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권의 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인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비서관을 비롯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의 권력형 비리가 잇달아 터지며 MB정권이 떨고 있다. 김 전 홍보수석은 부산저축은행의 로비스트인 박태규 씨로부터 1억원대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로부터 구속기소됐다. 또 한명의 측근 신재민 전 차관도 SLS그룹 이국철 회장에게 10억여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구속될 위기에 처해있다. 앞서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과 김해수 전 대통령정무비서관은 부산저축은행 사건으로 기소됐다. 이 밖에 홍상표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적지 않은 현 정권 실세들의 이름이 부산저축은행 로비와 관련해 오르내리고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권 일각은 물론, 여론마저 전 노무현 정권과 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가 다를 게 무엇이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MB 퇴임 이후 사저로 준비했다는 내곡동 부지마저 논란이 되더니 결국 악재가 돼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급기야 내곡동 사저 건축계획을 백지화하고 최측근인 김인종 경호처장이 책임을 지고 사의한 상태다. 그러나 민주당은 검찰고발이라는 강수로 맞서고 있다. MB정권을 위기에 처하게 한 최근 의혹들을 살펴본다.
◇검찰, “김두우 전 홍보수석 1억3천만원 수수” 구속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에 연루돼 구속된 김두우(54)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로비스트 박태규씨로부터 현금과 상품권, 골프채 등 1억3천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최재경 검사장)는 청와대 기획관리실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박씨에게서 부산저축은행그룹 구명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김 전 수석을 지난 16일 구속기소했다. 이로써 지난 3월부터 7개월여 계속해온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수사가 마무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수석은 금융감독원ㆍ예금보험공사 검사와 감사원 감사를 무마하고, 부산저축은행이 퇴출위기에서 벗어나 연착륙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 관계자에게 청탁해달라는 명목으로 작년 7월부터 500만~4천만원씩 9차례에 걸쳐 현금 1억1천500만원과 상품권 1천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 드라이버 골프채(시가 150만원) 1개와 여성용 골프채 세트(시가 140만원)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은행에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올해 2월에도 박씨한테서 금감원 간부 승진 청탁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통화내역과 골프라운딩 기록을 분석해 박씨가 작년 4월부터 김 전 수석과 90차례 넘게 통화하고 수차례 골프 회동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김 전 수석을 상대로 박씨 청탁에 따라 금융당국 고위층과 접촉해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또 박씨에게서 받은 금품을 일부라도 전달했는지 추궁했으나 별다른 단서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수석은 “청탁을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로비를 한 적은 없다”며 핵심 혐의는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수석을 기소한 뒤에도 관련된 의혹을 계속 조사할 방침이다. 언론인 출신인 김 전 수석은 2001년 모 언론사 정치부장으로 재직하면서 박씨와 알게 된 이후 월 1~2회 골프모임을 통해 교분을 유지해왔으며, 청와대 재직 시절에도 계속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수석은 현 정부 초기인 2008년 청와대에 합류해 정무2비서관, 정무기획비서관, 메시지기획관, 기획관리실장 등을 지냈으며, 검찰에서 소환통보를 받은 지난달 15일 사표를 내 수리됐다.

◇ ‘뇌물의혹’ 실세차관 신재민 검찰 구속영장 기각
SLS그룹 이국철(49) 회장으로부터 차관 재직 시절 금품수수의혹이 제기됐던 신재민(53)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구속 직전의 위기에 놓였다. 스폰 의혹의 당사자인 신 전 차관과 이국철 SLS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법원이 특히 추가 수사 필요성을 지적한 만큼, 속도전 양상을 띄던 검찰 수사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심재돈)는 1억원대 금품을 받은 신 전 차관을 뇌물수수 혐의로, 이 회장을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전날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이숙연 영장전담판사는 “의심의 여지가 있으나 추가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더 규명될 필요가 있다. 도주 우려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 전 차관은 문화부 차관으로 있던 2008~2009년 사이에 이 회장으로부터 SLS법인카드를 받아 1억여원을 쓴 혐의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에게 카드를 제공한 것 이외 SLS그룹 자산상태를 속여 수출보험공사에서 선수환급금(RG)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부당하게 받고, 회삿돈 90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임재현 청와대 정책홍보비서관에 대한 허위사실을 퍼트려 이들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재직 시절 ‘실세 차관’이었던 신 전 차관이 이 회장 사업 등에 영향 미칠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통영에 있는 SLS조선소와 관련해 두 사람 사이 공유수면 매립 인·허가 청탁이 오간 정황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 전 차관과 이 회장 모두 검찰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대가성을 강력히 부인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2009년 창원지검 수사 때 횡령 부분이 무혐의 처분된 점을 부각,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 MB “내곡동 사저 건립 전면 재검토” 진화 나서
MB 측근들의 연이은 부정비리 소식에 이어 이번에는 퇴임 후 쓰일 사저로 내곡동 땅을 사들인게 논란이 됐다. 논란은 이달 초 몇몇 시사주간지에 의해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에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자신의 명의로 땅을 매입했다는 보도가 시발이 됐다.
