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염유창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의 상속재산을 놓고 벌인 삼성가 형제들 간의 법정분쟁에서 승소했다. 이번 소송은 재계 서열 1위 기업 삼성가 형제들 간의 재산 다툼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1년여 간 지속된 법정공방 결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애초 ‘삼성 측의 우세’로 보는 의견이 다소 많았던 만큼 법원의 판단에 크게 놀라는 분위기는 아니다.
◇ “10년 제척기간 경과돼 부적법”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부장판사 서창원)는 1일 이맹희 씨 등이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낸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일부 각하하고 나머지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맹희 씨 등이 이건희 회장 등을 상대로 청구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 등에 대해 10년의 제척기간(소멸시효)이 지났거나 상속재산으로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에서 양측은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이 지났는지, 선대회장의 차명주식이 상속재산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놓고 치열하게 다퉈왔다. 하지만 법원은 이건희 회장 측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먼저 재판부는 이맹희 씨 등이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청구한 삼성생명 주식에서 상속재산으로 인정된 50만주 중 39만2000여주에 대해 “10년의 제척기간이 경과돼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상속회복청구권의 시효는 상속 침해가 있은 날로부터 10년, 침해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1989년 12월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 차명주식 50만주 중 일부에 대한 이익배당금을 수령했을 때 이맹희 씨 등 공동상속인들의 상속권이 침해됐다고 본 것이다. 또 나머지 삼성생명 주식에 대해서는 아예 상속재산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아울러 삼성전자 주식에 대해서도 이맹희 씨 등은 2008년 4월 ‘삼성특검 수사기록’을 통해 68명의 차명주식이 상속재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마저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이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한 매도, 매수행위를 모두 추인할 수는 없고, 이 주식이 이맹희 씨 등의 청구대상 주식과 동일한지 알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재판부가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삼성전자 차명주식 승계 자체가 정당하다고 본 것은 아니었다. 1989년 이건희 회장과 이맹희씨 등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이건희 회장 측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차명주식은 정당하게 단독 상속받은 재산으로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이미 성립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상속재산만 분할 대상에 포함돼 있고, 상속재산 중 선대회장의 실명으로 된 재산 외에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차명주식 등이 분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차명재산 모두를 이건희 회장에게 분할하는 내용으로 협의가 성립됐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 씁쓸한 여운 남긴 ‘형제 소송’
이번 소송은 최종 확정된 소송가액이 4조840여 억원, 인지대만 127억 원대에 달하는 등 엄청난 액수의 소가에다 재벌 형제들이 벌이는 소송이라는 이유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결과적으로 이번 소송은 이건희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지만, 양측에 적잖은 상처를 남겼다. 이맹희 씨 등은 소송 패소로 거액의 소송료를 물게 됐고, 이건희 회장도 차명재산 상속의 당위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부친의 재산을 놓고 형제들 간 벌인 소송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시선도 곱지 않다. 이 때문인지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 앞서 “원고와 피고 일가 모두 화합해 함께 하길 바란다”며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이맹희 씨 측은 향후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이맹희 씨 등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의 차동언 변호사는 “입장이 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서 사법부의 판단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겸손히 받아 들이겠다”며 “항소하게 되면 더 열심히 연구하고 보완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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