기준) 결정은 기존 공정위 거리제한에 이은 이중 규제로 사실상 확장 자제가 아닌 사업 축소의 우려가 있다”며 “프랜차이즈업의 특성상 자연감소분이 있기 때문에 매년 매장수가 역성장할 수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서중 제과협회장은 “프랜차이즈 빵집의 출점 동결과 확장 자제를 원했지만, 그나마 이 정도라도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아쉬운 마음이 있지만 영세 제과업계에도 희망이 생긴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제과점 뚜레주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은 “이번 결정은 기존 공정위 거리 제한에 이은 이중 규제로 확장 자제가 아닌 사업 축소의 우려가 있다”며 “베이커리 업종 전체에 대한 거리 제한은 경쟁 저하는 물론 소비자의 기본적 선택권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국내 최대 제과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측 관계자는 “권고안을 수용할지를 놓고 회사 내부에서 회의하고 있다”면서 “권고안을 따르면 사실상 점포축소인데 그대로 따르기는 어렵고, 동반위와 더 이야기를 해야할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제조업 2개 서비스업 14개 업종 지정
유장희 위원장은 이날 “생계형 서비스업 적합업종의 지정은 무너져가는 골목상권을 지키고 대-중소기업 모두의 동반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금번 생계형 서비스업 적합업종 지정과정 중 일부 품목에서 다소간 갈등과 대립이 있었으나, 대승적 차원에서 끝까지 협의에 참여하고 노력해주신 덕분에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고 그간의 소감을 밝혔다.
정영태 동반위 사무총장은 “마지막까지 위원들 사이의 의견이 엇갈려 난상토론을 벌였다”며 “결국 추가 출점 거리를 반경 500m 안에서 도보 500m 내로 다소 완화하는 선에서 협의했다”고 말하며 결과 도출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음을 토로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실태조사 및 대·중소기업간 조정협의체 운영을 거쳐 최종 제조업 2개 품목, 생계형 서비스업 14개 업종이 권고되었다. 제조업의 중기 적합업종은 다음과 같다.
△플라스틱 봉투(진입자제) △메밀가루(사업축소)
서비스 업종의 중기 적합업종은 다음과 같다.
△자동판매기 운영업 △자전거 및 기타 운송장비 소매업 △서적 및 잡지류 소매업 △가정용 가스연료 소매업(이상 4개 업종 사업축소 및 진입자제) △제과점업 △중고자동차 판매업 △음식점업 7개 업종(이상 9개 업종 확장자제 및 진입자제) △화초 및 산식물 소매업(진입자제)
◇ “프랜차이즈 준비에 장애물 안돼”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은 5일 “국내 시장질서를 존중한다면 외국계 업체를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제21차 회의를 갖고 8개 서비스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뒤 가진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유 위원장은 “어떠한 외국 기업이라도 (해외 투자를 원한다면) 현존하는 시장 질서를 흐트러뜨리면 안 된다는 대전제가 있다”며 “이걸 지킨다면 외국인 직접투자를 권장하는 차원에서 환영한다”고 말했다.
정영태 사무총장은 동네빵집 500m 출점 제한에 대해 “출점 제한 기준은 일단 도보로 500m 이내다. 단독으로 있는 중소점포 빵집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중소기업법상 대기업으로 분류되면 모두 검토 대상이다. 특히 앞으로 새로 대기업 계열로 분류되는 제과점도 규제 대상이 될 것이다. 이는 향후 모니터링과 사후관리를 통해 자연스레 이야기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외국계 업체들이 이번 권고안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재소하거나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이용해 반발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유 위원장은 “WTO에서는 외국 기업이 건전한 의도로 타국에 진입할 때 장벽이 없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어떤 외국 기업이라도 현존하는 시장 질서를 흐트러뜨려서는 안 된다는 대전제가 있다. 그걸 지키면 언제나 환영이다. 외국인 직접투자를 권장하는 차원에서도 환영한다. 건전한 투자란 그 나라에 이미 민간협의에 의해 있는 질서를 존중한다는 것이다. 동반위가 민간 협의로 만든 질서를 외국 업체도 지켜줬으면 한다. 우리는 외국 기업의 본국에서 어떠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지를 검토해 우리나라 질서를 존중할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골목상권 업체가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이런 규제가 있으면 중소형 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가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중소기업이 성장해 중견기업이 되고 대기업도 되고, 더 성장해 히든챔피언으로 진출하기를 바란다. 이 질서만 지키면 걸림돌은 없을 것이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또한 “시장의 지배력을 넓히기 위해 의도적으로 국내 산업계를 무차별적으로 뚫고 넓히는, 시장 지배적인 의도에 대해서는 사후에 철저하게 관리할 것이다. 건전한 질서 안에서 점포 1~2개 만들어 한국에 소개하고자 하는 기업자적 마인드로 들어온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다”며 이미 진입한 외국계 외식업체에 대해 논평했다.
정영태 사무총장은 프랜차이즈 확장 자제에 대해 “프랜차이즈 확장 허용범위는 2%다. 프랜차이즈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본다. 지난해 프랜차이즈 성장률이 2%정도였고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도 2%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 내외라면 프랜차이즈 경영에 있어 평상적인 수준으로 보기에 프랜차이즈를 준비하는 예비사업자에게 장애물이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권고안 강제성 여부해 대해선 “공정거래법상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일정 사안에 대해 합의하면 공정거래법에 위배되기에 이 내용을 권고로 발표한다. 위원회에서 권고한 걸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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