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양혁진 기자] 명품이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원·달러, 원·유로화 환율 하락 등으로 대부분의 수입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반면 명품 브랜드들의 한국 판매 제품 가격은 오히려 올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유독 한국시장에서만 고가 정책을 펴고 있지만 관계 당국의 규제는 거의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또한 한국에서 이들 브랜드들이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사회공헌은 형편없는 수준으로 나타나 끊임없이 사회적인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들고 다니는 가방이 명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 박근혜 당선자도 명품 가방 논란
박 당선인은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행사 등에 참석하며 회색의 타조가방을 들었다. 이 가방이 명품 가죽가방 브랜드의 제품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된 것.
트위터 등 SNS상에서는 ‘대통령 당선인이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가방을 드는 것은 부적절하다’, ‘스마트폰도 100만원이 넘는데 해외 명품 가방을 든 것도 아니고 문제 될 게 없다’는 등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조윤선 대변인은 “박근혜 당선자의 가방은 브랜드 명품이 아니라 국내의 영세업체가 만든 저가 상품”이라고 해명했다. 대변인이 해명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역설적으로 한국사회의 명품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해프닝이 됐다.
◇ 비싸야 팔린다고? 베블런 효과
샤넬과 구찌, 프라다, 루이비통, 에스티로더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은 최근 제품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이들은 최소 3%에서 최대 10% 이상씩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명품 브랜드들은 환율이 하락하는 상황에도 지속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 환율이 떨어지는 것을 반영하면 수입 물품의 가격이 떨어져야 하지만 가격 변동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높은 가격대로 브랜드 퀄리티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제품 가격 결정권이 제조사에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들 명품 브랜드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것은 환율이 떨어지면서 마진율이 좋아지고 있는데도 가격 인상까지 2중, 3중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화 가치 절상에도 불구, 제품 가격을 오히려 인상한 이들 브랜드는 오랫동안 지켜왔던 명품의 가치를 망각한 채 돈벌이에 급급한 장사치로 전락했다는 오명을 쓰게 됐다.
따라서 아무리 가격을 올려도 사회적 물의를 빚어도 무조건 명품을 구매하는 충성스러운 고객들이 있기에 브랜드들은 안하무인격인 마케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런 불황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올리는 것은 판매 성장률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어차피 살 사람은 사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특히 베블런 효과가 맞아 떨어지는 시장”이라고 전했다.
베블런 효과는 사치품일수록 고가여야 하고, 고가일수록 대중의 관심을 더 받으면서 더 잘팔린다는 것이다. 또 반대로 대중화를 위해서 가격을 낮추면 오히려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관계자는 “경기가 불안정 할수록 값비싼 제품의 소비는 더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면서 “명품을 선호하는 한국 시장은 가격에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이며 가격을 올릴수록 손님이 몰리는 소비 성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외국 명품, 유독 한국만 비싼 이유
외국 명품 업체들에게 한국만큼 매력적인 시장이 없다.
자유무역정책과 정보의 투명성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명품의 가격은 낮아졌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특정 제품이 외국보다 비싸게 팔려도 그 명품에 대한 소비는 줄지 않는다. 극심한 불황 탓에 백화점 명품코너의 성장세는 한풀 꺾였지만, 그 인기만큼은 조금도 시들지 않은 모양새다.
주요 명품들의 가격 인상 소식이 알려지면 인상전에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마저 펼쳐진다.
백화점의 모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수백만원이 넘는 명품을 해외 원정 쇼핑으로 구입한다면 개별소비세를 안 내도 돼 홍콩이나 일본 등으로 떠나는 원정 쇼핑이 기승을 부렸다” 면서 “이제 그 정도 차이는 나지 않아 해외원정까지 가는 구매자들은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구매자들이 해외원정 쇼핑을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밥솥의 명품으로 알려진 휘슬러는 한국 시장에서 고가 마케팅을 펼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독일 현지 가격의 5배에 가까운 가격을 정해놓고 국내 대리점의 할인판매를 금지해 왔다.
이 때문에 판매점들은 할인판매를 하지 못했고, 소비자들은 휘슬러를 고가의 명품 주방용품으로 인식해 왔다.
공정위는 지난달 21일 휘슬러코리아의 이런 행위가 유통점들의 가격경쟁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소비자들이 보다 저렴한 가격에 주방용품을 구입할 기회를 봉쇄했다고 판단,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7500만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그동안 지적돼 온 외국 명품기업들의 사회기여도가 낮다는 것이다.
실제 외국 명품 기업들이 한국에서 올린 매출을 환원하는 것은 1%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루이비통코리아, 구찌그룹코리아, 프라다코리아 등을 상대로 벌인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3개 회사가 2011년 기부한 금액은 고작 매출액의 0.026%에 불과했다. 3개회사가 국내에서 벌어들인 매출액 1조446억원 중 2억6700만원을 사회공헌활동에 쓴 것이다.
문화사업 지원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명품 브랜드는 글로벌 기업이 대부분이어서 현지에서 사회공헌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유독 한국은 주요 시장이면서도 사회공헌이나 문화사업 지원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입명품 업체들의 이유없는 가격인상과 담합 등에 대해 정부 당국이 근본적인 대안마련에 나설 시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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