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이경화 기자] 우물 안 개구리로 내수 시장만 고집하던 제약·바이오업계가 변화했다. 2003년 LG화학(구 LG생명과학) 항생제인 팩티브 이후 10년 만인 2013년 한미약품 역류성식도염 치료 개량신약인 에소메졸을 기점으로 2014년 동아에스티 항생제인 시벡시트로가, 2016년 대웅제약 항생제 복제약인 메로페넴·SK케미칼 혈우병 치료 바이오신약인 앱스틸라·셀트리온 류머티스관절염 치료 바이오복제약인 램시마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냈다.
올해는 삼성바이오에피스 류머티스관절염 치료 바이오복제약인 렌플렉시스·휴온스 생리식염주사제 복제약이 FDA 허가 획득에 성공하면서 제약·바이오업계 연구·개발(R&D) 성과들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웅제약 보톡스인 나보타, 셀트리온 바이오복제약인 트룩시마, 녹십자 혈액제제인 IVIG-SN, SK케미칼 치매패치제인 SID710도 미국 허가를 신청하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을 앞뒀다.
현재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SK바이오팜, 신라젠, 코오롱생명과학, 바이로메드, 메디포스트, 메디톡스, 안트로젠 등도 미국에서 바이오복제약, 희귀질환치료제 등 다양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어 향후 국산신약이 봇물을 이룰 것이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다만 FDA는 전 세계 신약허가 기관 중 기준이 가장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또 그만큼 FDA 허들만 넘는다면 적잖은 보상을 기대할 수 있기도 하다. 약효·품질을 인정받아 다른 나라에서 허가가 쉬워짐에 따라 상업적 성공가능성이 커지는 등 이점이 있다.
올해 상반기 FDA는 22개의 신약을 허가했다. 연간 수조원대 R&D비용을 쏟아 붓는 다국적제약사들의 후보물질들이 신약허가로 이어졌다. 로슈의 경우 R&D비용이 2015년 기준 무려 9조723억 원에 달했다. 국내 제약사 중에선 연간 R&D비용이 1000억 원을 넘는 회사는 단 2곳(한미약품·녹십자)에 불과하다. 복제약 개발에만 집중한 탓에 신약개발 역사가 짧고 투자비용도 넉넉지 않은 국내 제약사의 FDA 허가 자체가 기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2012년 정부는 불법 리베이트의 형벌 수단으로 복제약(제네릭) 가격을 크게 내렸다. 대신 R&D를 제대로(매출액 대비 R&D 투자)하는 제약사를 혁신형제약기업으로 선정해 혜택을 주기로 했다. R&D비를 지원하고 세제혜택을 주겠다는 것이지만 제약사들의 혜택 체감도는 높지 않은 모습이다. 혁신형제약기업에서 제외된다고 해도 크게 아쉬워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신약개발을 위한 정부의 R&D 투자 규모는 8% 수준이다. 미국이 37%, 벨기에 40%, 일본 19%에 비하면 턱 없이 낮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당초 약속했던 각종 지원정책 실행이 미약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긴 호흡이 필요한 산업인 만큼 정부에 전향적인 정책지원을 요구한다. 이따금씩 “기적처럼 후보물질을 찾아냈다”, “운이 계속 이어졌다”라고 하는 회고의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어디까지나 기적이나 운이지 않은가. 이제는 변화된 현실을 직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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