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해, "금융위기, 국내은행 위기이자 기회"

토요경제 / 기사승인 : 2011-10-17 10: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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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제국, 홍콩’ 출간…韓금융시장 방향 제시

최광해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장급, 사진)은 “국내 은행들에게 이번 경제위기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마지막 시험무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주홍콩 총영사관 재경관을 지내면서 쌓은 경험을 담은 ‘쓰러지지 않는 홍콩의 금융강국 전략: 금융제국, 홍콩’(21세기북스)을 출간, 큰 반향을 일이키고 있다.
이 책은 현직 관료가 홍콩 금융시장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한국 금융시장이 나갈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몸소 체험한 그에게 이번 글로벌 재정위기는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최 협력관은 2008년과 지금의 위기를 각각 ‘심장병’과 ‘관절염’에 비유하면서 “위기의 강도는 2008년보다 약하지만 쓸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은 그때보다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는 두 차례의 경제위기를 기회로 잘 활용한 경험이 있다. 대형화를 앞두고 있는 국내 은행들에게도 이번 위기는 글로벌 금융회사를 인수할 절호의 기회일 것이다.
그러나 최 협력관은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좀 더 많이 봐야 한다”, “당장 ‘근육’을 사용하기보다는 어려울 때를 대비해 힘을 길러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다음은 최 협력관과의 일문일답.


-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분위기가 어땠나.


“국내 은행들은 한마디로 개점휴업 상태였다. 리먼사태가 터진 후 달러를 구하지 못해 하루하루를 연명해야 했다. 3개월물은 아예 불가능했고 일주일짜리도 6개월이 지나서야 구할 수 있었다. 그것도 대부분 차환이었다. 그래도 1997년과 2008년 위기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저항력이 상당히 진화했다.”


-1997년과 2008년의 위기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1997년에는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심하게 몸살을 앓았다. 돌이켜 보면 ‘신뢰’의 문제였다. 1997년 위기는 기업, 은행, 정부 전 부문의 위기였다. 기업은 수익성을 무시하고 과잉투자를 했고 은행은 부실화됐으며, 정부는 외환보유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2008년에는 기업은 문제가 없었지만, 은행들은 단기외채가 많았고 유동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정부에게는 1997년 외환보유고 관리를 잘못됐다는 ‘원죄’가 있다. 당시 정부가 ‘외환보유액 2000억 달러로 단기외채 갚을 능력이 충분하다’고 다른 나라를 설득했지만 다들 믿지 않았다. 결국 위기를 잘 극복했고 정부도 신인도를 회복할 수 있었다.”


-당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같은 금융계 ‘거물’들을 많이 만났다고 했다. 그들은 우리나라에 대해 왜 그렇게 부정적 전망을 했었던 것인가.


“그들이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 깊이 알고 분석한 것이 아니다. 실제 우리가 자료를 들고 가서 ‘우리경제가 위험하지 않다’고 설명하면 ‘진짜 그러냐’는 반응이 많았다. 나중에 알고 보면 우리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국내에서 ‘카더라’ 식의 소문이 만들어지면 금새 국제 금융시장으로 퍼지는 구조다.”


-이번 재정위기가 2008년 위기 보다 상황이 좋다고 보는가.


"그렇다고 보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홍콩에 있을 때 아시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인 '푸마'의 자산운용책임자를 만났다. 그가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그 진상을 깨닫는데 통상 1년 6개월에서 2년 걸린다'고 하더라. 실제 서브프라임 사태는 2007년 3월 발생했지만 본격적으로 위기가 나타난 것은 2008년 9월이었다. 그리스 재정위기가 불거진 때가 지난해 5월이다. (1년 6개월 후면) 한두 달이 남았다. 과연 지금 우리가 위기의 끝을 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2008년보다 상황이 '좋다, 나쁘다'를 말하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2008년과 지금의 위기를 비교한다면.


“2008년 위기는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에서 발생했다. 인체로 말하자면 심장 쪽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번 위기는 유럽 중에서도 그리스라는 변방에서 생겨났다. 관절염 수준이다. 물론 관절염도 심해지면 하반신 마비가 되지만, 위기의 강도 측면에서는 2008년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2008년에는 쓸 수 있는 정책적 수단도 많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리먼 사태가 터졌을 당시 기준금리가 5.25%로 높았지만 지금은 3.25%로 낮아졌다. 2008년에는 정부가 유동성 공급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면 됐지만, 지금은 워낙 저금리 상황이어서 그럴 여력이 별로 없다. 결국 두 위기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은행에는 이번 위기가 마지막 시험무대가 될 것이다. 자력으로 확보한 외화유동성으로 위기를 잘 극복한다면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신인도가 높아질 것이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얼마 전 ‘1~2년 내 세계 유수 금융회사를 인수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을 했는데 어떻게 보나.


“지금은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좀 더 많이 봐야 한다. 위기가 지나면 글로벌 은행들이 싼값으로 시중에 매물로 나올 것이다. 하지만 정말 부실이 없는지 신중히 살펴봐야 한다. 지금 당장 우리가 가진 근육을 사용하기보다는 어려울 때를 대비해 힘을 길러야 한다. 그러면 기회는 저절로 찾아온다.”


-책에서 홍콩의 금융감독의 효율성을 언급했다. 우리나라와 감독체계가 많이 다른가.


“금융감독은 체계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의 문제다. 홍콩은 은행이 증권을 겸업할 수 있지만, 여전히 분리감독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운영은 효율적으로 잘 한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통합감독원이 있지만 감독 행태는 과거 분리감독 때와 똑같다. 우리나라 감독원은 모든 것을 다 책임지고 감독하려고 하는 게 문제다. 짐을 좀 내려놔야 한다. 우리에게도 준법감시인, 감사, 회계법인과 같은 제도가 있다. 우선 이러한 제도들을 잘 운영해야 한다. 감독원의 존재를 보여주기 위한 감독을 해서는 안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홍콩은 철저히 경제 원리에 입각한 정책을 편다. 홍콩에 가보면 우리나라와 크게 다를 게 없다고 생각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좀 더 효율적이고 편한 면이 있다. 그런 작은 차이가 결국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정부뿐만 아니라 모든 경제주체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정리 장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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