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잡스다“ 마지막 선택

전성운 / 기사승인 : 2011-10-10 11: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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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 4S 발표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애플사에서는 지난 4일(현지시각)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채 아이폰의 신제품 발표가 있었다. 전세계의 언론과 블로거, 얼리아답터들은 과연 이번엔 애플이 어떤 ‘혁신’을 가지고 나올것인가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발표된 ‘아이폰 4S’는 기존 제품과 외관상 동일하고 성능이 약간 향상된 제품이었다. 4S와 같이 발표된 iOS 5와 아이클라우드(iCloud)도 일전에 이미 소개된 바 있어 눈에 띄는 혁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애플은 이날 기존 제품들(3GS, 4)를 매우 파격적인 가격에 공개해 애플이 잡스의 혁신에서 쿡의 운영으로 돌아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동남아, 인도등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많은 사용자들이 듀얼코어와 더큰 액정화면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존의 킬러앱들과 새롭게 추가된 아이메세지(iMessage)등이 뚜렷히 고사양을 요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의견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 아이폰 4S 발표, 전 세계 “낚였다”


전 세계 수십에서 수백만의 사람들이 기다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폰의 신제품은 기존 아이폰 4을 업그레이드한 아이폰 4S로 드러났다. 발표 마지막까지 사람들은 어썸(Awesome, 스티브 잡스가 발표할 당시 자주 사용하던 감탄사)과 원 모어 씽(One More Thing)을 기대했지만 추가적으로 드러난 것은 카드배달, 친구·가족 위치추적, 음성명령 정도였다.


물론 이러한 기능들도 놀라움을 주기엔 충분했다. 그러나 많은 애플 마니아들은 이미 감각의 역치가 꽤 높아져 있던 탓인지 이를 ‘혁신’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더군다나 이번 발표의 핵심이었던 ‘음성명령’은 아직 영어권의 몇 개 언어만 지원할 뿐 시험판에 불과해 사람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내기엔 무리가 있었다.


시장은 이를 즉각 반영해 발표 이후 애플의 주가는 한때 5%이상 급락했다. 전 세계에서 혹평이 잇따랐고 국내에서도 “사실상 삼성의 승리”, “김태희인 줄 알았는데 마누라”와 같은 표현들이 인터넷을 뒤덮었다.
전문가들은 “잡스가 없는 애플의 부진은 이미 예상되었다”며 “이는 삼성·HTC와 같은 경쟁업체들에게는 더없는 호재”라고 분석했다. 국내 블로거들과 네티즌들도 “낚였다”며 “맥주와 안주도 준비해놓고 기다렸는데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아이폰 4S는 ‘iPhone For Samsung’이 틀림없다”며 “판매율과 점유율로 세계 1위를 차지해 삼성에게 헌정하려는 ‘나는 잡스다’의 마지막 꼼수다”고 뼈있는 소감을 전했다.


아이폰 4S는 듀얼코어와 더 빨라진 인터넷 속도, 길어진 배터리등을 내세웠지만 이걸로는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한참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국은 1·2차 출시국에 들지 못해 언제 발매될지 기약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일부 언론사들은 “아이폰 5를 개발했지만 일련의 특허소송과 부품 수급등의 문제로 발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아이폰 4S가 애당초 소문대로 6월에 발표 되었다면 이정도 까지 혹평을 받지는 않았을것”이라 보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이폰의 비밀주의가 전세계적으로 광적인 집착을 만들어 냈지만 잡스와 달리 쿡은 이를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못했다”며 “당분간 애플은 비난을 면치 못할것”이라 말했다.


◇ 애플 “이제는 점유율을 높일 차례”


그러나 이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는 “아이폰은 2년마다 메이저 업그레이드가 있다”며 “3G 다음에 3GS를 거쳐 4가 나왔듯이 4S가 나오고 5가 나올것”이라 예측했다. 이대표는 또한 “팀쿡은 혁신적인 변화보다 안정과 실속을 선택했다”며 “애플의 시장점유율이 5%라 엄청나게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아이폰 4S는 보다 향상된 기능과 기존 최대 용량인 32GB보다 2배 큰 64GB 모델을 추가했지만 가격은 더 싸졌다”며 “아이폰은 더 많이 팔릴것이다”고 예측하고 있다. 게다가 통신사 2년 약정시 기존 아이폰 4 8GB 모델은 99달러에, 3GS 8GB모델은 ‘무료’로 발매하기로 결정, 중국과 동남아, 인도시장에 보다 공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스프린트’와 일본의 ‘KDDI'등 전 세계적으로 개통 가능한 통신사도 늘어났고, 출시 시기도 매우 빨라졌다. 3GS가 공짜폰으로 등장함에 따라 안드로이드와 경쟁력에서는 더욱 우위를 보일것으로 보인다.


이는 애플이 그간 ‘혁신’을 앞세운 고급스런 이미지의 제품들로 시장을 선도해 왔다면 이제부턴 상·중·하의 제품들로 다변화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즉, 기존시장인 북미, 유럽등은 최신기술을 앞세운 고급제품들로 승부를 걸고 동남아·인도등 잠재력이 큰 시장은 저가 제품들로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스마트폰 시장은 아이폰으로 인해 많이 성장했지만 아직까지는 피쳐폰 시장에 비해 미약하다. 애플은 바로 이런점을 파고든 것으로 파악된다. 사실상 3GS에서도 대부분의 기능이 사용 가능한 만큼 수십만개의 어플을 보유한 앱스토어를 내세워 단말기를 공급한다면 안드로이드로서는 중국·인도와 같은 거대시장에서 궁지에 몰릴 가능성도 크다.


