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계약해지 된 인원만 전국 90개 매장 2700여명”
추가 인건비 절감위해 GS마트 출신 직원 불이익도?
롯데마트, “노이즈 을 횡포” VS 한얼 “슈퍼갑 횡포”
[토요경제=황혜연 기자]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의 ‘갑을관계 타파’ 메시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최근 노 사장은 국세청이 롯데마트를 포함한 롯데쇼핑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를 강행하자 이를 의식해 임직원에게 보낸 ‘CEO 메시지’를 통해 “갑을관계 더이상 통용될 수 없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매장 용역 계약직원들에 대한 대규모 계약해지 사실이 드러나며 갑을관계 논란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롯데마트는 ‘입점매장 야간무단침입과 무단훼손’으로 검찰에 고발당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지며 입점업체에 대한 갑의횡포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갑을관계 청산을 외친 노 사장에게 이 같은 사실은 자칫 독(毒)이 돼 돌아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 롯데마트, 매장 용역 계약직원 대규모 계약해지
지난 1일 노 사장은 임직원에게 보낸 ‘CEO 메시지’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부당하고 강압적 수단을 동원하는 갑을관계에 의존한 업무방식은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다”며 “미래의 결과가 예측하기 어렵고 불안하면 현재의 고객과 스스로 맡은 업무에 집중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지난 6월 노 사장이 잘못된 갑을문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촉구한 지 두 달여만이다. 당시 노 사장은 “롯데마트에도 잘못된 갑을문화가 존재하고 있지 않느냐”며 임직원들을 질타한 바 있다.
실제 롯데마트는 지난해 말 공정위로부터 납품업체를 상대로 한 불공정행위 혐의로 2억원 가까이 되는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롯데마트 사업부문의 부당한 파견종업원 사용행위, 서면계약 체결의무 위반행위 및 서면계약서 지연교부 행위 등이 적발 됐던 것이다.
당시 롯데마트는 특정매입(외상거래)으로 거래하던 6개 납품업자를 상대로 지난 2008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145명의 종업원을 파견받아 63개 점포에서 판매업무에 종사 시켰다.
이 과정에서 사전 파견종업원의 업무내용, 노동시간, 파견기간, 파견비용 부담여부 및 조건 등 파견조건이 명시된 서면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또한 같은 기간 직매입거래관계인 32개 납품업자를 상대로 물류 대행업무의 내용, 대금지급방법, 대급결제기간, 거래기간 등 거래조건에 관해 거래개시일로부터 23~28일까지 서면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52개 납품업자와 총 60건의 직(특정)매입 계약으로 거래하면서 계약 시작일의 전일로부터 7~49일이 지난 후에야 기본계약서를 교부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노 사장이 지난달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들어간 롯데쇼핑·롯데마트를 비롯해 최근 유통업계에 불고 있는 ‘갑의 횡포’ 논란에서 벗어나자는 취지의 발언의 배경이 됐다.
하지만 이런 갑을관계 강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롯데마트에서는 여전히 갑을 관계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롯데마트가 매장 용역 계약직원들에 대해 대규모 계약해지한 사실이 수면 위에 드러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지난 7월 각 매장 별로 용역 계약을 일괄 해지했다. 심야영업 제한과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시행으로 인한 실적 악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긴급경영조치’로써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롯데마트는 각 매장별로 미화, 보안, 카트, 주차 4개 직종에 대해 용역업체와 매 분기 단위로 계약을 하고 이 계약을 3개월마다 갱신해 왔다. 한두 군데의 업체와 계약을 통해 4개 직군의 일을 맡겼다. 보통 때 같으면 계약 자동 갱신을 통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용역업체 직원들은 지난 7월 전격적으로 롯데마트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계약해지는 국내 104개 매장 중 매출 상위 14개 매장을 제외한 90개 매장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통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용역 계약직원들은 총 2700명(매장 당 3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 측의 용역 계약 해지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롯데쇼핑 세무조사에 대한 반발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MB(이명박 전 대통령) 정권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롯데가 정권이 바뀌자마자 표적이 되어, 정부의 규제로 실적까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표적 세무조사까지 받고 있는 데 대한 반발심의 표출이 용역 직원들의 계약해지로 이어졌다는 것.
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는 롯데마트가 추가적인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과거 GS마트 출신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회사가 최근 GS 출신들에 대해 인사고과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법으로 자연 도태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2010년 당시 GS마트를 인수해 흡수·합병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관계자는 “대규모 계약해지 한 적은 없다”며 “현재 대형마트가 영업규제로 피해를 막대하게 보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의 부작용이 발생하고는 있지만, 용역직원을 임의적으로 계약해지 하진 않는다. 기존에 10명이었다면 재계약 땐 8명으로 줄이는 정도는 있다”고 반론했다. 또 GS마트 출신 직원들에 대해선 “우리가 GS보다는 성과평가시스템이 정교하게 돼 있어 일부 GS 출신 직원들이 이 시스템에 대해 잘 모르거나 이해를 못해서 오해가 생기는 경우와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심리상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철저하게 성과만 바탕으로 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어떤 구별이나 차별도 없다”고 해명했다.
