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염유창 기자] 북한이 지난 12일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했다. 지난 2006년 10월9일 1차 핵실험과 2009년 5월25일 2차 핵실험에 이어 3번째 핵실험이다. 군 당국은 이번 핵실험의 위력을 앞서 감행한 2번의 핵실험보다 폭발력이 더 큰 6~7킬로톤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1kt은 TNT 폭약 1000t의 폭발력을 지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후 2시43분께 “제3차 지하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이전과 달리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하여 높은 수준에서 안전하고 완벽하게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미·중·일 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을 규탄하고 대북제재 강화에 나섰지만 북한의 핵야욕을 저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적절한 제재? 중국 속내는
중국 칭녠왕(靑年網)에 따르면 지난 18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처음 열린 중국 외교부의 정례브리핑에서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안보리의 논의는 한반도 비핵화, 핵확산 방지, 한반도의 평화·안정에 도움이 돼야 한다”며 “제재 논의에 관련해 중국은 관련국과 긴밀히 접촉하고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안보리가 마련한 북한 제재안 동의 여부에 관련해, 훙 대변인은 또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후 중국은 이미 성명을 발표해 이와 관련된 중국의 엄정한 입장을 밝힌바 있다”며 “한반도 비핵화, 핵확산 방지, 한반도의 평화·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이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 같은 입장 표명에 따라 대북 제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중국 정부가 한국, 미국 등이 요구하는 강력하고 단호한 제재 대신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전제하에 ‘적절한’ 제재를 하자는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제3차 북한 핵실험 강행일인 12일 중국 외교부는 핵실험 감행 약 5시간 후에 공식 웹사이트에 긴급 성명을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반대에도 무릅쓰고 다시 한번 핵실험을 진행했으며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단호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한반도 비핵화와 핵확산을 방지하고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자는 것은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비핵화 약속을 충실히 이행해나가고 다시는 상황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하지 말 것을 북한에 촉구했다.
한편 북한이 올해 안에 추가 핵실험을 실시하겠다는 뜻을 중국 정부에 통보했다는 일부 외신 보도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가 지난 18일 공식 부인했다.
중국 언론 광파망(廣播網)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영국 로이터통신의 보도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 부인했다.
훙 대변인의 이 같은 답변은 로이터통신의 최근 보도를 확인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관련된 것이다.
앞서 지난 15일 로이터통신은 북한과 중국의 고위지도부들에 정통한 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미국을 협상에 끌어들이려고 올해 안에 핵실험을 한두 차례 더 할 것이라고 중국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훙 대변인은 “현재 한반도의 정세가 복잡하고 민감한 만큼 관련국들이 냉정하게 대응해 정세를 더욱 악화시키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훙 대변인은 북한 제재에 관련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한반도 비핵화, 핵확산 방지 등에 유리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북한, ICBM 엔진 시험
북한이 지난 12일 3차 핵실험에 앞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엔진 성능개량 시험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핵실험 하루 전인 11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로켓발사장에서 ‘KN-08’ 장거리 미사일의 엔진 성능개량 시험을 했다.
KN-08 장거리 미사일은 북한 태양절인 지난해 4월15일 김일성 100회 생일을 기념해 열린 군사 퍼레이드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지름 2m, 길이 18m로 중국군 산하 업체에서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탑재돼 등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KN-08에 대한 시험발사를 한 적이 없어 모형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KN-08의 외형이 사거리 2000~3000㎞인 이란의 쎄질(Sejjil)과 유사하지만 북한은 이를 사거리 5000㎞급으로 늘리기 위해 성능개량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이 보유한 장거리 미사일 대부분은 액체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발사 준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쎄질은 고체연료 미사일로 KN-08이 엔진 성능개량 시험에 성공해 본격적인 실전배치가 이뤄진다면 고체연료 사용으로 발사준비 시간이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사거리가 늘어난 KN-08을 TEL에 탑재해 발사할 경우 도발 원점을 탐지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선제 타격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을 비롯해 일본이나 미국 등 주변국들의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한편 군 당국은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발표되면 북한이 추가 도발의 하나로 KN-08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 北핵실험에 이란 과학자 참관?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지난 16일 북한의 핵실험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가 열렸다고 일본 교도 통신이 17일 보도했다. 통신은 중국 본토에서 북한 핵실험에 대한 항의 시위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위는 시민 몇 명이 참가한 소규모였지만 “평화를 원하지 핵무기는 필요 없다”고 쓰인 현수막을 내걸고 항의했다. 이들은 경찰에 연행됐다가 몇 시간 후 풀려났다.
인터넷에는 이들이 시위를 벌이는 사진이 게재됐다. 한 시위 참가자는 “핵실험은 중국에도 큰 피해를 준다”고 비판했다. 중국 인터넷에는 북한에 대해 ‘굴욕적인 (중국)외교’에 항의하는 시위를 15일 베이징의 중국 외교부 앞에서 벌이자고 촉구하는 내용이 게시됐었지만 실제 시위는 벌어지지 않았다.
한편 북한이 지난 12일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실시한 핵실험에 이란 과학자들이 입회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북한과 이란 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이 14일 밝혔다고 교도 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이란이 지난해 11월 핵실험 시찰을 북한에 타진했으며 핵실험을 참관하는 대가로 수천만 달러(수백억 원)를 중국 위안화로 제공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이란 측 제안에 대해 북한과 이란 간에 최종적으로 어떻게 타결이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등은 이를 파악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란은 자국의 핵 개발이 평화적 목적만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소식통은 “이란이 북한의 핵실험을 참관하려는 것은 미래의 핵실험에 대비해 노하우를 습득하려는 목적이다. (핵실험에 관련된)데이터가 이란에 전달됐다면 심각한 사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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