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이경화 기자] 문재인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을 강조하는 가운데 신세계, 롯데, 현대 등 유통 대기업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롤모델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국내 대다수 기업이 근로시간 단축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임금 하락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섣불리 시행하지 못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내년 1월부터 법정 근로시간(40시간)보다 5시간 적은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다. 이에 따라 오전·오후 교대근무를 하고 있는 이마트와 백화점 등 매장 직원들은 근무스케줄을 조정해 노동시간을 하루 1시간 줄일 예정이다. 노동시간이 줄면서 영업시간도 바뀐다. 이마트는 대부분 오전 10시~밤 12시 영업을 해 왔는데 폐점시간을 1시간 앞당겨 밤 11시까지 운영한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점포별로 상황에 맞게 폐점 시간을 조정키로 했다.
주 35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신세계 임직원은 하루 7시간(점심시간 1시간 제외)을 일하게 된다. 업무 특성에 따라 오전 8시 출근해 4시 퇴근, 10시 출근하면 6시 퇴근 등도 가능하다. 점포의 경우 근무스케줄 조정으로 전 직원의 근로시간이 일괄되게 1시간씩 단축된다. 노동시간은 하루 1시간 줄지만 임금은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차근차근 준비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장시간 근로문화 개선을 위한 것이니만큼 유통업계 특성상 발생하는 변수에 대해선 고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내년부터 퇴근시간과 휴무일에 회사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게 하는 PC오프 제도를 전 계열사에 일괄 도입한다. 현재는 백화점과 홈쇼핑 등 19개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다. 연장 근무 필요시엔 반드시 부서장의 결재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초과근로 시간을 임금 대신 휴가로 보상하는 근로시간 저축 휴가제와 업무시간 외 모바일을 이용한 업무지시 금지를 골자로 하는 모바일 오프 제도도 내년 중 계열사별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도입할 방침이다. 남성육아휴직 등 육아복지제도도 강화키로 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최근 2시간 단위로 연차를 사용하는 2시간 휴가제를 도입한 데 이어 임산부 직원에 대한 근무시간을 2시간 단축하는 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임신 전 기간에 걸쳐 단축 근무를 시행하고 택시비를 지원해주는 등 여성 친화적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전사적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급여도 기존과 동일하다. 백부기 현대백화점 인사담당 상무는 “임산부 종합 지원 프로그램은 백화점에 우선 도입한 뒤 현대홈쇼핑 등 주요 계열사로 확대할 방침”이라며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휴식 있는 삶의 보장은 시대적 흐름이 됐지만 임금 하락, 생산성 제고 등의 이슈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노동시간만 선진국 수준으로 단축되고 업무 생산성이나 집중도, 업무의 질 등이 기존 수준에 머무른다면 기업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문화 개선으로 확장되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사가 힘을 모으고 산업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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