◇입점매장 ‘야간무단침입과 무단훼손’ 죄
이 와중 롯데마트는 입점업체에 대한 갑의 횡포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검찰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 사장은 롯데마트 대전 노은점 입점업체인 인테리어 매장 한얼(대표 이명우)로부터 ‘입점매장 야간무단침입과 무단훼손’으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롯데마트 직원들이 한얼 매장에 야간무단 침입해 내부 상품을 무단훼손 했기 때문이다.
한얼은 지난 6월 27일 대전지방검찰청장에 제출한 고소장을 통해 “2013년 3월11일 밤, 9시 30분경 롯데마트 노은점 매장 직원들이 자사 법무팀의 지시로 입점업체인 한얼의 매장내 쇼룸에 무단 침입해 내부에 부착된 한얼의 안내문을 무단으로 제거하고 전단지를 무단으로 가져갔다. 또 롯데마트 역시 입점매장에서 도난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되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노은점 직원들에게 불법행위를 지시해 롯데마트 노병용대표 외 롯데마트 법무팀, 관련자 전원을 고발했다”고 밝혔다.
한얼 이 대표는 복수매체를 통해 “롯데마트가 약자인 매장 내 입점업체를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직원에게 불법적 일을 하도록 지시한 사실은 대표적인 ‘슈퍼갑의 횡포’여서 이를 검찰에 고발한 것”이라고 알렸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이 대표의 아들과 롯데마트 노은점 직원이 몸싸움을 벌이면서부터로 알려진다. 이 대표는 3월30일 이뤄진 계약종료가 롯데마트의 삐뚤어진 갑을관계에 있다고 주장하며 롯데마트의 횡포를 고발하는 현수막을 걸고 수개월째 시위를 벌여 왔다.
이 과정에서 3월 11일(시점상 계약종료 직전) 현수막 철거를 하려는 대전 노은점 롯데마트 직원과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대표는 해당 직원을 무단침입 등의 내용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해당 사건에 대해 기소 유예를 내렸고, 이 대표는 노병용 대표가 사주했다는 내용으로 최근 검찰에 다시 고발했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관계자는 “경영능력 부족으로 계약 해지 된 것에 불만을 품은 한얼 측이 롯데마트를 비방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붙인 것”이라며 “롯데마트 노은점 직원들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내용으로 실무자 차원에서 벌인 몸싸움을 대표가 직접 지시했다고 고발하는 것은 노이즈성 이슈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갑을관계 논란이 일며 갑에 대한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을 역이용한 일종의 ‘을의 횡포’란 얘기다.
하지만 한얼의 입장은 롯데마트와는 다르다. 문제의 빌미를 롯데마트가 제공했다는 것이다. 2010년 입점 당시부터 계약 종료 시까지 갑의 횡포에 시달렸다는 주장이다. 한얼측이 롯데마트 횡포사례를 적은 현수막에는 담당자가 실적을 위해 한얼의 매출을 통제하고 빈 점포가 발생했을 때 정원용품, 원목가구, 돌침대 등을 무료로 비치하도록 강요했다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한얼은 또 갑의 횡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자 롯데마트 본사 차원에서 한얼을 상대로 명예훼손, 영업방해, 건물명도 관련 소송을 제기하며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롯데마트가 한얼측이 현수막시위를 벌이자 검찰에 명예훼손의 내용으로 고발을 한것이다. 한얼의 행동이 매장내 영업을 방해하고 명예를 훼손시키고 있어 하루 200만원씩의 손해배상금도 함께 지불해달라는 것이였다.
6월 14일 대전지법은 이에 대해 “롯데마트의 엘리베이터 및 무빙워크 가동 중단으로 한얼측에 손해를 입혔고 또 다른 지역 입점을 요청해 한얼측이 직원 교육 등 막대한 투자를 했음에도 롯데마트측은 특별한 사유 없이 입점 불가 통보를 해 손해를 입은 것이 인정된다” 며 롯데마트의 주장을 기각했다.
이와 관련 롯데마트는 6월 14일 이후 명예훼손 외에 제기했던 영업방해, 건물명도 관련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알려진다. 갑을관계에 대한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과 친MB기업으로 새 정부 들어 압박이 가중되자 사정기관들에 최대한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 롯데마트 관계자는 “한얼 뿐만 아니라 많은 점포들이 입점해 있는데 본사가 특정점포에만(한얼) 그럴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이미 기소유예된 부분인데 한얼측은 진실성을 왜곡하고 억측 주장을 하며 롯데마트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본사도 좋게 넘어가진 않을 것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롯데마트로선 과거 갑을관계 문제를 촉발시킨 남양유업 직원의 막말 파문처럼 해당 사안이 가져올 파장이 클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노 회장이 갑을관계 타파를 주장한 가운데 입점업체에 대한 ‘갑의횡포’ 논란을 잘 마무리 짓지 못하면 롯데마트는 더욱 더 코너에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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