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KB국민은행장 ‘관치금융’ 논란 재점화

강수지 / 기사승인 : 2013-07-26 18: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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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또다시 불거진 ‘관치금융’ 사태

KB노조, “이건호 결격사유 가진 인사” 출근반대
정권 바뀌어도 관선인사 선임은 여전 ‘해묵은 숙제’
“NH농협·KDB산銀 등 주요 시중은행 유사 상황”


이건호(55) 신임 KB국민은행장 선임을 놓고 관치금융 논란이 또 다시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앞서 KB금융은 임영록 회장 선임을 놓고도 노조와 관치금융 갈등을 겪은바 있어 순탄치 못한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금융회사 수장 인사에 정부 입김이 과하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관치금융 논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9일 이건호 KB국민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이 주주총회를 통해 KB국민은행장으로 공식 선임됐다. 이건호 행장은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과 조흥은행 부행장,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을 거쳐 지난 2011년 8월부터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으로 재직해왔다.

이에 앞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14일 성명을 발표하며 “이건호 행장 선임설을 즉각 불식시키고 내부인사 중용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 부행장은 어윤대 전 회장의 비호 아래 영입된 인사로 KB국민은행에 재직한 지 2년에 불과해 은행 영업환경 전반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옛 조흥은행 리스크 관리본부장 시절 조흥은행의 퇴출 등 전문성에 중요한 결격사유를 가진 인사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회장 선임 개입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장 선임이 강행된다면 모피아의 자리 나눠먹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며 “지난 3년간 문제돼 온 CEO 리스크가 재현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또 “현재 회장이 지명한 4인이 모인 ‘계열회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에서 이뤄지는 회장 선임 절차는 투명성과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선임 과정에 직원 대표인 노조 참여를 보장하고 선임 전 과정을 공개해야 할 것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노조의 반발에 이 행장은 추임 후 25일 현재까지 출근을 저지당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이날 오전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이건호 국민은행장 사퇴’를 주장하는 집회를 개최했고, 박병권 노조위원장과 백운선 수석부위원장은 삭발식을 감행했다. 노조는 29일부터 단식 투쟁 등을 벌이며 이 행장 사퇴 압박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에 이 행장은 “노조와 대화로 푸는 방법 밖에 없다”며 “노조와의 대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영록 회장은 어쩔 수 없는 ‘외부 출신’
앞서 KB금융은 임영록 회장 선임과 관련해서도 관치금융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국민은행과 국민카드 노조는 임 회장 내정 전부터 회장 선임을 강력히 반대해왔으며, 지난달 12일에는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임영록 내정자의 즉각 사퇴 및 신관치인사 규탄’을 주장하며 총진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박병권 위원장과 이경 KB국민카드지부 위원장,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 등 약 500여명이 참석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관치금융, 박살, 투쟁’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발언과 사외이사의 밀어주기 추천 등에 대해 강력히 규탄했다.

박병권 위원장은 “신 금융위원장은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금융위 출입기자들을 동원해 사외이사들에게 무언의 압박을 가했다”며 “신 관치인사 임영록 사장은 자진사퇴해야 하며 정부와 금융당국은 KB금융 장악 음모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KB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 양 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차기 회장 관련 ARS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88.79%는 ‘KB금융 회장은 내부출신이 돼야 한다’고 밝혔으며 85.41%는 ‘임영록 사장은 외부 출신’이라고 답했다.

노조 관계자는 “임 사장이 3년간 KB금융 사장으로 재직했으나 내부인사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며 “민간 금융회사 회장 선임 개입은 금융권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이다”고 지적했다.

또 참가자들은 “이번 인사가 메가 뱅크를 위한 전략적인 관치인사”라고 비판했다.

한 관계자는 “임 사장이 내정되자마자 우리금융의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며 “신 위원장이 우리금융 매각을 위해 모피아 출신인 임 사장을 내정, 정부의 KB금융 장악 음모를 드러낸 것이다”고 밝혔다.


◇NH농협·KDB산은도 이미 ‘관치금융’
최근 금융권에서는 관치금융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NH농협금융 차기 회장으로는 임종룡 전 국무총리실장이 선임된 바 있다.

임종룡 회장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은행제도과장·증권정책과장·금융정책과장·종합정책과장, 경제정책국장,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기획조정실장과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기재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장 등을 역임했다.

이렇듯 최근 단행된 금융권 수장 인사를 살펴보면 수차례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됐다. 우리금융의 경우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 기자간담회서 “정부의 민영화 방침과 철학을 같이할 수 있는 분이 맡는 게 좋겠다”며 이팔성 전 회장을 압박한 바 있다. 얼마 후 이 회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강만수 전 KDB산은지주 회장도 금융당국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강 전 회장은 당국의 압박이 있기 전 ‘용퇴’한 분위기지만 신 위원장은 지난 3월 국회 인사청문회서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전문성 있는 분은 더 할 것이고 전문성이 없거나 정치적으로 된 분은 거기에 맞게 합리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MB라인’으로 분류되는 강 전 회장과 이팔성 전 회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특히 산은지주 회장으로 신임된 홍기택 회장의 경우는 관료 출신은 아니지만(중앙대 교수 출신)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또 다른 핵심 ‘MB라인’으로 꼽히는 어윤대 KB금융 회장도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임영록 사장이 내정됐다. 이 과정에서 신 위원장의 “관료 출신도 전문성과 능력만 있다면 회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에 대해 관료 출신인 임영록 사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최근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여전히 ‘관치금융’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대해 금융전문가들은 “주요 금융권 수장의 인맥풀이 지금보다 더 다양해져야하고, 인선과정의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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