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화하는 불황과 격화되는 경쟁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4분기부터 환율 악재까지 겹치면서 올해 실적 전망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는 것.
표면상으론 이들 기업들의 지난해 매출액이나 판매 실적은 예년보다 늘어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경쟁 심화로 인한 마케팅 비용의 증가와 단가 하락이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환차손까지 발생하면서 영업이익에 상당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
◇장기화시 큰 폭의 피해 우려
환율 하락에 직격탄을 맞은 곳은 한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01조1000억원, 영업이익 29조5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실적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분기 3600억원의 환차손이 발생했다. 2012년 한 해 동안 발생한 환차손은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견조한 매출과 영업이익을 보이고 있는 만큼 당장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지만, 장기화될 경우 피해는 클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의 환율 수준이 유지되더라도 올해 3조원 이상의 환차손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토요타·혼다 등 일본 업체와 경쟁하는 현대기아차는 환율로 인한 부담이 더욱 직접적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매출액 84조4697억원, 영업이익 8조4369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으나, 4분기만 놓고 보면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작년 4분기 매출액은 22조7190억원, 영업이익은 1조831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매출액은 10.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1.7%나 줄었다. 현대차는 지난 2년여 동안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이 10% 이상을 꾸준히 유지했다. 그러나 4분기는 한 자릿수(8.1%)로 내려앉았다.
통상 현대기아차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매출이 2000억원(현대차 1200억원·기아차 800억원) 줄고, 영업이익은 연평균 1% 낮아지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미 올해 원·달러 평균 환율 기준을 1056원으로 크게 낮춰 잡고 경영 계획을 수립했으나 여전히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업 수출이 최근과 같은 비우호적인 수출 여건 하에서 환율 민감도가 크게 증가해 향후 대기업 수출이 급감할 것이 우려된다”며 “우리나라 총수출과 대기업 수출은 대체로 세계경제 둔화 등으로 해외수요가 부진하면 감소한다”고 밝혔다.
이어 “환율이 급격히 변동해 수출 여건이 악화되는 시기에는 대기업 수출의 환율 민감도는 총수출의 환율 민감도보다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엔화 약세 압박이 부담 가중
경기침체로 인한 업황부진은 철강, 화학 등의 업종도 위축시키고 있다.
이미 포스코는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약 10% 낮춘 32조원으로 잡았다. 올해 철강 제품 생산과 판매 목표도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지난해보다 각각 100만t씩 줄어든 3700만t, 3400만t으로 설정했다. 마이너스(-) 성장을 목표치로 제시한 것은 지난해보다도 올해 건설·조선분야 철강 수요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을 방증한다.
포스코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35조6650억원과 2조79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 35.6% 줄었다. 포스코는 유례없는 세계 철강 시황의 악화와 공급과잉, 이에 따른 톤(t)당 10만원 정도의 제품 가격 하락이 큰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LG화학은 지난해 매출 규모를 늘리고도 영업이익은 크게 하락했다. LG화학은 지난해 매출이 23조2630억원으로 전년보다 2.6%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조9103억원으로 32.2% 줄었다. 순이익도 1조5063억원으로 30.6% 줄었다. LG화학의 부진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라 석유화학, 자동차전지 분야의 전방(0원 -0 0%)산업 수요가 크게 감소해 수익성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전 세계 D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영업손실 2270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0조1620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도 159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처럼 환율 하락에 경기부진까지 겹치면서 국내 대표기업들의 주가가 속절없이 밀리고 있다.
현대차의 주가는 올 들어 지난달 29일까지 5.49%나 떨어졌다. 지난 9월 말에 비해서는 주가가 20% 수준이나 내려간 상태다. 반면, 엔화가치가 달러 대비 1엔 하락할 때마다 연간 영업이익이 350억엔(약 4108억원)씩 증가한다는 토요타의 주가는 지난해 10월 중순 이후 50%나 급등했다.
분위기는 조선, 철강, 화학 등 다른 국내 주요 수출기업도 비슷하다. 현대중공업과 LG화학의 주가는 올 들어 1월29일까지 각각 10.12%, 5.15%씩 하락했다. 이에 비해 소니, 미쓰비시중공업, 아사히카세히 등 일본 경쟁업체들은 주가 상승으로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다.
문제는 국내 대표기업에 대한 환율, 특히 엔화 약세의 압박이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상무는 “일본이 참의원 선거를 7월에 앞두고 있어 엔화 약세 기조를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상반기까지는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의 기조가 지속되며 국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환율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면 중국의 경기회복 여부에 기대를 걸어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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