저가폰 시장의 최강자인 노키아의 몰락이 애플의 이런 전략을 부추겼다는 시각도 있다. 노키아는 전세계 저가폰 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계속되는 부진과 삼성·LG등의 적극적인 공세로 점유율이 계속 하락해가고 있었다. 더구나 스마트폰 쪽에선 아예 힘도 제대로 못써보고 밀려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제기를 꿈꾸고 있는 상태다. 즉, 애플은 저가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노키아의 힘이 약해졌고 비슷한 컨셉인 삼성 ‘바다OS'가 점유율을 늘리기 전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여진다.


애플이 아이폰 5가 아닌 아이폰 4S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애플 앱스토어의 앱들 대부분은 현재 3GS모델에서 구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성능이 대폭 향상된 아이폰 5가 나온다면 새로 개발되는 앱들은 아이폰 5에 맞춰 제작될것이고 이보다 성능이 낮은 3GS에서는 즐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애플은 3GS를 내새워 점유율을 확보하는것이 우선이라고 결정한 것으로 추측가능하다.


이는 이번에 같이 발표된 ‘아이클라우드(iCloud)’를 살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애플은 ‘플랫폼’이라는 용어를 대중화 시켰다. 애플은 폐쇄적 구조의 플랫폼을 만들었지만 워낙 그 규모가 방대해 ‘아주 거대한 어항’을 연상시킨다.


이 거대한 어항을 바탕으로 아이클라우드가 결합되면 적은 용량의 아이폰으로도 충분한 사용이 가능해진다. 즉 8GB 제품일지라도 아이클라우드에서 제공하는 5GB와 별도로 취급되는 사진 공간등을 합치면 충분한 경쟁력이 생긴다는 의미다.


또한 아이폰간에 무료로 문자 메세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아이메세지(iMessage)’를 기본 탑재 했다는 점도 강점이다. 이는 아이폰 뿐만이 아닌 모든 애플사의 기기들 간에 가능하다고 애플은 밝혀 애플의 생태계는 더욱 확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혁신의 잡스는 이제 없다.


사실상 이번 발표는 ‘소동’에 가깝다. 애플은 단한번도 공식적으로 아이폰 5의 발표를 거론한 바 없이 그저 침묵했을 뿐이고 이를 언론과 네티즌들이 루머로 확대 재생산 했을 뿐이다. 인터넷에선 “그동안 아이폰 5가 유출되지 않은 이유는 '아이폰 5가 없었기 때문'이다”고 농담을 주고받고 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애플에 열광했던 이유는 애플의 제품이 탁월하게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그 본질에는 ‘스티브잡스’라는 인물로 대변되는 ‘혁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제품들이 ‘스펙’을 강조할 때 잡스는 ‘무엇을 할것인가’에 매달렸다. 아이폰이 그랬고 아이패드가 그랬다.


그러나 잡스가 없는 지금 애플은 ‘선택’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잡스가 전자제품에 감성을 도입하는 ‘혁신’을 이끌어 냈다면 쿡은 애플이라는 기업의 지속을 위한 ‘운영’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혁신’이라 손끕을 만한 내용은 역시 ‘음성명령’이다. 그러나 음성명령 기능 자체는 이전부터 있어왔고 안드로이드에도 이미 도입되어 있다. ‘새로운’것이 아니기 때문에 쿡의 생각과 달리 사람들은 이를 혁신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iOS 5’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이클라우드, 아이메세지는 이미 발표된 바 있어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모든사람들은 ‘새 아이폰’을 기대했기에 애플의 새 아이폰 4S는 그냥 똑같은 제품으로 보였다.


◇ 애플, 삼성식 ‘물량과 운영 싸움’ 전략


그러나 이를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보다 흥미로운 추측이 가능하다. 애플은 ‘삼성’을 벤치마킹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아주 저가의 피쳐폰부터 고가의 스마트폰까지 수십종이 넘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즉, 현재는 애플이 아이폰 4를 내세워 승승장구 하고 있지만 삼성이 안드로이드와 바다OS를 내세워 중·저가 시장을 점령한 후 압박해 온다면 과거 ‘맥’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애플의 이번 발표는 수십만개의 앱이 존재하는 앱스토어와 이를 구동하는 iOS를 내세워 중·저가 시장에서 삼성에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애플로서는 이미 iOS와 앱스토어가 플랫폼으로 자리를 굳혔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풍부한 앱 생태계와 안정적인 iOS를 바탕으로 ‘공짜 아이폰’ 3GS를 내새워 공격적으로 나서 노키아가 몰락하며 줄어들고 있는 점유율을 삼성이 차지하기 전에 아이폰으로 채워넣겠다는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이는 삼성이 최근 다양한 모델들을 내놓는 와중에도 ‘넥서스 프라임’, ‘갤럭시 노트’등 프리미엄 제품으로 아이폰을 공격하는 전략에 대한 맞대응이다. 삼성은 최근 독일 가전 전시회에서 선보인 ‘갤럭시 노트’가 매우 큰 호평과 기대를 얻자 이를 공격적으로 내세워 아이폰과 한판 붙어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한 구글과의 계속적 협력관계를 자랑하듯 안드로이드 레퍼런스폰인 ‘넥서스 프라임’ 발매도 앞두고 있다.


즉, 애플은 삼성의 전략을 모방하고 삼성은 애플의 전략을 모방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애플의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이제 삼성에게 달렸다. 미국에서 열리는 “모바일 언팩(Unpacked) 2011”행사에 삼성이 신제품들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승부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로썬 애플의 판정패가 우세하지만 삼성의 신제품들이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바다OS도 중·저가 시장 공략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애플은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아이폰 4S는 정말 ‘iPhone For Samsung’이 될것인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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