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현행 종부세 기준(6억원)이 너무 낮아 납세자의 반발이 크고, 과도한 부동산 규제로 경기 침체를 가중하고 있어 종부세 완화가 시급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성장 중심 정책을 폈다가 물가가 폭등하면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종부세를 풀었다가 부동산 투기가 재연될 경우 부담을 떠안아야하는 데다 서민들의 반발도 예상돼 망설이고 있다.
올 정기국회에 세제전반에 대한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정권 출범 초기부터 공언해온 재정부지만 아직 종부세나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만큼은 개편방향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다.
◇ 한나라, 법안 제출로 압박
강남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종부세 과세기준을 9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세(稅)부담 상한선을 전년도의 3배 이하이던 것을 1.5배 이하로 낮추는 내용의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기존 가구별 합산 방식을 개인별 합산 방식으로 변경하고 종합소득 3천600만원 이하인 60세 이상 1가구 1주택 소유자로서 주택의 공시가격이 15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종부세를 아예 면제해주는 내용이다.
한나라당의 종부세법 개정안 완화 움직임은 이전부터 계속돼 왔다. 지난 5월30일 18대 국회가 처음 열리자마자 1호 법안으로 제출된 법안도 1세대 1주택자를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다.
이혜훈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투기목적과 관계없이 주택을 구입한 1세대 1주택 소유자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종부세 시행 3년을 맞아 초기 정책목적에 대해 평가,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종부세 개정 필요성을 완곡하게 언급한 적이 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종부세 개정을 밀어부치고 있는 것은 참여정부때 만들어진 종부세 과세기준 6억원은 강남구 은마아파트가 3억원 수준일 때 만들어진 것으로 지금 이 아파트가 10억원 안팍인 것을 감안하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최근 건설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현행 종부세를 엄격하게 유지할 경우 건설사 도산이 증가하면서 경기 침체를 가속하고 금융불안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재정부 "아직 곤란"
한나라당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아직은 좀 이르다는 반응이다. 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관련법안 제출에 대해 "국회 고유권한을 행사하는 것인데 정부에서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전제하면서도 "재정부의 입장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재정부의 기존 입장은 '부동산 투기우려가 없을 때 관련 세제를 완화한다'는 것이다. 재정부는 특히 '과연 언제가 부동산 투기우려가 없는 때냐'라는 질문에 대해 명확하게 계량화하기는 힘들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이 투기우려가 없다고 판단하는 때'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최근 집값이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재산세 부담이 늘어나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부동산 거래가 침체되면서 집값이 하락하고 있어 더 이상 규제완화를 미루면 '실기'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거대여당인 한나라당이 법 개정을 강력히 밀어부칠 경우 담당 부처나 야당의 협조 없이도 법 개정이 이루어질 수 있어 재정부에서 언제까지 반대논리를 고수할 지도 관심이다.
주무부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당의 주도로 법이 개정되면 기획재정부는 경제정책의 주도권을 당 쪽으로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어 고민이 아닐 수 없다.
◇ 시장에 어떤 영향 미칠까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침체된 강남권 아파트 시장에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부동산써브의 함영진 팀장은 "과세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은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어서 강남권의 아파트값은 하락 내지 약보합세를 막는 지지대 역할을 할 것"이라며 "그러나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내년 초까지 강남권 입주물량이 많은 만큼 가격상승으로 반전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대표는 "중대형 미분양 아파트의 분양시장을 활성화하는데 영향을 주고 실수요자 심리를 자극해 시장이 조금은 반응할 수 있다"며 "그러나 종부세 하나 때문이 아니라 분양가 상한제, 경기침체 등 여러가지가 결합돼 시장이 침체돼 있는 만큼 시장이 반전할 확률은 별로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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