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담배가 없다?

양혁진 / 기사승인 : 2013-02-07 15: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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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불공정 거래 의혹

▲ 불공정 거래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는 KT&G의 영업행위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토요경제=양혁진 기자] 마포의 직장인 방모씨는 얼마 전 담배를 사기 위해 프랜차이즈의 한 편의점에 들렀으나 돌아나와야 했다. 외국산 담배 진열장이 통째로 사라진 것.


아르바이트를 하던 점원은 점주의 지시로 외국산 담배 매대를 정리했다고 했다. 불공정 거래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는 KT&G의 영업행위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본지가 취재해본 결과 불공정 거래로 의심할만한 정황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 애국심으로 국산담배만 취급?
서초동의 한 담배 소매상에는 외국산 담배 진열장이 있었지만 실상 전시된 담배는 없었다. 점주는 “물건이 아직 들어오지 않아서 그렇다, 내일 들어온다. 일부러 전시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불공정 거래로 의심될만한 사례는 계속 이어졌다. 한국고속도로휴게시설협회의 고객신고센터 게시판에도 휴게소에서 외국산 담배를 구할 수 없다는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이용자들은 게시판 신고 글을 통해 협회에 계속 답변을 요구하지만, 협회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린다.


김대웅씨는 “휴게소에서 국산 담배만 취급하는 부분이 너무 불편하다”며 “꼭 국산 담배만 취급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건지 게시판에 몇 번이나 글을 올리고 답변을 기다렸지만 협회쪽의 답변은 없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KT&G가 커미션을 주고 이를 바탕으로 고속도로휴게소 측이 담합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성 글도 올라올 정도다.


고속도로를 이용해 출퇴근한다는 이재훈 씨는 “외국 담배를 팔지 않는 것은 KT&G의 독과점을 사실상 묵인하는 것이 아니냐”면서 “휴게소 편의점 주인들이 한국 담배농가를 생각해서 자발적으로 외국산 담배를 취급하지 않는 것이라고 해명한 글을 봤는데 상식적으로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속도로 휴게소뿐만 아니라 코엑스와 홍대등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곳도 비슷한 사정이다.


외국산 담배회사의 관계자는 “코엑스에 입점한 담배 소매점이 대여섯개 되는 걸로 알고 있다” 며 “KT&G와 동일한 조건으로 판매하고 싶다고 문의 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애국심 때문에 국산담배만 취급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코엑스뿐만 아니라 주말 등 감시가 느슨해질 때 홍대와 이태원등 젊은 층이 모이는 곳에서 (외국산 담배) 제품을 빼고 있다”며 “점주에게 문제제기를 하면 물량이 없었다거나 몰랐다는 대답만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KT&G가 고속도로 휴게소 및 코엑스 등에서 담배판매상들을 압박하거나 부당 유인해 타경쟁사 제품의 판매를 방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시되면서 공정위가 조사에 나섰다.


공정위는 서울 삼성동 KT&G 서울사옥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여 불공정행위와 관련된 각종 서류와 자료 등을 확보했다.


공정위는 고속도로 휴게소나 코엑스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외국산 담배가 판매되지 않도록 KT&G가 판매상에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와 경쟁사 제품의 시장진입을 막기 위해 KT&G가 판매상들에게 부당하게 이익을 제공했는지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공정위가 조사를 나와 자료 파악을 진행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시장 경쟁 체제 아닌가. 국산 담배만 취급하라는 등 본사차원의 지시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 점주와 영업사원간의 개인적 거래?
본사차원에서의 부인과는 달리 업계에서는 KT&G의 부당영업이 공공연한 비밀이 아니냐고 추측하는 상황이다.


편의점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담배 진열장을 설치하면 담배업체로부터 시설물 관리비를 받는다”면서 “외국산 담배를 취급하지 않으면 시설물 운영수익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품 발주는 점주가 관리한다. 외국산 담배를 취급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에 대해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단정 지어서 말할 수는 없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외국산 담배를 취급하지 않는 대신 지원금 등의 혜택을 받고 있지 않겠느냐는 것.


KT&G도 본사차원의 지시가 없을 뿐 일선 영업현장에서의 담합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했다.


KT&G 관계자는 “일부 그런 일이 있다는 얘기는 듣고 있다. 개별 영업사원들의 개인적인 욕심 때문”이라며 “있다고 해도 점주와 영업사원간의 개인적 거래일뿐 본사차원에서의 지시는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KT&G 관계자가 밝혔듯이 점주와 영업사원간의 개별적인 거래가 이뤄진다면 물증으로 제시할 증거자료를 찾기는 어려울 수 있다.


외국산 담배회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예를 들어서 고속도로 휴게소 입점 같은 경우도 계약 마지막에 항상 엎어지곤 한다. 정확한 이유를 확인하기 어렵다” 면서 “불공정 거래로 의심되는 사례들은 넘쳐나는데 물증으로 제시할 증거자료는 없다. 그래서 이번 공정위 조사 결과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KT&G는 지난 2008년에도 담배소매상에 경쟁 사업자의 담배를 판매·진열하지 않는 조건으로 지원금을 줬다가 공정위로부터 5000만원의 과징금을 처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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