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장우진 기자] 지난 6월 정부의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와 8월 시중은행들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실제 시중은행 가계대출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규제에 가장 우려가 됐던 비은행권의 대출 증가로 인한 ‘풍선효과’가 현실로 나타나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9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전달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지만 비 은행권은 10개월새 무려 10조원이나 늘어 고금리에 서민부담은 오히려 커졌다는 것이다.
◇정부 압박정책에 ‘비은행권 찾을 수 밖에…’
지난 2분기 가계부채 잔액은 전분기 대비 18조9000억원 늘어난 876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상황에 금융당국은 지난 6월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가계부채 증가억제에 나섰다. 그러나 가계부채 증가율이 꺽이지 않자 8월 시중은행들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월의 0.6% 이내로 맞추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은행들은 ‘대출 전면중단’이라는 극단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9월 은행들의 가계대출은 재개됐지만 대출심사가 강화되고 금리도 인상돼 은행들로부터 대출을 받기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 계속됐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강력한 조치에 금융권에서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은행대출이 어려워진 만큼 비은행권 대출 증가에 대한 문제지적이었다.
실제 은행들이 대출을 잠정 중단한 8월 가계대출은 6조원이나 증가했다. 문제는 은행권 가계대출이 2조5000억원, 비은행권 대출이 3조400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대출규모가 작았던 비은행권이 대출규모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꼭 필요한 대출자금은 나가야 한다고 밝혔지만 전셋값 등 은행들로부터 대출받기가 여의치 않자 결국 비은행권으로 발길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시중은행들이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금리를 인상시킨 것에 비은행권도 금리인상에 나섰다. 지난달 저축은행 대출금리는 연 17.50%로 전월 대비 2.43%나 오르며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신용협동조합 역시 대출금리를 연 7.35%로 올렸다.
서민들만 대출에 옥죄이고 있는 상황이다.
◇‘풍선효과’ 현실로 나타났다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 이후 3개월간 비은행권 가계대출이 무려 10조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대출은 전체 금융권에서 3조3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월 6조원의 증가추세에 비하면 증가폭은 절반가량 줄어든 셈이다.
은행 가계대출은 7월 2조2000억원, 8월 2조5000억원 증가에 비해 지난달 5000억 증가에 그치며 확연한 둔화세를 보였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월의 0.6% 이내로 맞추라’는 지시가 여전히 유효한 만큼 대출규제 강화 등이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비은행권 가계대출 규모가 만만찮다는 것이다.
비은행건 가계대출 증가액은 7월 1조9000억원, 8월 3조4000억원, 지난달 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가계대출 증가액만 8조2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금융위 집계로 잡히지 않는 새마을금고의 가계대출 증가세까지 감안하면 전체 비은행권 가계대출은 10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새마을금고는 금융위가 아닌 행정안전부에서 감독을 맡고 있다.
전년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액 5조2000원에 비하면 무려 두 배의 증가폭을 기록한 것이다.
비은행 가계대출의 안을 들여다보면 상호금융이 7월 1조1000억원, 8월 1조8000억원, 지난달 1조6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기록하며 3분기 4조5000억원, 비은행 대출규모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새마을 금고도 1월1500억원, 3월 3300억원, 5월 5700억원, 7월 6000억원의 증가폭을 기록했으며, 지난 6월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31조원으로 추정된다.
◇가계부채 ‘줄고’…서민부담 ‘늘고’
비은행권 가계대출이 증가한다는 것은 금융소비자들의 부담도 그만큼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율을 억제하기 위해 은행권을 시작으로 비은행권, 카드사까지 압박에 나섰다.
은행권 뿐만 아니라 비은행권에 대해서도 대출총량 규제 압박을 가하자 비은행권에서는 금리를 인상하는 등 대출억제에 나섰다. 금융당국이 감독하지 않는 새마을금고와 신협으로 대출이 몰린다는 이야기가 나돌다 당국은 행안부와 업무공조를 통해 대출규제를 실시했다.
대출이 막힌 금융소비자들이 카드론으로 수요가 몰릴 것을 대비해 카드사들에게도 압박조취를 취했다.
그러나 이 같은 압박조치는 결국 우려대로 풍선효과의 부작용을 낳았다.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아야만 하는 서민들은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비은행권을 찾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상호금융의 가계대출이 비은행권 대출증가의 절반이나 차지한데는 시중은행보다는 금리가 높지만 타 비은행권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낮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비은행권은 시중은행 대출이 까다로워짐에 따라 고객을 유치하는 반사이익을 거두고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압박을 핑계로 금리까지 인상해 배를 불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은행에서 만난 한 고객은 “(비은행권사들이) 정부방침을 핑계로 금리를 올리는 것 같다”며 “결국 피해자는 (비)은행이 아니라 고객들 아니냐”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대출권한을 지나치게 압박하는 것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며 “결국 풍선효과로 인해 비은행권으로 고객이 이동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 되지 않았느냐”며 정부정책을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꼽았던 가계부채 증가억제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이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며 “비은행권 대출이 증가한 만큼 서민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는 실정에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에만 집착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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