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 이준혁 기자] 농어촌에 있는 학교가 폐교 되고 민박시설, 박물관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지 오래됐다. 규모의 경제, 예산절감 등의 논리에 밀려 정든 학교는 폐쇄되고, 인근의 큰 학교에 통합돼 어린 학생들은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는 통학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교육정책이 거의가 도시지역 학교와 진학 위주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의 교육정책이 농산어촌의 상황 변화에 대해 발 빠르게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도 농산어촌 학교가 위축되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소규모 학교를 특성화 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지자체들이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다. 좋은 학교, 찾아오는 학교를 만듦으로써 인구유입을 유도하고 지역 경제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한 지자체 장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는 ‘전원학교’로 인해 농산어촌에 둥지를 트는 학부모들이 점차 늘고 있으며 지역경제에도 활기를 불어 넣어주고 있다.
◇정부 소극적 정책으로 황폐화
우리나라가 1960년대 이후 급격하게 진행된 산업화로 인해 기회와 일자리를 찾아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면서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상이다. 오늘날 시대의 추이는 농경사회에서 지식 정보와 첨단 기술의 시대로 생존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오랜 세월 농경사회를 지탱해왔던 것들이 국가의 눈부신 산업 발전과는 대조적으로 줄곧 퇴락의 길을 가고 있는 데, 농촌 산촌 어촌의 학교들도 마찬가지 운명을 겪고 있는 것이다.
우선 농경사회는 산업사회와의 소득의 측면에서 현격한 수준 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농경사회는 산업사회와 경쟁의 측면에서 필적할 수가 없다. 오늘의 농촌과 도시는 많은 측면에서 간극과 격차가 너무 벌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격차로 인한 전통적인 농산어촌 사회의 붕괴가 이곳의 교육 체계를 무너뜨렸고, 교육 현장의 붕괴는 다시 농경사회의 존재를 위협하는 악순환을 야기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2009년 농촌생활지표 조사에서 주민들이 농촌을 떠나려는 이유로 ‘자녀교육을 위해서’라는 답변이 전체 응답자의 29.1%로 가장 많았다. 농촌학교의 부실한 교육여건은 학생 수 감소로 인한 폐교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난다.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1982년부터 2010년까지 폐교된 전국 초·중·고등학교는 3300여 곳에 달하고, 대부분 농촌지역에 몰려 있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718개(21.4%)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북 608개(18.2%), 경남 510개(15.2%), 강원 406개(12.1%) 순이었다.
폐교된 학교의 교사와 운동장은 마을 주민들의 소득을 위한 민박시설, 야영장, 연수시설, 박물관, 심지어 민박시설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교육인들은 “이러한 것들도 일종의 교육시설의 일종이니 폐교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에 만족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폐교가 발생하는 이유는 교육시설이나 그 수준이 도시학교와 비교해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시골 학교들은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우선 학생 수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뾰족한 수가 없다. 또 대중교통 수단도 미흡해 통학의 불편은 물론, 우수 교사를 확보하는 일은 난제 중이 난제인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2011년 국정감사 정책 자료집’에 따르면, 2010년 4월 기준으로 농어촌지역 초·중·고교 수는 4866곳으로 전국 대비 41.9%를 차지하나, 교사 수는 8만5364명으로 점유율이 20.4%에 불과하다. 교사들이 오지 학교를 기피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오늘의 농산어촌은 문화시설이나 의료 복지시설도 미비해서 인간다운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이러한 점들이 주민들이 도시로 앞 다투어 떠나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뿐만 아니라, 대학들이 거의 대도시에 편중돼 있어 고등교육이나 전문교육을 받기 위해 농경사회를 떠나 도시로 나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젊은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취직 문제도 도시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기에 결국 어쩔 수 없이 농어촌을 떠나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이 되풀이되기 때문에 폐교가 늘어나는 것이다.
또 농어업을 통한 소득이 대부분 인간다운 문화생활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것도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고, 농촌에는 노인들만 남는 퇴락을 불러온 결정적인 이유이다.
