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박진호 기자]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 외국인선수 귀화를 추진하던 남녀 농구대표팀이 잔뜩 헛물만 켜게 됐다. 또다시 행정능력의 무능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의 자격 규정에 대해 제대로 숙지도 하지 못한 채 선수 귀화부터 조급하게 추진하다가 사단이 벌어진 것이다.

대한농구협회와 한국농구연맹(KBL)이 공동으로 구성한 국가대표팀 운영위원회는 지난 19일, 긴급회의를 열고 서울 SK 나이츠에서 활약하고 있던 애런 헤인즈의 귀화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헤인즈가 우리나라로 귀화를 하더라도 이번 아시안게임에 대표로 선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을 주관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지난 2010년 11월, ‘해당 국가에 3년 이상 지속적으로 거주해야 한다’는 대표선수 선발 규정을 정관 50조 2항에 추가했다. 아시아권 국가들이 성적만을 위해 경쟁력이 높은 나라 출신의 선수들을 무분별하게 귀화시키고 있는 추세에 제동을 걸기 위한 장치다. 종목을 가리지 않고 그런 정책을 전폭적으로 추진했던 중동국가들은 이미 누릴 특혜를 다 누린 상황에서 뒤늦게 규정 확인을 하지 않은 우리나라만 어설프게 발목이 잡히게 됐다.
문제는 협회나 연맹이 오랫동안 중동 국가들이 이른바 ‘오일머니’를 앞세워 귀화선수를 통해 전력을 강화하고 있어 불이익을 당한다고 성토하고, 이번에는 반대로 귀화를 통한 전력강화를 노렸음에도 불구하고 귀화 선수와 관련된 규정을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형 용병’에서 ‘피해자’ 된 헤인즈
무능하고 어리석은 행정력은 ‘한국형 용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 6시즌 동안 KBL에서 활약했던 헤인즈에게도 실질적인 피해를 안겼다. 헤인즈는 귀화와 국가대표 선발 제의를 수락하며 이를 위해 푸에르토리코 리그에서 활약할 기회를 포기하고 국내의 절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결과로 인해 경제적 손실과 함께 가장 큰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능력 있는 외국인 선수를 귀화시켜서 대표팀 역량을 강화시키자는 농구계의 논의는 어제 오늘 논의된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논쟁을 거치면서도 아시안게임에서 뛸 수 있는지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은 무사안일의 업무 처리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같은 귀화를 준비하던 여자농구연맹(WKBL)은 조금 상황이 낫다. WKBL은 앰버 해리스(삼성생명)의 귀화를 계속 추진하여 아시안게임이 아닌 세계선수권 대회에 출전시키겠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대표팀의 세대교체 과정에서 인사이드를 책임져줄 선수가 마땅치 않은 상황을 감안한다면 해리스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도 함께했다.
사실 WKBL의 대안도 궁여지책이다. 중국과 일본 등이 모두 세계선수권대회에 대표 1진을 내보내겠다고 선언하며, 아시안게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우리나라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 함께 열리는 해의 세계선수권대회에 역량을 집중했던 적은 없었다.
해리스의 귀화 역시 ‘20년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당위 명제로 하여 추진했고, 그랬기에 처음 거론된 이후 빠르게 추진하여 결론을 낸 사항이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에 뛸 수 없게 되자 당위성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에서 ‘대표팀 세대교체의 가교역할’로 바뀌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듯이 결국 대표팀의 역량 강화라는 목적을 놓고 봤을 때 활로를 찾은 여자농구는 그나마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남자농구는 대안도 없는 상황에서 애꿎은 선수만 피해자로 만들고 한국 농구의 위상까지 추락시켰다. 따라서 이번 귀화 추진 해프닝으로 인해 ‘일은 벌여놓고 국제적 망신만 자초’한 농구계의 모습은 무사안일주의 행정에 일침을 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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