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인프라 개혁 등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업계와 당국의 끈질긴 처리 요구에도 폐기 위기에 몰렸다.
지난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5월중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가능하지만 본회의가 열린다 해도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여야가 우선처리에 합의한 민생 법안 60여건에 포함되지 않아 사실상 통과가 무산됐다고 볼 수 있다.
오는 5월 18대 국회가 끝나면 법안도 자동 폐기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를 예상하고 업무 추진을 진행해 온 대형 증권사들은 ROE 하락 등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된다.

◇18대 국회 ‘자본시장법 개정안’ 사실상 ‘무산’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정부가 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통해 한국 금융산업의 도약을 이루겠다고 야심차게 발의한 법안이다.
주요 내용은 △국내 IB 활성화 △ATS(대체거래시스템)·거래소 허가제 도입 △장외파생상품 등 장외거래 CCP(중앙청산소)도입 등이다.
이에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를 가정하고 IB 업무 확대를 위해 준비한 국내 대형 증권사에게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자기자본을 3조원 이상 늘린 IB에 대해 프라임브로커 서비스 등 신규 IB 업무를 허용토록 돼 있다.
이 때문에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자기자본을 늘리기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지난해 대우증권과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5개 증권사는대형IB로 지정받기 위해 대규모 증자에 나섰다.
대형 증권사들이 IB 업무를 위해 증자한 자금은 총 3조6000억원 가량이다. 이번 개정안 불발로 당장 이 자금을 사용할 곳을 잃어버린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증권사들의 유상증자로 인한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이 우려된다면서 중장기적인 금융투자업계 발전을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신보성 연구원은 “기존에 우리나라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좋지 않은 이유는 증권사들이 브로커리지(중개업) 업무만 하기 때문”이라며 “업무의 다변화를 염두에 두고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준비된 것인데 (통과 무산으로) 차질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우리투자증권 우다희 연구원은 “일부 증권사들이 ATS 설립 TF(태스크포스)를 꾸리는 등 대응을 해 왔는데 이에 대한 업무가 지연될 것”이라며 “유상증자을 미리 한 증권사들에게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 무산은 긍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우 연구원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 무산이 당장 증권사들의 수익에 가시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유상증자로 인해 하락한 ROE를 끌어 올릴만한 요인이 원천적으로 막힌 것이다. 이 부분을 터 줘야 중장기적으로 증권사들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보증권 김지영 연구원은 “유상증자로 마련한 돈을 당장 IB 업무에 투자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ROE 하락 효과가 날 것”이라면서도 “당장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단기적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자본시장 개정안 국회 통과 불투명 소식이 전해지면서 증권주(株)들은 동반 약세를 보였다. 업종별 지수에서 증권은 전날보다 2.33% 하락했고 대우증권(-2.05%), 우리투자증권(-0.85%), 삼성증권(-2.62%), 현대증권(-1.54%) 등이 일제히 떨어졌다. 앞서 지난 2월 상승세를 타던 증권주(株)가 자본시장법 개정안 처리 무산 가능성에 발목을 잡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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