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염유창 기자] 주요 20개국(G20) 회원국들이 환율을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지난 15~1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에서 각국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합의문을 공동 채택했다. G20 재무장관들은 “경쟁적 목적으로 자국 환율을 평가절하하는 것을 자제하자”는 합의를 이뤘지만 환율전쟁 논란을 일으킨 일본의 엔저를 구체적으로 비판하지는 않았다.
◇ “통화 전쟁은 없을 것”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들은 16일 무역 부문에서 이득을 얻기 위해 자국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는 최근 일본 엔화의 급속한 약세(엔低)로 통화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이들은 “통화 전쟁은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G20 재무장관들은 이날 이틀 간 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G20 국가들은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자제할 것이며 모든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는 한편 시장의 개방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대규모 양적 완화 정책으로 최근 일본 엔화가 거의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급격한 약세를 나타내면서 각국 간에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하는 통화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돼 왔었다. 일본은 침체에 빠진 경제를 부양하고 디플레이션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엔화 가치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많은 나라들이 통화 전쟁이라 불리는 경쟁적 평가절하에 나설 경우 이미 취약한 세계 경제가 더욱 파탄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돼 왔다.
성명은 “금융 흐름의 과도한 불안과 환율의 무질서한 변동은 경제 안정과 금융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G7(주요 7개국)의 발표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성명은 그러나 일본을 직접 언급하면서 비난하지는 않았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G20은 의도적인 시장 조작보다는 경제성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 엔화 변동 전망은 제각각
이런 가운데 증시 전문가들은 엔화의 변동 가능성에 대해 각각 다른 전망을 내놨다.
한화투자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담을 기점으로 그간 가파르게 진행됐던 엔화 약세에 변곡점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공 연구원은 “일방적인 엔화 약세를 경계하는 각국의 입장이 공식적 자리에서 표출될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최근 엔화가 보여준 약세 흐름에 제동이 걸릴 시기가 임박했다”며 “엔화 약세에 제동이 걸린다면 원화의 일방적인 강세 움직임에도 변화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8년 10월 리먼 사태를 기점으로 유독 엔화만 큰 폭의 강세를 이어온 반면 달러, 유로는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주요 통화들에 대해 약세를 보였다”며 “최근 리먼 사태 직전 수준에 근접해 여타 국가들의 경계 심리가 발동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반면 하나대투증권 소재용 연구원은 “엔화와 원화는 원래의 방향성을 다시 회복할 것”이라며 “원화의 경우 자본규제를 통한 방어 의지가 나오겠지만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하락에 우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트레이드증권 신중호 연구원 역시 “일본의 양적 완화 정책은 좀 더 지속될 것으로 판단 된다”며 “국내 경제에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 연구원은 그러면서도 “G7 성명이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된다’는 원론적 입장이었던데 반해 G20 성명은 ‘경쟁적인 환율의 평가절하와 환율 목표설정을 통한 보호주의를 배제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경기를 위한 면죄부를 제공함과 동시에 적정선이라는 제한을 정해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KB투자증권 이환준 선물영업본부장은 “일본이 G20 회원국으로부터의 비판에서 벗어나면서 기존 엔화 약세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며 “G20 회의가 엔화 약세 흐름을 되돌리지 못하면서 엔·원은 1150원 초중반으로 하락하고 이에 따라 당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HI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이번 회담에서 합의된 ‘경쟁적 통화 평가절하 자제’가 한국 등 신흥국 통화의 평가절상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엔·달러 환율이 95~100엔 수준 대에 안착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하는 동시에 원화의 추가 절상으로 원·엔 환율 역시 1100원 초반 수준까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 한다”고 밝혔다.
◇ 양적 완화 정책 불가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G20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회원국들이 환율을 경쟁우위 목적으로 이용치 않기로 합의함에 따라 글로벌 환율갈등이 조기 종식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17일 기획재정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15~16일(현지시간) 열린 이번 회의에는 G20 회원국 재무장관을 비롯 IMF(국제통화기금),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IBRD(세계은행), FSB(금융안정위원회), UNDP(유엔개발계획) 등 국제기구 수장들이 참석했다. 우리 측에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대표단을 이끌었다.
이번 회의가 특별히 관심을 끈 건 최근 환율전쟁의 원인이 되고 있는 주요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정책을 자제시킬 수 있는 합의에 도달해 낼 수 있겠냐는 것.
우리 정부는 G20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박재완 장관이 아베노믹스 등 주요 선진국의 양적완화 자제촉구를 주도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박 장관은 이번 회의에 참석해 인근 국가들의 궁핍화를 초래하는 경쟁적 평가절하 자제를 촉구하고 이를 위해 G20의 정책적 공조를 강력히 주장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일부 선진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관련 국제기구와 거시정책공조 실무그룹의 작업을 촉구하는 문구가 선언문에 명시됐고, 경쟁적 확보수단으로 환율정책을 사용치 않겠다는 합의도 끌어냈다.
재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시장 결정적 환율제도, 환율유연성 강화공약 등 기존공약 외에 함께 ‘성장(grow together)’하고 ‘경쟁우위’를 목적으로 하는 목표환율정책을 지양하기로 약속하는 등 환율공조 메시지가 강화됐다”며 “이를 통해 G7 선언문보다 강한 수준의 메시지가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G20이 양적완화 등 회원국의 국내정책이 다른 회원국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한 연구를 통해 실무그룹의 작업진전을 촉구키로 함에 따라 주요국들의 양적완화정책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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