이 대통령이 내년 2월 퇴임이후 거철 사저를 내곡동에 짓고 있고, 장남인 시형씨 명의도 지난 5월 10억2000만원에 부지를 매입한 것이 드러났다. 또 대통령실 경호 차원에서 그 주변 부지(648평)를 42억8000만원에 매입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 사실은 곧바로 각종 의혹들을 낳고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이 대통령은 사과의 뜻을 국민들에게 전하고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건립 부지매입 논란과 관련, “전면 재검토해서 결론을 내려달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본의 아니게 사저 문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게 돼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최금락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사저 문제는 대통령실장을 중심으로 빠른 시간 내 전면 재검토해 결론을 내려달라”고 주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지시에 대해 “서울 논현동 자택(을 사저로 활용하는 방안)을 포함해 (사저 관련 추진 계획을) 원점에서부터 추진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김인종 경호처장은 이와 관련,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사실상의 논현동 자택으로의 추진을 의미한다.
앞서 이 대통령이 2013년 2월 퇴임후 거처할 사저는 서울 논현동 자택이 아닌 사저용 부지 462.84㎡, 경호시설용 부지 2142.29㎡ 규모의 서울 내곡동으로 이전이 추진됐다.
이 대통령의 장남인 시형씨가 논현동 자택 담보 대출 및 사적 차용 등으로 내곡동 사저 부지의 일부를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전에 “내곡동 사저 땅을 시형씨 명의에서 대통령 앞으로 즉시 옮기기로 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방문 이후에도 사저 문제가 논란이 더욱 확산되면서 10·26 재보선을 앞두고 각종 의혹이 불거지자 신속한 대응책을 선택해 논란 차단에 적극 나섰다.
내곡동 사저 논란이 제기되면서 청와대 참모진에서는 내곡동 사저 신축이전 계획을 백지화하고, 기존의 논현동 자택을 사저로 활용하는 방안이 비중있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곡동 사전 의혹 여전…민주당 검찰고발 초강수
그러나 청와대의 내곡동 사저 신축 ‘백지화’ 발표 이후에도 갖가지 의혹은 여전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내곡동 사저 부동산 매입 비용이 모두 청와대에서 지불됐고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는 한푼도 보태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청와대와 시형씨가 해당 땅을 54억 원에 매입했는데 실제로는 (매도자가) 40억 원대에 매물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즉 시형씨가 실제로 한푼도 내지 않고 가격 조작을 통해 국가 예산으로 전체 부지를 매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7일 민주당 이용섭 의원이 이를 뒷받침할만한 증거자료도 내놓았다.
지난 3월 1차 평가작업을 한 나라감정평가법인은 문제의 내곡동 사저 부지 9개 필지 전체를 43억 3,014만 원이라고 평가했다. 두달후인 5월 20일 2차 평가를 한 한국감정원도 비슷한 수준의 가격으로 감정했다. 여기다 청와대와 시형씨가 매입했던 부지 일부의 원 소유주가 현재 서울시정개발연구원 팀장이라는 사실도 의혹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의혹의 열쇠는 결국 11억 2천만원의 행방이 쥐고 있다. 시형씨가 대출받은 돈이 실제로 땅을 판 유모 씨에게 갔고 유씨가 이 돈을 정상적으로 활용했다면 청와대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이 문제를 깔끔히 해결하지 않고는 의혹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민주당은 사저 논란이 수습 국면에 들자 고발이란 초강수를 뒀다. 내곡동MB사저불법거래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인 최규성 의원은 지난 19일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씨를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으로,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 김인종 청와대 경호처장, 김백준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경호처 재무관 등 관련자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각각 고발했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각종 의혹에 대해 국민의 궁금증과 분노가 높아지고 있는데도 청와대가 협조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검찰의 수사와 사법기관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는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고발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다. 시형씨가 친척들에게 빌렸다는 차용증을 공개하고 11억 2천만 원이 실제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밝히는 것이 해명의 우선 순위다.
역대 어느 정권도 자유롭지 못했던 정권말기 레임덕 현상에 MB정권이 똑같은 길을 걷고 있다. 잇단 측근들의 비리연루 의혹 소식에 여론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측근들의 비리 사실이 터져나올지 언론과 국민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또다시 정권심판이라는 역대 정권의 불운한 전철을 밟게 될까 국민들의 마음은 살얼음이다. 이번 대통령 측근 인사의 비리와 내곡동 사저 논란은 결과에 따라 정치권에 강한 후폭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 또한 어느 때보다 권력자의 엄격한 도덕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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