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릭 샌토룸 전 상원의원(펜실베이니아)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입성을 위한 공화당 대선 경선 중단을 발표해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맞설 주자가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로 사실상 확정됐다.
여론조사와 선거자금 모금에서 경쟁자인 롬니에 뒤지고 있는 샌토룸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에서 경선 중단을 발표했다.
낙태와 피임에 강력히 반대하며 사회적 이슈에서 강한 보수적 입장을 견지해온 샌토룸은 공화당 경선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승리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샌토룸이 경선을 중단한 결정적인 이유는 선두를 달리고 있는 롬니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 데다 승리를 장담했던 펜실베이니아에서도 여론조사에서 뒤쳐지면서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고향’에서 뒤지자 사퇴 결정
샌토룸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스버그에서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자신의 3세 딸이 최근 병원에 입원한 이후 지난 주말 가족과 상의한 끝에 물러나기로 결정했다며 “이제 레이스는 끝났다”고 말했다. 샌토룸은 후보 사퇴 기자회견에서도 유세 내내 강조했던 신앙과 가족의 가치를 재차 언급했다.
샌토룸은 “이미 수차례 얘기했지만 경선에서 이기기는 힘들다”며 “그러나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원하지 않았던 이슈를 과감하게 제기하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에 우리가 진정한 승리자”라고 말했다.
그는 ‘3염색체성 18’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막내딸이 지난 9일 병원에서 퇴원한 뒤 10일부터 다시 선거 캠페인을 재개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결국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공화당은 오는 24일 펜실베이니아를 포함해 5개 주에서 경선을 치른다.
샌토룸은 공화당 내 다수의 전통 보수주의자들로부터 지지를 얻었으나 롬니가 8월 미국 플로리다 탬파에서 열리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격차를 늘리면서 대권의 꿈을 접어야 했다.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샌토룸은 과거 낙태와 동성애 옹호 발언을 한 적이 있는 중도로 분류되는 롬니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지 않았다.
지난 2006년 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 재선에 도전했던 샌토룸이 민주당의 로버트 케이시 후보에게 18% 차이로 대패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전문가들은 샌토룸이 이번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선전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롬니는 후보직을 사퇴한 샌토롬에 대해 “유능하고 훌륭한 경쟁자였다”고 말했다. 롬니는 경선이 진행하는 동안 전통 보수주의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했지만 샌토룸은 이를 활용하지 못했다. 또 샌토룸은 산업이 발달한 중서부 지방 등 중요한 주(州)에서 치러진 프라이머리에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해 롬니 추격에 실패했다.
공화당 전략가인 론 본진은 “유권자들이 경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샌토룸은 사회 이슈에 선거 캠페인의 초점을 맞췄다”며 “이 때문에 그가 공화당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제이미 첸들러 헌터칼리지 정치학과 교수는 “샌토룸은 공화당 대선 경선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며 “샌토룸의 사퇴로 이제 가을이 올 때까지 대선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그가 확보한 대의원들은 공화당 전당대회 때 열려 있는 자세를 보이겠지만 결국 롬니를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샌토룸 지지자 중 롬니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는 유권자도 적지 않았다. 샌토룸의 지지자라고 밝힌 펠리시아 콜리(29)는 “롬니는 오바마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에게 투표할 생각은 없다”며 “샌토룸은 공화당 내에서 오바마와 진정으로 차별화되는 후보”라고 주장했다.
샌토룸은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지난 2008년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 패배한 뒤 다시 한번 대권에 도전한 롬니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후보로 평가됐다. 공화당 대선 경선은 주요 후보였던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미네소타),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 허멘 케인 전 ‘갓 파더스 피자’ 최고경영자(CEO)가 말실수, 돌출행동, 성추문으로 잇따라 낙마하면서 흥행에 찬물을 끼얹었다.
공화당 대선후보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1144명의 대의원을 확보해야 하는 가운데 롬니가 현재 659명의 대의원을 확보해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롬니는 275명으로 2위를 차지했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샌토룸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전당대회 때가지 레이스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샌토룸이 공화당 경선에서 이탈함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후보 간 본격적인 대선 본선 대결이 펼쳐지게 됐다.
◇오바마-롬니 본선 앞두고 본격 신경전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본선에서 격돌이 예상되는 롬니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오바마는 이날 플로리다에서 “의원의 이름을 거론해서는 안 되겠지만 현재 특정지위에 오르려는 인사가 공정하게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또 “부유층과 거대 기업들이 중산층만큼 공평한 세금 부담을 져야 한다”며 연방의회가 ‘버핏세’를 통과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버핏세는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워린 버핏이 자신의 비서가 자신보다 더 높은 소득세율을 적용받고 있다며 부유층에 대해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서 유래됐다.
오바마는 투자 또는 소득에 관계없이 연간 소득이 100만 달러가 넘는 사람은 최소 30%의 소득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보고서를 통해 오바마가 추진하는 세금 정책은 ‘세금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캠프는 이번 플로리다 선거 캠페인에서 170만 달러를 모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편 롬니 캠프 게일 기초 대변인은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 역사상 처음으로 증세를 공약으로 내건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롬니, 예전 공화 대선 후보에 비해 지지율 낮아
한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미국 전역의 공화당 또는 공화당 성향의 유권자들로부터 42%의 지지율을 기록해 역대 공화당 대선후보 중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다고 지난 11일(현지시간) 갤럽이 밝혔다.
롬니에 이어 전국 단위의 공화당 지지자 여론조사에서 샌토룸이 24%를 기록해 지난 2월 중순 같은 조사보다 12%포인트 하락했다. 지금까지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인물이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42%의 낮은 지지율을 받기는 롬니가 처음이다.
지금까지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자가 공화당 유권자들로부터 기록한 가장 낮은 지지율은 지난 2000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57%다. 롬니는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타 후보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는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 허멘 케인 전 ‘갓 파더스 피자’ 최고경영자(CEO),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샌토룸에 한 때 1위 자리를 내주거나 동률을 기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공화당 당원 및 투표 의향이 있는 공화당 성향의 무당파 유권자 1149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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