농촌문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농산어촌 학교의 활성화와 교육여건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농촌 살리기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도시-농산어촌 격차 해소 ‘전원학교’
‘전원학교’란 농산어촌 소재 소규모 학교 중 자연친화적 환경과 e러닝 첨단 시설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와 연계해 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자율학교를 뜻한다.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농산어촌 학교가 폐교되는 일이 많아지자 교육과학기술부가 2009년 7월 농산어촌 지역 면 단위 초중학교 가운데 110곳 (초등학교 77곳, 중학교 33곳)을 전원학교로 선정해 3년간 학교당 연 1억 원에서 최대 20억 원까지 총 1393억 원을 집중 지원했다. 전원학교에서는 인라인 스케이트, 골프, 영어, 음악 등 다양한 방과 후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전원학교 교육과정은 학교장 재량에 따라 비교적 자유롭게 편성하고 있는데 △수준별 영어 학습 △체험 중심 교육과정 △독서 인성교육 △학력증진 프로그램 등 정규 학습 외에도 다양한 방과 후 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학교가 많다. 또한 농산어촌 지역의 자연 특성을 살려 학교 안에 △자연체험 학습장 △생태연못 △산책로 등 자연친화적인 시설을 만든 학교도 있다. 또한 방과 후에는 △ 인라인 스케이트 △골프 △영어 △음악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원학교 는 별다른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전원학교 인근으로 주소지를 옮기면 전원학교 입학이나 전학이 가능하기 때문에 농산어촌에 둥지를 트는 학부모들이 점차 늘고 있어 농산어촌 지역경제에도 활기를 불어 넣어준다.
남한산초교의 성공 이후 많은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소규모 특성화 학교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자체들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이다.
경기 안성시는 소규모학교 특성화에 앞장서고 있는 도시로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다. 안성시 관내 기업이 전국 최초로 학생 수 100명 이하 소규모 학교와 결연을 맺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시청 교육협력과에서는 소규모 각 농어촌학교에 특성화 교육 과정을 도입하는 ‘농어촌지역 소규모학교 특성화 살리기 사업’을 시내 모든 소규모학교(17곳, 분교 3곳 제외)를 대상으로 확대해 전면 시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안성시는 지역사회 교육문화의 허브인 학교를 기업과 학교가 상호 지원하는 ‘교육공동체 네트워크’로 구축하기 위해 관내 소규모 학교와 기업 간 자매결연을 맺어주는 ‘기업사랑·학교사랑 운동’을 추진했다.
작년 12월 학교와 기업의 결연으로 범진아이엔디 등 24개 기업은 보개초등학교 등 안성시 20개 초등학교에 재능 있는 직원을 방과 후 학교 강사로 지원, 체험활동 등의 행사차량, 실험기자재, 장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코리아에프티(주) 등 7개 기업은 결연 맺은 학교에 1억8000만 원을 지원하고, 레이크힐스CC는 골프특성화 학교인 미곡초등학교에 라운딩 및 레슨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작은학교 교육연대’
교육 당국의 경제적 논리에 의해 일정 인원 미만인 농산어촌 학교를 통폐합해 폐교가 속출하던 사태가 진정되고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이 싹틀 수 있었던 것은 소규모 학교 교사들이 중심이 된 ‘작은학교 교육연대’의 활동 덕분이다. 지난 1994년부터 4년간 끌어온 두밀분교 폐교 반대 소송에서 패한 이후 전국 971개교가 통폐합됐다. 2000년 폐교 위기에 처한 남한산초교를 살리기 위해 결성된 남한산초등학교 살리기 추진위가 ‘작은학교 교육연대’의 모체이다.
이 모임을 이끌어 온 주역인 황영동 사무국장(현 남한산초교 교무주임)은 소규모 학교 특성화 운동의 산 증인이다.
황 국장은 “남한산초등학교는 폐교 대상에 올랐으나 지역주민, 교사, 같은 처지에 있는 학교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살아 남았을 뿐 아니라 나아가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요즘 교육당국이 추진하는 혁신학교의 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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